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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다잉 아이> 히가시노 게이고 - 복수와 공포가 얽힌 미스터리 스릴러

by handrami 2025. 3. 21.

어떤 작품인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2007년 발표한 다잉 아이는 인간의 기억과 죄책감, 그리고 진실에 대한 추적을 미스터리하게 풀어낸 장편소설입니다. 기존의 가가 형사 시리즈나 라플라스 시리즈와는 결이 다른, 심리적 밀도가 높은 서사로 독자를 압도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다잉아이 책 표지 편집이미지
Copyright ⓒ Keigo Higashino 2007 / 2010년 김난주 옮김 재인 출판

 

 

작품소개 및 내용

강렬한 서술

프롤로그는 한동안 사고 장면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소리도 없이, 범퍼는 그녀의 몸을 짓뭉갰다.
늑골이 뚝뚝 부러지고, 위장과 심장이 찌부러 졌다. 마치 슬로 모션 영상처럼, 느릿느릿.
그녀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저항하려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등뼈와 허리뼈가 우두둑, 우두둑 차례차례 부러졌다.
- 출처: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 아이 중에서

 

마지막 원한을 모두 끌어내서 자신을 그렇게 만든 운전자를 노려보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마지막 절규를 내뱉으며 그렇게 죽어가는 모습으로 프롤로그를 마칩니다.

 

사건의 시작

가게 문을 닫기 전 들어온 손님은 가게 이름을 보고 들어왔다며 칵테일을 주문한 후 이런저런 질문을 합니다.

신스케는 뒷마무리를 하고 가게를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머리에 충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마지막 손님이었던 그를 봅니다.

 

그를 습격한 남성은, 1년 반 전 신스케가 일으킨 인명사고로 죽은 여인의 남편이었습니다.

이틀 만에 깨어난 신스케는 자신이 이전에 낸 인명사고에 대해 사고를 어떻게 냈고, 어떻게 수습했는지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날의 사고는 이중 충돌이었다고 한다. 두 명의 가해자와 피해자,

피해자의 남편은 그 날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신스케는 자신이 냈다는 사고를 기억하려 노력하지만, 단편적인 기억만 있고 기억을 살려낼수록 불편한 진실들이 드러납니다.

 

신스케는 신기하게도 사고 당시만 기억을 못할 뿐 그 후의 경과에 대해서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던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신스케는 그가 살았다는 아파트를 찾아갔을 때 그곳에서 그가 다녔던 회사 사람과 마주쳐 그가 회사에 남겨두었던 물건들을 떠안게 됩니다.

 

물건 속에는 그가 그렸다는 마네킹 작품 파일이 있었습니다.

페이지가 펼쳐짐과 동시에 여자 얼굴이 그의 눈으로 날아들었다.
이 여자는……. 날 보고 있어.
- 출처: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 아이 중에서

 

강한 임펙트를 남겼지만, 그 뒤로 한참 동안 잊혔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시간이야. 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잖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젊음은 되찾을 수 없어. 그러니까 시간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얘기지."
"하지만 아쉽게도 한 인간에게 허락된 시간은 정해져 있지. 게다가 젊은 시절의 한 시간과 늙어서의 한 시간은
가치가 달라."
- 출처: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 아이 중에서

 

일주일 전 상복 차림으로 왔던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납니다.

두 번 만난 그녀가 계속 떠오릅니다.

 

이전에 다니던 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때의 사고를 거북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장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몇 개는 수위가 제법 높은 것들이 있습니다.

다잉 아이도 그중 하나입니다.

 

부분 기억상실, 되살아나는 기억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루리코라고 합니다.

새로이 등장하는 목격자의 증언,

 

사고를 돌이켜 보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또 한 명의 가해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야 있죠. 죄의식은 별로 없지만. 그쪽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 출처: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 아이 중에서

 

그가 기억을 되살릴수록 주변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사라진 기억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그냥 그대로 숨겨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운전하는 차가 여자의 몸을 짓이기는 감각을 몸으로 느끼면서 그 여자와 마지막까지 눈을 마주하고 있었어."
"나를 죽여.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잊지 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당신이 죽인 여자의 얼굴을, 이 눈을"
- 출처: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 아이 중에서

 

책을 읽고 느낀 리뷰

 

일단 소설은 재미있었습니다.

인간 내면 깊숙한 죄책감과 복수, 그리고 오컬트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소설 전반에 걸친 음산한 느낌은 긴장감과 독서를 멈출 수 없게 만듭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다양한 방면으로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한 소설은 곤혹스러운 장면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다잉 아이는 미스터리 요소와 공포를 접목한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건을 추리해 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스토리가 꼼꼼하게 얽혀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가곤 하는데 이번도 결말까지 가는 동안은 많은 부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읽을 때는 별 생각 없었다가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가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같은.....?

 

만약 내 실수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프롤로그의 그런 장면을 목격하였다면 그런 상황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면 그 눈을 잊을 수 있을지.

작품에서는 최면이라는 표현도 있었지만 너무 무섭고 놀라면 몸이 말을 안 듣는 것 같은 경우와 비슷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하나의 장르를 맛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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