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8 피터 스완슨 『살려 마땅한 사람들』 예열만 30분, 폭주하는 노후 경유차의 섬뜩한 반격 당신은 정말 살려 마땅한 사람입니까?피터 스완슨의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 시작과 동시에 시속 200km로 내달리는 스포츠카였다면, 이번 신작은 솔직히 말해 '예열만 30분이 걸리는 낡은 경유차' 같았습니다. 이 소설은 '1부: 살인을 저지를 나이', '2부: 세 번째 인물', '3부: 더러운 일'로 나뉩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시키지만, 초반 전개는 지나치게 느릿하고 불친절합니다. 헨리 킴볼의 교사 시절 트라우마와 조앤의 과거사가 얽히는 과정은 밀도가 낮아 지루함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작가는 거대한 음모를 암시하지만, 독자의 갈증을 해소해주기보다 방치하는 쪽을 택합니다. 만약 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책을 덮으려는 분이 있다면, 일단 2부까.. 2026. 4. 5. 피터 스완슨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죽음을 맞바꾼 가짜 연대, 그 비릿한 끝 제목만 보고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생각하며 가볍게 들었다가, 고전 추리소설의 뼈대를 처절하게 해체하는 피터 스완슨의 칼날에 당황하게 되는 작품입니다.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이어 이 작품 모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뿌리에 두고 있습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우연한 만남과 살인 공모를 현대적으로 계승했다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그 설정을 포함한 여러 고전들을 분석하고 해체하며 독자와 두뇌 싸움을 벌이는 작품입니다.고전의 무덤 위에 세워진 살인주인공 맬컴 커쇼가 과거 블로그에 올린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가 현실의 연쇄살인으로 재현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모방 범죄를 넘어, 고전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스포일러 테러'라는 양날의 검을 휘두릅니다.. 2026. 4. 1. 공지영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두 개의 언어로 쓰인 하나의 이별 한일 공동 집필 프로젝트이 소설은 2005년 한일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공동 집필 프로젝트라는 점을 알고 계신가요?단순히 비슷한 이야기를 각각 쓴 것이 아니라,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서로의 원고를 주고받으며 이어 쓰는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한국에서는 공지영 작가가 ‘홍’의 시점을, 일본에서는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준고’의 시점을 맡아 같은 시간대의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연재와 출간, 그리고 드라마화2005년 소담출판사2024년 소담출판사 2005년 5월부터 12월까지 한국에서는 『한겨레신문』에서 ‘먼 하늘 가까운 바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고, 일본에서도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연재된 이 작품은 같은 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 2026. 3. 30. 가키야 미우 『70세 사망법안, 가결』 죽음이 ‘구원’이 된 시대, 우리는 존엄하게 늙고 있는가? 국가적 안락사, 판타지가 아닌 '시뮬레이션'이 된 현실2015년 출간 당시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가키야 미우의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이 2026년 현재, 우리에게 더욱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국적자라면 누구나 70세 생일 후 30일 이내에 죽어야 한다는 이 잔인한 법안은 재정 파탄에 직면한 초고령 사회의 비명을 담고 있습니다.소설이 던지는 서늘한 경고장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사람은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황족뿐이다.동 법안은 2년 후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 재정의 파탄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70세 사망법안” 본문에 언급된 "이탈리아와 한국은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는 .. 2026. 3. 24.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流)』 격동의 대만 현대사가 낳은 뜨거운 성장 미스터리 대만 타이베이 출생으로, 9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한 대만계 일본인 히가시야마 아키라에게 제153회 나오키상의 영예를 안겨준 소설 『류(流)』는 대만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소년이 겪는 성장과 가족의 비극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1970년대 대만의 습한 공기와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과 가족사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시대적 상징성: "하늘이 무너진 날"과 개인의 비극소설은 1975년 대만의 절대권력자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서거와 함께 시작됩니다. 당시 대만 사람들에게 장제스는 언젠가 본토를 수복해 고향으로 데려다줄 신화적 존재였습니다. 특히 주인공 '예치우성'의 가족과 같은 외성인(본토 출신)들에게 그의 죽음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을 넘어, 고향으.. 2026. 3. 21. 서랍 속 미스터리, 20년 전의 '스마트기기'을 찾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대신 수험서와 씨름하며 지내느라 블로그에 불을 켜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다시 자판 앞에 앉으려니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짐 정리 중 서랍 구석에서 묘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마치 추리 소설 속 결정적인 단서(Clue)처럼 나타난 이 녀석, 바로 'Q-Stock' 주식 단말기입니다.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요즘 분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이 작은 기기는 투자자들에게는 '분신'과도 같았습니다. 무선 호출기(삐삐) 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주식 시황을 확인하던, 당시로서는 최첨단 '문명의 이기'였죠.한 손에 들어오는 묵직함, 지금의 스마트폰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투박하지만, 저 작은 화면에 숫자가 뜰 때마다 심장이 뛰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추억.. 2026. 3. 6. 이전 1 2 3 4 ··· 3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