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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일본소설 - 그 외 작가

유키 하루오 『방주』 고립된 공간 속, 인간 본성을 탐색하는 밀실 추리극

by handrami 2025. 10. 15.

2019년 데뷔한 신예 작가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유키 하루오 작가의 방주는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강렬한 흡입력을 지닌 밀실 추리 소설입니다. 제한된 공간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 속에서 인간 본연의 어두운 면모를 섬세하게 파고들어, 독자들은 숨 쉴 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트릭과 반전을 넘어, 이 소설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유키 하루오 작가의 '방주' 책 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22 Haruo YUKI / 2023년 옮긴이 김은모 출판 불루홀식스

작품의 주요 주제와 핵심 메시지

방주'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미스터리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그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소수의 인물들(대학 등산 동아리 멤버 6명 사촌형1 길잃은가족3)이 산속 지하 건축물인 '방주'라는 폐쇄된 공간에 고립된 채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설정은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도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생존 가능성이 불확실해지자 등장인물들은 두려움과 의심, 그리고 생존을 위한 이기적인 본능을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누가 범인인지, 과연 살아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배척하며, 각자의 숨겨진 욕망과 비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비정함, 그리고 위선적인 모습을 신랄하게 고발하며, 위기 속에서 과연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진실과 기만의 경계' 또한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목적과 생존을 위해 거짓과 가면을 씁니다. 독자들은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꾸미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며, 이는 마지막 반전의 충격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독자는 자신이 믿었던 '진실'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소설 방주의 지하 모습
방주의 평면도 및 단면도

몰입을 넘어 성찰로 이끄는 경험

방주는 추리 소설로서 독자를 깊이 몰입하게 하는 뛰어난 가독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서사가 거침없이 전개되고 흥미진진한 상황 설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좀처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밀실 추리물 특유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독자들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범인을 추리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도록 유도하는 서술 방식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더 나아가 이 소설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섭니다. 작가는 제한된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심도 있게 파고들며, 독자들이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도록 만듭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살인 사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윤리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클로즈드 서클물의 정형화된 요소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반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충격적 반전과 『방주』가 뒤집는 것들

방주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코 '충격적인 반전'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작품의 결말에서 경험할 예측 불가능한 결말은 작품의 가장 강력한 인상으로 남습니다. 이 반전은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 지금까지의 모든 서사를 재해석하게 만들며 독자에게 깊은 잔상을 남깁니다. 다만, 이러한 반전이 선과 악의 전통적인 구분이 모호해지거나 전복되는 결말은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선한 의도나 도덕적 행위가 때로는 파멸을 부르거나 무력해지는 반면, 비도덕적이거나 냉정한 판단이 결과적으로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합니다. 이는 우리가 사회에서 절대적이라고 믿는 정의나 선이 실제로는 얼마나 상대적이며, 상황에 따라 쉽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기존의 가치관에 깊은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작가의 메시지 전달 방식

충격적인 마지막 결말은 '이렇게 끝나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단순한 권선징악의 틀을 넘어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의도로 보입니다. 세상이 언제나 정의롭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하거나, 또는 인간의 어두운 면모를 직시함으로써 오히려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일깨우려는 시도일 것입니다. 이처럼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작가가 전통적인 추리 서사의 틀을 깨고 독특한 시도를 감행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유키 하루오 작가는 2019년에 데뷔한 비교적 신예 작가입니다. 그는 에도가와 란포나 초기 야마다 후타로 같은 거장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십계살로메의 단두대등이 있습니다. 십계방주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성서 시리즈'의 일환이며, 방주의 미스터리 요소를 이어가는 작품입니다.

 

방주십계의 공통점은 성서의 제목을 사용하지만 실제 내용과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작가가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다른 추리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유키 하루오 작가는 현실의 사회 경험이 부족하여 현대 배경의 작품에는 자신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폐쇄적인 공간이나 독특한 설정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방주또한 이러한 작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실이라는 비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탐구하는 방식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경험할 가치 충분한 『방주』

유키 하루오 작가의 방주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재미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본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하는 작품입니다. 읽는 재미와 함께 깊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며, 작가 특유의 충격적인 반전은 이 작품을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만듭니다. 비록 결말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추리 소설의 새로운 시도와 인간 심리 탐구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방주에 올라타 미스터리한 여정을 경험해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방주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극한 상황 속 심리 묘사에 관심이 있는 분

작가 유키 하루오는 폐쇄적인 공간이나 독특한 설정 속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주역시 밀실이라는 비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인간 내면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므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모나 극한 상황에서의 반응에 호기심을 가지는 분들께 적합합니다.

 

  가독성 좋은 몰입감 있는 소설을 선호하는 분

술술 읽히는 가독성과 흥미진진한 상황 설정은 독자들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듭니다. 속도감 있게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반전과 곡예 같은 논리를 좋아하는 분

이마무라 마사히로 작가는 방주"그야말로 '곡예 같은 논리'"라고 추천했으며, 아키요시 리카코 작가는 "범인이 밝혀지고 난 후에도 방심 금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분들께 특히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독자분들께는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서사나 캐릭터성을 중시하는 분

방주는 추리나 퍼즐 요소에 강점이 있지만, 깊이 있는 서사나 인물의 내면적 성장에 크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 편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이나 촘촘한 이야기 전개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권선징악적 결말을 선호하는 분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방주』는 기존의 권선징악적 구도를 벗어난 결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정의의 실현이나 해피 엔딩을 바라는 독자분들께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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