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을까?"
심리 서스펜스 소설 《성모》는 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책 소개
《성모》는 아키요시 리카코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날카로운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성모'라는 제목에서 오는 따뜻함과는 달리, "모성"이라는 존재의 양면성을 다룬 충격적인 작품입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차갑고도 서늘한 진실이 드러납니다.
독자에게 강한 불편함과 심리적 압박을 주는 서사로도 유명합니다.
호나미는 현재 마흔여섯 살. 세 살인 가오루가 세상에 태어난 건 마흔세 살 때다. 설마 그런 나이에 가오루를 품에 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p8
일종의 서술 트릭이자 자기 착각을 유도함으로써 사건을 감춘 채로 마지막까지 끌고 갑니다.
잔잔하던 소설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긴장감이 흐르는 소설로 갑자기 정체성을 변경합니다.
4살 남아의 살해사건은 주변 어린아이들의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주며 보호라는 울타리를 치게 됩니다.
일찌감치 범인을 드러내며 소설은 다른 부분에 집중하게 합니다.
독자는 점차 범행에 대한 부분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하며 모성과 광기의 경계를 따라가며 섬뜩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읽고 나서
《성모》는 불편하고, 무섭고, 또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모성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까지 용서받고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이 소설은 그 경계선을 넘어서서 독자에게 묻습니다.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고, 응징도 없이 끝나는 열린 결말을 택합니다.
사건에 대해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성으로 둔갑해버린 추악함을 성모라는 이름으로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짐작되었던 것들이 작가의 서술 트릭에 의해 다시 무너지기도 하고, 잘못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에서 쓰인 범행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모든 것들은 마지막 반전 이야기를 하기 위한 부분들로 짜여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머니의 선택을 사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성스러운 마음으로 딸을 품에 안은 채 손님을 맞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섬뜩했습니다.
이런 열린 결말은 어떤 의미로 열어 놓은 걸까요? 혼란스럽습니다.
일본의 강간죄 개정
사카구치와 다니자키 두 파트너 형사의 대화를 통하여 작가는 남녀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강간법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소설이 쓰인 2015년에는 그랬던 것들이 지금 읽고 있는 현시점에는 달라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의 강간죄에 대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2023년 7월 일본은 강간죄에 대한 개정이 있었습니다.
강간죄에서 '비동의 간음죄'로, 피해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적용하는 법으로 개정되어 남성 피해자도 강간죄의 보호 대상이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메건법
메건법(Megan's Law)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여 지역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법률입니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법이 도입되었습니다.
한국은 2010년 성범죄자 알림e 제도로 아동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법을 도입하였지만,
일본은 인권 침해 우려 등으로 현재까지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추천에 대한 견해
- 마음이 불안하거나 무거운 시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 가정 내 갈등, 심리적 학대 등의 소재에 민감한 분은 주의해서 접근하길 추천합니다.
- 추리소설의 한 장르로서만 바라보면 몰입되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 재미있거나 통쾌한 응징 등 그런 부분을 생각하시는 분은 비추천합니다.
마무리하며
《성모》는 ‘성스러운 어머니’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잔인함과 폭력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책 속에 기억에 남는 문장
여성인 걸 의식하지 않는다든지, 남자랑 똑같이 대한다든지 등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는 말이예요. 성별 차이는 이미 뚜렷이 존재하고 그 차이를 뛰어넘는 것과 뛰어넘지 못하는 게 있어요.
"여자라는 걸 의식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려는 게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성차별이에요.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 부족한 걸 보충하면 된다는 게 제 지론이예요."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