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과 스릴러 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으로, 실제 역사 속 인물 히틀러와 가설을 허구적으로 엮어내었습니다.
특히 히틀러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숨겨진 비밀과 미스터리가 독자들을 긴장감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작가 특유의 빠른 전개와 영상미가 느껴지는 묘사 덕분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작품소개
강력한 도입부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 명문 사립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공연에 심취해 있던 소년을 향해 오토 바우만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아돌프 히틀러. 너를 내 부모와 형제, 그리고 인류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p10
뒤를 이어 다섯 발의 총성이 울립니다.
"우리는 아디 헌터(Ady Hunter)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부르지. 우리는 공식적으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팀이야." p37
'히틀러'가 살아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바우만,
아디헌터의 조직원이 되어 히틀러를 쫓던 바우만은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소년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살해 동기에 대해 입을 다물었던 바우만은 사형 집행을 사흘 앞두고 기자 '크리스틴 하퍼드'양을 불러 달라고 합니다.
소설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p71
히틀러가 이야기하는 귀신나방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암울하고 슬픈 느낌이 들며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소설 속에서 귀신나방은 반복되는 죽음을 상징하는 히틀러의 존재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바우만의 부탁으로 챠퍼펠이라는 독일식 바에서 기억상실증이라는 칵테일을 주문하자 '한스'는 '오토 바우만'을 거론합니다. 아마도 그 칵테일의 이름은 '한스'와 '바우만' 둘만 아는 이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한스가 하는 말이 머리를 맴돕니다.
"그분은 좋은 사람이에요. 지나치게 사람을 믿는 게 흠이지만." p371
택시기사의 질문
"챠퍼펠에는 또 다른 뜻이 숨어 있어요."
"뭐죠?"
"가장한 마녀."
택시기사는 누굴까? 아디헌터 중 남아있는 요원이 더 있었던 걸까요?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요?”
실존 인물에 허구와 가설을 섞어 어쩌면 있을 수도 있을법한 스릴러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히틀러라면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실험들, 그 실험이 성공했다면….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 몰입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만약이라는 가설은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자극하는 동시에, 두려움을 일으킵니다.
실제로는 일어날 확률이 없음에도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가정을 더욱 향상시키며 몰입하게 합니다.
나 혼자만의 감정일 수도 있지만 귀신나방은 어느 부분에서는 히틀러의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을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읽다 보면 왠지 모를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로, 그의 정책과 전쟁으로 인해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최악의 비극을 발생시켰습니다. 모든 인간이 절대 악이나 절대 선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를 결코 희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의 열린 결말은 잔인합니다. 이건 소설이 잔인한 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잔인합니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결말 부근에 가서 내용이 엉성해진 느낌도 있습니다.
아니, 바우만이 엉성해집니다. 여러 가지 의문점들에 눈을 가리고 그대로 내달립니다.
’바우만'이 뇌 이식을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은 재미있었습니다.
크리스틴 하퍼드 기자는 왜 죽이지 않았을까?
- 나를 아는 존재의 부재(不在)보다는 한 명쯤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을까요?
- 마지막에 와서 히틀러의 인간적인 모습이라도 보여 주려는 의도였을까요?
읽으면서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배경과 캐릭터의 영향이 크겠지만, 번역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 특유의 정서적 묘사보다 서구적 플롯을 따라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소설들을 보며 한국 문학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것 같아서 고맙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추천 대상
-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만한 소설을 찾는 분
- 미드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
- 실존 사실에 어딘가 있을 수도 있는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당신도 귀신나방을 만나볼 준비가 되었나요?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