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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새벽 2시의 코인세탁소> 박현주 -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

by handrami 2025. 3. 27.

오컬트와 추리를 적절하게 이용한, 일상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읽다 보면 잔잔한 우리의 일상을 보는 듯 편안한 느낌마저 있었습니다.

 

그 잔잔한 일상마저 사실은 감춰진 진실이 있었습니다.

오컬티즘(occultism)
신비주의·신비술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이성으로는 규명하기 힘든 현상을 연구하는 비학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오컬트(occult)감추어진 것, 비밀 등을 뜻하는 라틴어 'occultus'에서 유래한 말로 숨은, 신비스러운, 불가해한, 초자연적인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시사상식사전

 

박현주 작가 소설 새벽 2시의 코인세탁소 소설 책표지 편집이미지
2023년 박현주 저 엘릭시르 출판

작품소개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라는 문구로 시작된 소설은 의외로 편안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새벽 2시의 코인세탁소 목차
새벽 2시의 코인세탁소 목차

 

프롤로그

도재인은 새벽 2시 건물 1층 빨래방에서 건물주 윤정과 타로를 봐준다는 율리를 우연히 만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두 가지 얼굴이 있고,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죠. 제부시카(아가씨)는 조만간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거예요."  p16

 

일상적인 만남을 가지고 헤어진 후 문득 수수께끼 같은 이상함을 느낍니다.

 

  • 윤정은 세탁물을 왜 건조하지 않고 그냥 챙겨 갔을까?
  • 세탁기 아래 피 같은 검은 얼룩의 정체는?
  • 율리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
수수께끼의 답을 완전히 깨닫게 되는 건 일 년 후의 일이었다. p19

 

소설은 4편의 유기적인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스티븐 포스터가 죽기 3주 전에 작곡한 가곡 'Beautiful Dreamer'을 번안한 '꿈길에서'의 첫 구절입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쉰여섯의 정희에게 전생에 사랑하던 사이라며 나타난 스물다섯의 지완과의 사랑이야기.

 

‘Beautiful Dreamer‘의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는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감성의 가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둘이서 그러기로 했다면 타인이 개입하기 어렵기도 하다. p31

 

"두 사람 사이, 순수하게 보이는 관계라는 건 뭘까."
내 말은 필요 이상으로 냉소적으로 들렸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순수하지 않은 관계라면, 순수해지는 나이 차이란 어느 정도일까. 혹은 순수하다는 건 의도의 문제인가? 하지만 같은 또래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의도가 다른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서로 상대의 조건을 따질 수도 있다. 그런 관계는 순수하지 않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p76

 

순수한 관계

  •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젊은 사람? 돈 많은 사람? 잘생긴 사람?
  • 순수를 논하는 관점은 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며 당사자들이 인정한 차이를 타인이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의 생각으로 비가 내리는 건 아니지만,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p78

 

"내가 삶의 마지막에 누구를 기억해야 한다면, 그리워야 한다면, 그건 정말 사랑했던 존재일 거예요. 무엇이 되었든."  p97

 

나는 보았다. 그의 손바닥 한가운데 다섯 갈래로 뻗은 작은 흉터. 혹은 별 모양의 반점을. p99

 

오컬트한 일상, 과하지 않은 차분한 오컬트 그런 느낌입니다.

 

"세상에는 믿기 어려운 일만큼, 믿지 않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어."  p104

 

소설은 정희가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며, 분쟁 없이 조용히 마무리됩니다.

 

소설은 그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컬트라는 요소를 이용하여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합니다.

 

당사자가 행복했다면 그것이 사기든 아니든 의미가 있을까.

소설은 적당한 오컬트적 요소를 섞어 넣어 깔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구름 뒤 은빛 햇살을 찾아

유명 영화감독의 집에 초대된 친구들과 재인은 숨겨진 과거의 일들로 엇나간 사건을 해결합니다.

 

 

거울 속의 남자

얽히고설킨 감정들로 인해 틀어진 인연

"안나 씨가 선물한 눈 아가씨 있잖아요. 러시아 말로는 스네구로치카라고 한 대요. 스네구로치카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다고 하네요."  p301

 

"사랑을 아는 순간 녹아버린다고. 봄이 되면 녹아버리듯이."

"불 앞에서도, 봄이 온대도, 사랑을 만나도 녹아버리지 말라고."

내가 마리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은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는 눈사람, <겨울왕국>의 올라프가 들어 있는 투명한 스노글로브였다.  p302

 

 

 

물 위의 꽃잎

사람들은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미신적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건 꺼린다.  p339

 

 

 

에필로그

세상에 쉬운 선택은 없다. 선택지가 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그렇지만 인생에서는 보통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일이 가장 중대한 결정이기도 한 법이다. 둘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선택을 하게 된다. 나의 삶을 깨끗이하기 위하여.  p455

 

재인에게 요구되는 선택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선택지가 두 개가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선택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워시 라이프(WASH LIFE) 코인 세탁소

 

처음 율리를 만났을 때의 수수께끼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