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이라는 SF적 설정을 이용해, 죽음을 앞둔 아들이 과거로 가서 일어나는 부자 간의 사랑을 다룬 따뜻하면서도 슬픈 판타지 휴먼 드라마입니다.
소설은 "미래를 바꾸는 것"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시간여행의 목적이라는 독특한 시선을 제시합니다.
소설을 읽고 나면 프롤로그에 나왔던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라는 문장이 너무도 간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한 색은 적지만, 감정선을 깊게 표현합니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읽기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소개
미야모토 다쿠미와 그의 아내 레이코가 병실에서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 도키오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유전성 질환으로 뇌신경이 차례차례 죽어버리는 병으로 대개 십대 중반까지는 아무런 징후도 나타나지 않지만 그 시기를 경계로 증상이 나타난 후 서서히 죽어가는 병으로 묘사됩니다.
허구의 병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종종 실존하지 않는 병이나 기술을 통해 인물 간의 감정, 시간적 설정, 운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풀어가는 방법으로 사용합니다. 『아들 도키오』에서도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을 통해 다음과 같은 요소를 전개합니다.
- 시간이 한정된 생명이라는 극적인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 가족 간의 이별과 재회라는 감정의 깊이를 더욱 극대화합니다.
- 주인공 도키오가 왜 미래에서 현재로 왔는지에 대한 근거로 설정합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질병을 소설적 긴장감과 감동을 위한 장치로 사용합니다.
도키오가 누워있는 병실에서 미야모토 다쿠미는 아내 레이코에게 말합니다.
"옛날에 나는 도키오를 만났어."
"이십 년도 더 된 일이야. 나는 스물세 살이었지." p23
소설은 철없던 젊은 시절의 다쿠미를 아들 도키오가 찾아가 만났던 이야기를 합니다.
미래에서 과거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SF적 설정을 제외하면 다른 SF적 요소들은 거의 없습니다.
미래에서 온 아들 도키오와의 평범한 대화가 사실은 평범한 일은 아니지만 소설의 내용상 과거를 바꾸기 위해 미래의 요소를 이용하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으로 나옵니다.
아들과 아버지의 애틋한 감정을 그리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감동이 잔잔히 흐르는 SF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23살 아버지, 19살 아들. 과거로의 기적 같은 시간여행! 그런 면에서 SF적 판타지 내용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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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옮긴이 문승준 출판 비채 | 2008년 옮긴이 오근영 출판 창해 |
감상 포인트 : 도키오가 과거로 간 이유는?
1. 죽기 전에 아버지를 좀 더 알고 싶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병으로 생의 끝을 앞둔 시점에, 도키오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는 간절한 소망을 품지 않았을까 합니다.
2. 말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평소 전하지 못했던 감정—존경, 사랑, 외로움—을 직접 표현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과거의 아버지는 아직 젊고, 도키오가 죽어가는 미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아버지-아들의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아버지에게 무언가 남기고 싶어서
도키오는 자신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버지가 살아갈 수 있도록, 작별의 준비를 통해 아버지가 미래에 겪을 상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4. 자신이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을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과거로 간 도키오가 했던 말이 다시 도키오를 태어나게 하는 연결고리였기 때문입니다.
제한적인 SF적 요소를 사용함으로써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운명을 바꾸지 않고 사랑을 전달하는 요소로 사용합니다.
시간이 아닌 감정이 가족을 연결합니다.
미래를 알면서도 과거를 바꾸지 않는 용기
도키오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감사하며 그런 애틋한 마음을 남깁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남는다
아버지는 도키오와 보낸 며칠을 또렷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딘가 마음에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부분은 감정이란 것이 시간보다 오래 남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도키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는 ‘사랑의 감정’이라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서 잊힌다 해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게 만듭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은 운명을 바꾸지 못해도, 누군가의 마음은 바꿀 수 있다는 진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미야모토 다쿠미가 아들 도키오에게 힘껏 외치며 끝납니다.
"도키오, 아시쿠사 하나야시키에서 기다릴게!"
“시간을 건너 닿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아버지의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아들 도키오』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들려주는, 추리도 범죄도 아닌 사랑과 기적의 이야기입니다.
한 번쯤, 아버지에게 혹은 자식에게 “기다릴게”라고 말하고 싶어진다면,
그건 아마 『아들 도키오』를 제대로 읽었다는 증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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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키오』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아들과 아버지의 부성애를 느껴보고 싶은 분
-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
-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을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
- 감정에 집중된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