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3 히가시노 게이고 『투명한 나선』 유카와 마나부의 비밀, 『옛날에 내가 죽은 집』과의 연결고리 프롤로그- 버려진 아이직접 만든 인형과 함께 바구니에 담긴 아이를 아동양육시설 앞에 내려놓고 도쿄행 열차에 오르는 여자. 짧은 프롤로그는 아이와 여자를 둘러싼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소노카와 지즈코혼자서 소노카를 키운 지즈코,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소노카, 그리고 지즈코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던 나에 씨는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와는 별개로, 서로에게 가족과 같은 의미를 지닌 존재로 등장합니다.지즈코의 죽음과 남겨진 인형평범했던 일상은 욕실에서 쓰러진 지즈코를 소노카가 발견하면서 무너집니다. 지즈코의 유품으로 남은 인형은 프롤로그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소재, 독자로 하여금 사연의 연결고리로 생각하게 합니다.료타의 등장과 바다에서 발견된 시체지즈코를 떠나보낸 소노카는.. 2026. 10. 25. 테라시마 요우 『나에게만 보이는 살인』 3년의 시차를 보는 눈, 축복인가 저주인가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도 규칙과 법칙이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는 프롤로그의 강렬하고 잔혹한 살인 묘사는 '내가 지금 어떤 소설을 고른 걸까' 하는 당혹감을 안겨주며 단숨에 시선을 빼앗습니다. 제9회 신초미스터리 대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초반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3년의 시차를 품은 오른쪽 눈주인공 오자키 사에코는 약혼자 키시모토 유스케와 오토바이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습니다. 다친 다리는 서서히 회복되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은 돌아오지 않아 형사과에서도 밀려납니다. 그러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사고 현장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납니다. 잃었던 시력이 돌아옴과 동시에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시차는 정확히 '2년 11개월 28일 2시간 13분' 주.. 2026. 9. 17. B.A.패리스 『비하인드 도어』 완벽한 쇼윈도 뒤에 갇힌 비명, 그리고 서늘한 연대 B. A. 패리스가 50대 후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발표해, 출간 즉시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번역되며 베스트셀러가 된 기념비적인 데뷔작입니다.이수영 옮김 출판 아르테 (2017)이수영 옮김 출판 모모 (2021)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는 인권 변호사 잭과 그의 아름다운 아내 그레이스. 그러나 굳게 닫힌 문 뒤의 진실은 숨 막히는 공포였습니다. 철제 셔터와 정교한 경보 장치로 무장한 저택은 안전한 안식처가 아닌, 한 인간의 자아와 자유를 말살하기 위해 설계된 감옥이었습니다. 소설은 사랑과 보호라는 외피를 두른 가스라이팅과 통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를 파괴해 나가는지 서늘하게 파고듭니다. 특히 완벽한 부부를 연기해야 하는 숨 막히는 '현재'와, 서서히 덫에 걸려들던 과정을 추적하는 '과거'를 오.. 2026. 9. 10. 아야츠지 유키토 『십각관의 살인』 40년이 흘러도 반드시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유 “덫은 열 개의 등변과 내각을 가지고 있다.”크리스티를 향한 오만한 도전장, 사후(死後)의 회고에서 살인의 선언으로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미스터리 문학의 고전,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강렬하게 소환하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야츠지 유키토가 던진 유리병은 크리스티의 그것과 그 궤를 달리합니다.사후의 기록 vs 살아있는 예고장크리스티의 유리병이 모든 살인이 끝난 뒤 남겨진 '박제된 해설지'였다면, 십각관의 유리병은 이제 막 피의 잔치가 시작될 것임을 알리는 '살아있는 예고장'입니다.심판 vs 지적 유희《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범인이 사법적 정의라는 명분에 집착했다면, 십각관의 진범은 도덕적 위선을 벗어던집니다. 그는 살인을 하나의 정교한 예술이자 완벽한 트릭으로 간주하며, 자신의 설계력.. 2026. 4. 22. 도진기 『4의 재판』 법이라는 이름의 정교한 기만 법은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현직 판사 출신 작가 도진기는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허점과 법의 논리 뒤에 숨은 비정함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를 넘어, '소외된 피해자의 울분'이 시스템에 의해 묵살당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법의 민낯: '정의'가 아닌 '논리'의 세계판사가 진실을 직감하더라도 '증거주의'와 '절차'라는 쇠사슬에 묶여 눈을 감아야만 하는 사법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4’의 중의적 의미제목의 '4'는 죽음(死)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재판의 3요소(판사, 검사, 변호사)에서 철저히 소외된 ‘제4의 인물(피해자)’을 의미하는 장치입니다.시스템의 경고법이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제3자로 밀어낼 때, 사회는 .. 2026. 4. 9. 피터 스완슨 『살려 마땅한 사람들』 예열만 30분, 폭주하는 노후 경유차의 섬뜩한 반격 당신은 정말 살려 마땅한 사람입니까?피터 스완슨의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 시작과 동시에 시속 200km로 내달리는 스포츠카였다면, 이번 신작은 솔직히 말해 '예열만 30분이 걸리는 낡은 경유차' 같았습니다. 이 소설은 '1부: 살인을 저지를 나이', '2부: 세 번째 인물', '3부: 더러운 일'로 나뉩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시키지만, 초반 전개는 지나치게 느릿하고 불친절합니다. 헨리 킴볼의 교사 시절 트라우마와 조앤의 과거사가 얽히는 과정은 밀도가 낮아 지루함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작가는 거대한 음모를 암시하지만, 독자의 갈증을 해소해주기보다 방치하는 쪽을 택합니다. 만약 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책을 덮으려는 분이 있다면, 일단 2부까.. 2026. 4. 5. 이전 1 2 3 4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