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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일본소설 - 그 외 작가

테라시마 요우 『나에게만 보이는 살인』 3년의 시차를 보는 눈, 축복인가 저주인가

by handrami 2026.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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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2023 Yo Terashima 권하영 옮김 출판 북플라자

혼란스러운 이 세상에도 규칙과 법칙이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하는 프롤로그의 강렬하고 잔혹한 살인 묘사는 '내가 지금 어떤 소설을 고른 걸까' 하는 당혹감을 안겨주며 단숨에 시선을 빼앗습니다. 9신초미스터리 대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초반 흡인력이 대단합니다.

 

3년의 시차를 품은 오른쪽 눈

주인공 오자키 사에코는 약혼자 키시모토 유스케와 오토바이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습니다. 다친 다리는 서서히 회복되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은 돌아오지 않아 형사과에서도 밀려납니다. 그러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사고 현장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납니다. 잃었던 시력이 돌아옴과 동시에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시차는 정확히 '211개월 282시간 13분' 주인공은 이 기이한 눈으로 참혹한 살인 사건을 목격하지만, 스스로를 사건의 당사자나 목격자가 아닌 '방관자'라 칭합니다. 지나간 비극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일까요.

 

정통 경찰 소설과 특수 설정의 균형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특수설정 미스터리'이지만, 소설은 비현실적인 능력을 남발하지 않습니다. 자칫 만능처럼 보일 수 있는 초능력을 과거의 참상을 목격하는 정도로만 절제해 활용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수 설정을 한 겹 걷어내고 보면, 이야기의 뼈대는 논리적이고 속도감 있는 정통 수사물의 문법을 충실히 따릅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서로의 가시가 상대를 찔러 상처 입히고 마는, 고슴도치 같은 가족도 있습니다."라는 문장처럼 사건 이면에 놓인 가족의 딜레마를 짚어내는 시선 또한 돋보입니다.

 

짙은 몰입감과 남겨진 아쉬움

다만 이야기의 높은 몰입도 뒤로 짙은 아쉬움도 남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일가족 4명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잔혹하게 살해하던 강렬함에 비하면, 결말부의 힘은 다소 약하게 느껴집니다. 정교한 트릭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살인 장면의 묘사가 과할 정도로 잔혹했던 것에 비해, 범인의 서사나 그토록 잔인해야만 했던 동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 책을 잡으면 멈추기 힘들 만큼 전개가 빠르고 흡인력이 뛰어납니다. 사건을 완전히 닫기보다 계속되는 수사를 암시하며 끝을 맺는 만큼, 다음 후속작을 염두에 둔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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