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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숙명> 리뷰 – 엇갈린 운명과 지울 수 없는 과거

by handrami 2025. 4. 15.

같은 운명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자와 한 여자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운명처럼 얽힌 이야기입니다.

피할 수 없는 삶의 궤도, 그것이 진정한 숙명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 책 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1993 Keigo Higashino / 2020년 옮긴이:권남희 출판:소미미디어

 

작품 소개

유명 대기업 대표 살해사건을 조사하게 된 형사 '와쿠라 유사쿠'는 어린 시절 경쟁의식을 느꼈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우류 아키히코'와 다시 만납니다. 그의 아내가 된 유사쿠의 옛 연인 '에지마 미사코' 그렇게 세 사람 사이에 얽힌 끈질긴 숙명의 실제는 무엇일까요?

 

과거로부터 얽힌 그들의 이야기는 '운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유사쿠와 아키히코의 설정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같은 여자를 사랑하고, 서로를 배척하며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강조하며 작품에 깊이와 슬픔을 더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서 단순한 추리의 재미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선택에 대한 책임, 사랑과 집착,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과거와의 대면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숙명 2020년 소미미디어 출판 책 표지 이미지
히가시노 게이고 숙명 2007년 창해 출판 책표지 이미지
2020년 옮긴이:권남희 출판:소미미디어 2007년 옮긴이:구혜영 출판:창해

 

감상 포인트

유사쿠와 미사코의 '처음이자 마지막' 행위에 대하여

젊은 연인이 헤어지기 전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현실적인 윤리로 바라볼 때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면을 일본 소설을 보다 보면 문학적 정서적 관점에서 정념(情念)의 표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듯합니다.

즉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억눌린 감정을 육체적 결합이나 침묵, 단절, 한순간의 선택 같은 방식으로 상징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행위는 말로 하지 못한 감정의 마지막 표현이자, 서로에 대한 진심의 증명으로 그려지는 듯합니다.

현실과는 구분되는 문학적 감정의 공간에서 종종 허용되거나 이해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숙명』에서도 이런 행위를 문학적 감정 표현으로 사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유사쿠와 미사코의 감정을 이용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도 사용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사랑했지만 결국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감정을 확인하는, 이별의 의식, 이들은 앞으로의 삶에서 다시는 이 감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이 사랑은 서로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작별의 방식이라고…….

 

나름대로 사랑 행위를 용납하기 위해 발버둥 쳐보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 : 숙명 속 미사코에 대한 비판적 고찰

사랑이라는 이름의 자기 중심성

작품에서 미사코의 감정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내면에는 자기중심적 욕망이 있습니다.

자신이 상처 입지 않기 위해, 혹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과거의 남자에게는 끊임없이 모호한 신호를 보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두 남성 모두에게 상처를 주며, 독자의 시선에서는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이중성으로 다가옵니다.

 

미사코는 숙명속에서 단순히 피해자도, 단순한 사랑의 상징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녀는 선택과 책임 사이에서 침묵을 택한 인물이며, 그 침묵은 어떤 면에서는 비극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행동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때로는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인 결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미사코를 통해 '사랑'과 '책임' 사이의 간극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진정한 도덕성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 같습니다.

 

미사코에 대한 아키히코의 고백과 유사쿠의 독백

아키히코는 그간의 미사코의 행동에서 그녀에 관해서는 자신이 패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사쿠는 두 번 다시 그녀의 마음이 자기한테 향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에 가서도 미사코가 아닌 유사쿠의 독백으로 미사코의 상황을 결정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미사코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독자에게 맡기는 열린 결말에 가깝습니다.

 

소설을 읽었다면 유사쿠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유사쿠가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사쿠에게 있었던 일련의 상황들이 조금만 평범했더라면 그의 삶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상 깊었던 포인트

숙명이라는 제목이 작품을 읽을수록 강한 여운으로 다가옵니다.

  • 유사쿠와 아키히코가 같은 여자 미사코를 사랑하게 되는 부분

유사쿠와 미사코의 젊은 시절 '마지막 사랑'의 장면

  • 작별을 위한 의식, 운명에 대한 저항처럼 느껴집니다.

유사쿠오 아키히코의 극과 극의 인생, 그리고 질투

  • 같은 운명이었지만 다른 시작으로 두 사람의 인생이 다르게 변화된 상황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파고든 다른 작품 『악의』, 『붉은 손가락』

  •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심리 관계, 인간 내면의 악의 본질을 파헤치는 이야기
  • 가가형사가 등장하는 가가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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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11편 - 순서 & 한눈에 보기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복잡한 감정선과 인간 심리에 흥미를 느끼는 분
  • 운명, 선택, 삶의 아이러니 같은 철학적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
  • 비극적이지만 서정적인 감정의 여운을 좋아하는 분
  • 사건보다 그에 얽힌 사람들의 관계와 내면 심리에 더 주목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