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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미나토 가나에 <백설공주 살인사건> 왜곡된 진실과 인간 심리를 파헤친 미스터리

by handrami 2025. 3. 28.

리사코의 통화 내용에서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는 '미키 노리코'가 시구레 계곡 숲속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소설은 사건 용의자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전화통화와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건에 접근하게 되고 그 내용은 모두 각자의 주관과 이기심이 들어간 이야기로 변형되어 들려줍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 중 처음으로 만났던 소설이었습니다.

몰입되어 한 번에 그대로 다 읽었던 소설 입니다.

 

몇 시간을 그렇게 읽다 보니 약간의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소설의 형식이 전화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보니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혼자 계속 이야기하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느끼게 될 줄 미처 몰랐습니다.

 

작품소개

백설공주 살인사건 제목도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나토 가나에 소설 백설공주살인사건 책표지편집이미지
Copyright ⓒ 2012 Kanae Minato / 2018년 김난주 역 재인 출판

 

차례

  • 1장 동료 1
  • 2장 동료 2
  • 3장 동창생
  • 4장 마을 주민
  • 5장 당사자
  • 부록  '시그레 계곡 여사원 살해 사건' 관련자료

 

소설은 '리사코'가 친구이자 주간지 기자인 '아카호시 유지'와 통화하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누군가와 전화로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그런 통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같이 동화에 등장하는 예쁜 아가씨들은 모두 마음도 예쁘잖아. 세상 사람들의 태반은 그런 동화를 당연한 듯 읽으면서 자랐을 텐데 어째서 현실에서는 예쁘면 성격이 나쁠 거라고 단정해 버리는지 모르겠어.  p11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외모가 별로였다고 표현되어도 영화로 바뀌면 주인공은 항상 이뻤던 것 같습니다.

 

 

리사코의 통화내용은 아카호시 유지를 통해 커뮤니티 사이트인 만마로에 올려집니다.

 

"이봐, 시로노 씨, 차 좀 준비해 줘. 그리고 미키 씨, 아니 아니, 노리코 씨가 가져오도록."  p59

 

 

각자의 기억과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된 이야기들은 어느새 용의자를 범인으로 만들어 갑니다.

 

 

당사자의 말은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저는 제 과거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괴롭힘을 당한 아이였을까요. 집념이 강하고 음흉한 여자였을까요. 제게 저주의 힘이 있었나요. 학창 시절에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았나요. 친구라고 할 만한 존재가 있었나요. 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요. P206
너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지 않은 내가 그렇게 밉니? p223
마음을 살해당한 저는 정처 없이 떠도는 수밖에 없습니다. p233

 

 

아마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득과 입장을 우선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 때문일지도.

 

나는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의 일상을 시작한다. P234

 

 

도서리뷰 후 감상평

자기 위주로 조작되고 가미된 이야기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옮겨 놓고 정보전달인양 위세 떨며 책임지지 않는 기자,

그것을 대중은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을 붙이고 흥밋거리로 만들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기정사실처럼 만들어 버립니다.

대중은 이야기의 당사자에 대한 배려는 없다. 이야기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재미있는 놀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글이 나왔던 그때보다 현재는 더 심합니다.

유튜브에서 보여지는 내용은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오염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던 사람들이 이제는 돈까지 손에 쥐여주니 날개를 달고 하늘을 높은 줄 모르고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이제라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보면 이제는 도를 너무 넘어섰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교묘하게 가십거리로 만드는 모습은 다른 이들보다 더 나쁘게 보입니다.

 

소설은 그런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백설공주 살인사건 소설 속에 있는 부록 이미지
백설공주 살인사건 소설 속 부록

부록이 소설이다

부록이 소설 일부라는 점이 참 기발합니다.

 

이런 구성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록으로 관련 자료를 넣어 놓고 거기에 사건의 결말을 넣어 놓는 형식은 신선했습니다.

 

오래전 그 시절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당시는 잡지 속에 흥밋거리의 이야기를 소설 속 부록의 모습처럼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누가 범인인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마지막 당사자를 읽고 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만약 당사자도 주관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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