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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단편집 <교통경찰의 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진실

by handrami 2025. 6. 6.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 중 하나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교통사고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단순한 사고 이야기를 넘어, 그 사건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들을 섬세하게 파헤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들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약 3년 동안 한 편씩 문예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1992년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내가 묘사해야 할 것은 어떤 운전자라도 ‘사람을 칠’ 우려가 있다는 것일 뿐, ‘뺑소니를 친다’는 것은 애초에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히가시노 게이고 후기 中에서

 

운전이라는 행위가 완벽할 수 없으며, 언제든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뺑소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는 사고 자체의 발생 가능성은 인정하더라도, 사고 후의 도피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법적 처벌의 문제를 넘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교통경찰의 밤'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1991 Keigo Higashino / 2019년 옮긴이 양윤옥 출판 하빌리스

작품소개

차례

  • 천사의 귀
  • 중앙분리대
  • 위험한 초보운전
  • 건너가세요
  • 버리지 말아 줘
  • 거울 속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교통경찰의 밤' 2019년 하빌리스 출판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 '교통경찰의 밤' 2010년 비움 출판 책표지
2019년 옮긴이 양윤옥 출판 하빌리스 2010년 옮긴이 이선희 출판 비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인 교통경찰의 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교통사고'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인간 본성의 욕망과 도덕적 딜레마, 나아가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단순한 사고 수사를 넘어,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적 갈등과 관계를 깊이 있게 파헤치며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초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과 독자를 사로잡는 흡입력은 여전합니다. 각 단편마다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이 숨어 있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건너가세요' (2010년 번역판에서는 '불법주차'로 출간) 편은 다 읽고 난 후에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의 섬뜩함이 잊히지 않습니다. 제목이 주는 묘한 분위기 덕분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백조와 박쥐편지와 같은 후기 작품에서 느껴지는 깊은 감동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보다는, 사건 자체의 트릭이나 인간 심리의 미묘한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로, 초기 작품 특유의 다소 거친 느낌이나 설정의 비현실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는 곧 그가 이후 걸작들을 탄생시키기 위한 탐색의 과정이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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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은 작품이다 보니, 시대 변화에 따라 소설 속 묘사나 설정이 현재의 시각과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사의 귀'에 등장하는 경찰의 태도는 지금과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작품 속 시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천사의 귀에서 거론되는 Yumi MatsutoyaRefrain / Refrain Ga Sakenderu를 들어 보았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음악이었습니다. 중독성과 소설의 아련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소설 전반에 교통사고에 대한 단호한 시각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교통사고와 관련된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응징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6편의 단편 모두 비슷한 결말을 맺지만, 각 작품마다 녹아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추리적 요소는 당시에는 꽤나 참신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을 가볍게 즐기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교통경찰의 밤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 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분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추리소설을 찾는 분
  •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윤리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
  • 예측 불허의 반전과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력을 엿보고 싶은 분
  •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탐험하고 싶은 팬

일상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파헤치는 히가시노 게이고 초기 단편집으로 예측 불허의 반전과 씁쓸한 현실감, 그리고 섬뜩하고 과감한 응징이 당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