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넘기는 소리 대신 수험서와 씨름하며 지내느라 블로그에 불을 켜는 것이 참 오랜만입니다.
다시 자판 앞에 앉으려니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짐 정리 중 서랍 구석에서 묘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마치 추리 소설 속 결정적인 단서(Clue)처럼 나타난 이 녀석, 바로 'Q-Stock' 주식 단말기입니다.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요즘 분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이 작은 기기는 투자자들에게는 '분신'과도 같았습니다. 무선 호출기(삐삐) 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주식 시황을 확인하던, 당시로서는 최첨단 '문명의 이기'였죠.
한 손에 들어오는 묵직함, 지금의 스마트폰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투박하지만, 저 작은 화면에 숫자가 뜰 때마다 심장이 뛰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추억의 연결고리: 이걸 사용하며 치열하게 시장을 읽으려 노력했던 그때의 열정이 떠오르더군요.

"2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건전지를 넣자마자 삑- 하는 비프음과 함께 화면이 켜졌습니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 있던 건 이 기기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공기, 이 기기를 손에 쥐고 설레였던 그때의 제 모습까지 한꺼번에 깨어난 기분이에요. 요즘 나오는 매끄러운 스마트 기기들에선 느낄 수 없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이 무게감이 오늘따라 유난히 뭉클하게 다가오네요."

희미해진 글자들을 보니, 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새삼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잠시 멈췄던 기록, 다시 시작합니다
11월 이후 글을 올리지 못했던 시간 동안, 저는 이 낡은 단말기처럼 조금은 멈춰 있었습니다.
사실 갑자기 도전하게 된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최근에 드디어 마쳤습니다. 11월부터 지금까지, 오직 이 시험만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소설 한 권 읽을 마음의 여유를 내기가 참 쉽지 않았네요.
지금은 시험을 무사히 끝내고 최종 합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다란 숙제를 하나 끝내고 나서 우연히 서랍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이 '골동품'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계는 멈춰도, 그 기기를 쥐고 있던 사람의 성장은 멈추면 안 되겠구나."
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매일 추리소설 리뷰를 올리긴 어렵겠지만, 이제는 제가 새로 읽어가는 삶의 페이지들을 조금씩 나누어보려 합니다. 오늘처럼 우연히 만난 소중한 일상의 조각 처럼요.
오랜만에 돌아온 이 공간이 여전히 반갑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