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최주호에게 25년 만에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고교 동창 허동식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색한 만남에서 그는 이 땅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칠일파 일제 강점기에 고등계 형사로 악명을 떨쳤던 인물 노창룡의 자료, 특히 그가 사용하던 고문 자료를 따로 부탁한다.
차례
- 제1장 위험한 초대
- 제2장 시효는 없다
- 제3장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
- 제4장 치유의 전당
- 제5장 숨은 그림 찾기
- 제6장 무소처럼 뚜벅뚜벅
허동식에게 자료를 넘겨준지 며칠 후 노창룡이 자신이 허동식에게 전해준 고문 자료에 있던 방법으로 예전에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살던 폐가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살해된 피해자들의 몸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숫자를 통해……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글로만 뻔지르르하게 늘어놓는 것과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달랐다.
허동식에게 최주호는 묻는다. 명분이 무엇인지를…….
“명분은 없어. 우린 집행관으로서 역할을 할 뿐이야.”
“굳이 말하자면……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분노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
허동식도 자신을 선택한 송 교수에게 물었던 질문이었다.
“명분 같은 건 필요 없어. 가슴이 시키는 대로, 심장이 주문하는 대로 하면 되지.”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송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는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잖아. 그것 하나면 돼.”
그들은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명분을 찾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듯한 명분이라도 찾아야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명분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뜨거운 심장’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일에…… 결말을 생각해 봤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현재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다른 잡념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난 그게 두려워. 밑도 끝도 없이 덤벼드는 것 같아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싶었네.
“심장이 너무 뜨거운 게 탈이었어…….”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화가 될까?
그들도 세상이 변화되고 있다고 느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슈퍼맨이 되어 악당들을 응징하고 정의를 구현하고 싶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생각과 실천은 다르다. 그들이 실천의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 졌다.
세상은 송 교수와 허동식의 생각과 같이하는 이들이 반복되리라 생각된다.
그들도 명분을 찾을 것이고 결국은 찾지 못하고 그들만의 변명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집행관들과 함께, 심판의 광장에 뛰어들 것이다. 그래서 앞선 집행관들이 이루지 못한 꿈, 염원, 열정을 화려하게 복원시켜 줄 것이다.
집행은 멈추지 않는다
‘마누법전’ (인도의 가장 오래된 법전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 보복 주의다)
‘다르마’ (3세기 인도에서 정의와 복종의 증표로 사용하던 인형을 정의로운 가르침을 의미하는 다르마 인형이라 불렀다)
작가의 말
“검찰에게 쥐여 있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부패한 권력자를 엄벌하라고 국민들께서 빌려주신 것이다.”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정의 실현을 졸필(拙筆)로나마 구현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소설은 흡입력 있게 그대로 한 번에 읽혔다.
갑질 세상에 대한 통쾌한 복수, 마냥 통쾌하지는 않았다.
그럴 수 있을까?
소설 속 표현의 인간쓰레기들이라도 개인이 집적 처단한다는 것이 명분을 얻을 수 있을까?
소설 속에서도 집행관의 개인적인 사유와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였지만, 결국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지 못했다.
집행대상자는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하여 결정한다고 하였지만, 그것도 실상은 몇몇에 의해 정해지고 있었다. 특히, 그 결정에 권력자라 할 수 있는 이가 함께 하는 부분 등은 마냥 통쾌할 수 없었다.
좋은 뜻과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집행관의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폭력과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적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적 관계에서 오는 선함은 인간쓰레기 같은 이들도 누군가에게는 착하고 좋은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처럼 말이다….
공정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는 사회, 인간쓰레기가 법으로 처벌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 소설로 대리 만족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