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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이나래 <대리운전> 그날, 트렁크에 갇힌 건 결국 나였다

by handrami 2025. 5. 13.

안전가옥의 2022년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연쇄살인마와 청각장애인 「대리운전」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한 정통 스릴러 작품입니다.

 

대리운전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공포를 통해 독자에게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이나래 작가의 '대리운전' 책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23 작가:이나래 출판:안전가옥

작품소개

차례

  • 프롤로그: 트렁크 속 남자
  • 1 불운한 신의 아들
  • 2 지키기 못한 경찰
  • 3 어리석은 천재 예술가
  • 4 고요 속 아우성
  • 5 불완전한 확신
  • 6 희망의 거짓, 절망의 진실
  • 7 리피트(repeat)

 

이 작품에는 크게 3명의 인물이 나옵니다.

  • 도윤 :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가끔 청각장애인인 척하며 청각장애인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 수현 : 지구대 순경으로 평상시 실종 사건에 크게 관심 없었지만, 동생의 실종 이후 관할 실종 사건이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확신하고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몰래 전산을 이용해 실종자의 핸드폰 위치 추적을 시도하며 작은 증거라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태건 : 유명 도자기 명인의 아들로 잘생긴 외모로 작품보다는 외적 요인으로 유명한 예술가로 아버지를 뛰어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작품을 영혼이 없는 텅 빈 껍데기라 표현하는 글을 보게 됩니다.

 

어느날 도윤은 청각장애인 행세를 하며 태건의 자동차를 대리운전하게 되고 트렁크에서 의문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도윤의 도덕적 딜레마와 용기

이나래 작가의 대리운전은 한 젊은이의 내면적 갈등과 늦은 용기의 대가를 치열하게 그려낸 스릴러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 도윤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처음부터 "청각장애인인 척하라"는 불법적인 일이었습니다. 어느날 수상한 고객과 마주하고, 어느 순간 트렁크에 실린 납치 피해자의 존재를 눈치채게 됩니다.

 

도윤은 곧장 경찰에 신고하거나 대면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거나, 이 일이 공무원 시험이나 향후 인생에 불이익이 될 것을 염려해 눈을 감습니다. 그는 모른 척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가 쥘 수 있었던 더 나은 기회를 놓치게 만들고, 범죄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도윤을 끌고 갑니다.

 

결국 그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해 늦은 용기를 냅니다. 도윤은 범인을 막기 위해 몸을 던지고, 심각한 부상을 입는 대가를 치릅니다. 범죄는 마침내 해결되지만, 그것은 처음보다 훨씬 더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작품은 이기심이 아닌 용기가 늦더라도 결국 정의를 실현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초기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도윤의 심리적 갈등과 나약함, 그리고 뒤늦은 결단은 우리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이자 인간적인 본능의 그림자입니다.

 

이 작품은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이 항상 이상적인 순간에 가능하지 않으며, 때로는 늦은 용기 또한 값비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도윤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입니다. 위법과 양심 사이에서 흔들리고, 당장의 생존을 우선시하며, 정의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보통 사람의 모습입니다.

 

도윤의 상황이 실제상황이었다면 경찰은 불법 대리운전 여부보다는 피해자 보호 및 범죄 해결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도윤이 현실에서 신고했다면 불이익보다는 감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수현을 통해 바라본 나의 고통과 겹쳐질 때 비로소 진심으로 이해된다는 점

사람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고통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공감 회로는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떠올릴 때 가장 활발하게 작동합니다.

수현은 경찰로서 매뉴얼과 객관성이 강조되고 감정 개입이 제한되는 것도 당연하지만, 동생의 실종으로 그동안 자신이 실종신고를 하러 왔던 사람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타인의 고통이 내 일이 되었을 때, 무관심의 벽이 깨지고 시스템이 아닌 사람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순간의 외면과 선택이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를 강렬하게 그린 스릴러 정유정의 『7년의 밤』

 

대리운전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현실적 사회문제와 인간 심리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 사회적 무관심, 제도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
  • 긴장감 있는 스릴러 요소를 좋아하시는 분

보통 우리는 남의 고통 앞에 조용하고, 매뉴얼 뒤에 숨습니다.

그러나 대리운전을 통해 그날, 트렁크에 갇힌 건 결국 자신이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외면과 침묵으로 이어지던 무관심의 고리를 끊고, 누군가를 외면하는 일이 결국 자신을 외면하는 일임을 깨닫게 합니다.

진짜 용기는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