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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는 용서의 의미

by handrami 2025. 3. 16.

나오키에게는 매달 벛꽃 도장이 찍힌 편지가 배달됩니다.

오랜시간 그 편지는 아물지 않은 상처에 고통을 주어왔습니다. 이제 그 편지를 끊어 내려 합니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편지 2019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편지 2006
2019년 권일영 역 RHK 출판 2006년 권일영 역 RHK 출판

 

차례

  • 프롤로그
  • 톈진 군밤
  • 밴드 스페시움
  • 가슴 아픈 사랑
  • 아름다운 사람들
  • 이매진 imagine
  • 에필로그
  • 옮긴이의 말

 

작품 소개

프롤로그

무리하게 일하다 엉망이 되어버린 몸으로 직장도 돈도 없이 홀로 동생을 돌봐야 하는 형은 동생의 대학 진학을 위하여 범죄를 계획합니다.

범행의 대상은 4년 전 츠요시가 막 19살이 되었을 무렵 이삿짐센터 일을 돕고 있을 때 친절하게 대해 주었던 할머니였습니다. 그 지역을 지날 때 들여다볼 정도로 그 할머니의 친절함은 츠요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좋았던 기억은 한순간에 범죄의 대상으로 변해 버립니다.

이유는 혼자 사는 할머니로 범행하기 쉬울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범행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변해 버립니다.

창문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문득 그 톈진 군밤 생각이 났다. 그걸 가져가면 나오키가 분명 좋아할 것이다.

 

톈진 군밤은 할머니와 마주치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 할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하게 됩니다.

 

 

소설 「편지」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츠요시의 범행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수사관에게 들은 츠요시의 범행 동기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나오키의 심장을 꿰뚫었습니다. 동생의 대학 진학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오키는 재판장에서 톈진 군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구치소에서 형을 만났을 때 군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톈진 군밤을 좋아한 건 어머니야"

"그런 건……."
나오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잊는 게 나았을 텐데."

 

공장에서 같은 숙소를 쓰던 구라타와의 대화는 나오키에게 힘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경우야 자업자득이지. 하지만 넌 네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 그렇지만 난 이해가 안 되네."
"뭐가?"
"꿈을 버린다는 것 말이야.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훨씬 더 어려운 길일지 모르지만 그 길이 아주 사라져버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구라타는 고등학교 참고서와 데이토대학 통신교육부 책자를 놔두고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가 남겨둔 책을 계기로 통신교육부 경제학부를 신청하여 다니게 되고, 학교에서 밴드를 하고 있는데라오 유스케를 만나게 됩니다.

 

나오키가 음악에 흠뻑 빠져드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습니다.

 

나오키가 선택한 곡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이었습니다.

 

나오키의 노래가 끝난 뒤 데리오가 말합니다.

“우리 연습에 참석해봐.”
형 문제가 너하고 무슨 관계지? 그런 건 밴드하고 아무 상관이 없잖아

 

차별과 편견

사람에 따라 그 벽이 얇기도 하고 두껍기도 하다는 차이만 있었을 뿐

 

그렇게 나오키의 삶도 빛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밴드로 데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때, 데라오를 제외한 밴드 멤버들은 나오키에게 부탁합니다. 그만둬 달라고.

어른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어떤 때는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떤 때는 교묘하게 차별을 조장한다. 그런 자기모순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까?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텐 다들 동료야. 형의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했어. 그런 소중한 동료들한테서 음악을 빼앗을 수는 없어. 나 때문에 힘들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 이해해줘."

"네가 있어도 음악은 할 수 있어언제든 데뷔할 수 있다고."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마음이 편치 못할 거야.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해야겠지. 그건 지옥이야. 뿐만 아니라 그걸 보상받는 날도 오지 않을 거야. 네즈씨 말이 옳아. 이사회에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아."

 

결정적일 때 형의 일은 나오키의 발목을 잡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람들이 응원은 해도 자기 손을 내밀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나오키가 잘살기를 바라긴 하지만 관계를 맺고 싶진 않은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딸을 위해서지. 그 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걸세."

"형이 사건을 일으킨 이후 자넨 행복했나?"

 

예정된 결말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포기하는 것에는 이미 익숙했다. 앞으로도 분명 또 이럴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내 인생이다.

 

 

형의 일을 숨기고 취직한 회사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하며 또 다시 모든 사실이 알려지고 맙니다.

 

"범죄자는 자기 가족의 사회성까지도 죽일 각오를 해야 한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차별은 필요한 것이다."
"범죄자나 범죄자에 가까운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행윌세. 자기방어 본능이라고나 해야 할까?"
"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사장은 차별이 당연한듯이 말합니다. 사장 말을 듣다 보면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나오키'도 수긍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차별이 당연한게 맞는 건가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진짜 죽음과 달리 사회적인 죽음에서는 되살아날 수가 있다고 말합니다.

방법은 착실하게 사회성을 되찾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과의 끈을 하나씩 늘려서 거미줄 같은 관계를 만들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차별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과연 그런 입장에서 노력을 해왔는지 생각했다."

 

소설은 차별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오키도 인정 해버립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소리칩니다.

"의미 따윈 모르겠어. 그냥 이 세상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지긋지긋해. 차별 따윈 받고 싶지 않아."

 

소설을 읽으며 든 나의 생각

히가시노 게이고도 흔들리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차별이 당연하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유미코 같은 여자를 만나 나오키는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차별을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나오키에게 미안한 마음에 유미코같은 여자를 붙여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랜만에 만난 데라오는 위문 콘서트를 한다고 합니다.

교도소 방문 콘서트에 나오키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합니다.

 

나오키는 이전에 발길을 돌렸던 유족의 집에 차임벨을 누룹니다.

형은 매달 사죄의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온 편지를 읽고 이제 사건을 그만 끝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편지는 나오키가 형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의 내용이었습니다.

 

나오키는 데라오와 하루짜리 팀 이매진을 만들고, 형이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연좌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편지'에서 작가도 조금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만의 몫이라는 것에는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가해자에 한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아닌 바라보는 입장이기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도덕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범죄 예방 차원이나 가해자의 가족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에서는 그 기준을 어디까지로 두어야 하는지 어느 선까지 인정할 수 있으며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것이 새로운 범죄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좌제 없이도 가해자와 같이 속죄하고 용서를 구하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형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뉘우치지 않는 이기적인 가해자는 그런 것에 고민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연좌제는 법적으로도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에서 완전히 연좌제가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우리 주위에 연좌제의 흔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연좌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적으로 논의되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연좌제'1980개정된 제9호 헌법 제12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는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오키'가 마지막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부르지 못한 존레논의 '이메진'을 떠올려 봅니다.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보세요(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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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편지 책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Keigo Higashino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