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만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면, 당신은 그에게 무슨 말을 전하겠는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한 소리라고 생각해.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소설은 그 다름 속에서도 우리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상실의 감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무라세 다케시 작가의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비극적인 열차 탈선 사고 이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기차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요소를 통해 상실의 아픔과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죽은 자를 만난다는 판타지적 설정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과도하게 나아가지 않으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치유하는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특히 ‘죽은 사람과 만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 않으며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중요한 규칙은 과거를 바꿀 수 없음을 명확히 하며, 주인공들이 상실의 아픔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합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죽은 이들과 마주하며 못다 한 이야기, 용서와 화해, 그리고 진심을 전하는 과정은 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이 만남은 비록 환상일지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치유와 남은 삶을 살아갈 용기를 선사합니다.
옴니버스 형식이 전하는 다양한 상실의 얼굴
이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유령 열차에 오르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상실이 남긴 슬픔과 후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용기를 섬세하게 다루어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나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 ― ‘아버지에게’
특히 작품 속에서 깊은 공감과 함께 마음을 저미게 했던 인물은 '아버지에게'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아들 유이치였습니다.
자식들은 때로 부모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유이치 역시 학창 시절부터 동네 작은 공무점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무시했습니다. 아버지의 배경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공부해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상사에 취직했지만, 성공 후에도 사회생활을 핑계로 고향집 방문을 꺼리며 아버지에게 무관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유이치에게 꾸준히 쌀과 반찬을 보내며 묵묵히 자식을 뒷바라지합니다.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2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된 아버지를 마주했을 때, 유이치는 큰 충격과 함께 이제껏 몰랐던 진실을 접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천대했던 자신의 직업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었는지, 그리고 사고 열차에 탑승했던 이유가 바로 아들인 유이치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함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유령 열차에서 아버지와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버지는 유이치에게 "넌 나약하지 않다. 진짜 약해 빠진 사람은 남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지 못하는 법이거든. 넌 강한 사람이다"라고 따뜻하면서도 호통치듯 깊은 사랑과 용기를 전합니다. 이 내용은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믿어주는지, 그리고 진정한 강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감동을 안겨줍니다. 자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묵묵히 헌신하는 부모의 진심이 드러난 부분으로, 보편적인 부모의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판타지 속에 담긴 현실적인 메시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죽은 이와 만나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이 만남을 통해 남겨진 이들이 자신의 슬픔과 마주하고, 후회를 극복하며, 궁극적으로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갈 힘을 얻는 데 그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작가는 판타지적 설정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감정, 즉 상실의 아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지속해야 하는 필연성을 매우 현실적으로 다룹니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슬픈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슬픔에 잠기는 것을 넘어, 살아 있는 동안의 관계와 매 순간의 가치를 돌아보게 합니다. 유령 열차가 점점 투명해지고 곧 하늘로 올라가 사라질 것이라는 설정은 기회가 영원하지 않음을 암시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유한성과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우리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짧지만 깊은 울림
이 책은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합니다.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기에 독서 초보자에게도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로 추천됩니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클리셰적이며, 반전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독자 개개인의 경험과 감수성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보편적인 상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와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재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했던 분들에게 진한 여운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상실과 애도, 그리고 회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비록 아픈 이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내어, 남겨진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이 책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경험했거나, 현재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는 분
- 관계의 소중함과 현재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은 분
-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끌리는 분
-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 분
- 인생의 의미와 인간 본연의 감정에 대해 성찰하고 싶은 분
히가시노 게이고 『비밀』
<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 여운이 깊은 감성 미스터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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