자극적인 제목과 자극적인 표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이 책을 선택하고 읽은 이유는 도대체 왜 '창자'라는 제목을 사용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였습니다.
그 의미는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었던 내용이었다. 그런 거였구나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습니다.
작품소개
탐정사무소 조수 '하라다 와타루'의 별명이 '하라와타(はらわた)' 입니다.
《명탐정의 창자》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책의 정보를 최소화하고 이 소설을 접한 사람에게는 생각하지 못한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제목 '창자'에서 연상되는 느낌의 소설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엽기적이고 끔찍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런 것에 비해 진행되는 내용은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요소들을 제외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명탐정의 제물》과 시리즈로 엮이는 작품이지만, 시대적 배경이나 주인공의 연관성도 없다면서도,
《명탐정의 제물》 30년 뒤, 더욱 잔혹해진 추리가 시작된다! 라는 홍보용 문구로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명탐정의 제물》이 먼저 출간된 것을 알면서도 독서 순서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작가의 집필 순서는《명탐정의 창자》가 우선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소설 도입부에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도이 무쓰오는 소설 속 기록에서 언급된 쓰케야마 사건의 범인으로 그가 자살하기 전 남긴 유서에서 언급된 죽여야 할 자를 못 죽이고 죽이지 않아도 될 자를 쏘았다는 내용을 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느낀점은 여러 곳에서 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례
- 기록
- 간노지 사건
- 야에 사다 사건
- 농약 콜라 사건
- 쓰케야마 사건
- 전말
기록
일본 범죄 총람에서 발췌한 7건의 실제 사건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적고 있습니다.
간노지 사건
와타루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감히 섣부른 동정이나 위로를 거부하듯 잔인하게 묘사됩니다.
이 작가가 원래 이런 작가였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우라노 탐정사무소의 우라노 큐는 30년 가까이 경찰에 협력해 수많은 사건을 해결한 범죄 수사의 전문가입니다.
와타루의 유년 시절 우라노 큐와의 첫 만남은 이유 없는 공권력 앞에서 힘없이 꺾일 때 구세주처럼 나타나 그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그의 등장은 와타루에게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와타루의 여자친구 미요코의 아버지가 야쿠자의 조장이라는 고백을 듣던 중,
미요코가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에서 여섯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전신 화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의 사건에 대하여 경찰의 수사협조를 받고 조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일곱 명의 피해자는 지역 주민으로 청년단 멤버였습니다.
그들은 등유를 뒤집어쓴 채 몸에 불이 붙은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묶인 듯한 흔적도, 문에 자물쇠도 없었고, 주위에는 연못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도망치지 않았을까?
실제 사건과 작가의 창작이 절묘하게 섞이기 시작합니다.
1938년 5월 21일 새벽, 마을에서 서른 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그대로 소설 속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설명합니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범인을 지역 홍보 캐릭터로 귀엽게 표현한 부분은 엽기적이었습니다.
마을에는 이 사건 범행 동기로 상식적인 설과 그렇지 않은 설이 있다고 합니다.
상식적인 설은 실제 사건을 그대로 모티브로 하여 설명되고 그렇지 않은 설은 작가의 창작으로 만들어지는 내용이었다. 소설은 실제 사건과 작가의 창작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브의 이브의 이브에 뜬금없는 맥락으로 나오는 문장 처음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라는 표현과 함께해서 나중에 설명이 있으려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잊힐 즈음 같은 문장이 또 등장한다. 이쯤 되면 의미가 있다는 말인데…. 아무런 논평이 없습니다. 뭐지….
하라와타가 처음 멋지게 추리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작가를 의심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고?
역시 내 착각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읽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걸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갑자기 소설이 호러가 되고 판타지가 되어버립니다.
"표정이 왜 그래? 귀신이 인간에게 빙의해서 날뛰고 있잖아. 이 정도로 놀라진 말라고."
"반뇌의 천재 고조 린도"
야에 사다 사건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80년 전 활약하던 '고조 린도'
와타루는 4일이라는 기간 한정으로, 자신이 고조 린도라고 주장하는 탐정의 종자가 됩니다.
현세에 되살아난 인귀들을 잡기 위한 동조가 시작됩니다.
소설 속 등장하는 야에 사다 사건은 1936년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엽기적인 사건입니다.
1976년 영화 《감각의 제국》은 이 사건을 모티브로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작품은 일본이니까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당시 일본 사회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에게도 일본이라는 편견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농약 콜라 사건
1977년에 발생한 청산 콜라 독살 사건은 특정 대상이 없는 묻지마식 범행이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입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미제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도키오 홍보 캐릭터, 도키오 풍의 코디…. 한때 탈옥수 신창원이 입고 있던 옷이 유행했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천재가 머리를 써서 저지른 범죄에는 단서가 많아."
"평범한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지혜도 재능도 없는 범인을 발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쓰케야마 사건
다른 사건들은 실제 사건과 작가의 소설 속 사건을 분리한 느낌이었다면
쓰게야마 사건에 대한 부분은 실제 사건과 소설 속 사건의 절묘한 조합이었습니다.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정확한 지식이 없다면 분간하기가 힘들어 보였습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전말
"그 녀석은 내 동료야."
"탐정 하라와타입니다."
소설속 문장 하나
"재해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찾아오는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