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 시리즈 세 번째로 전직 '미야타리' 형사 '쓰키자와 가쓰시'의 죽음을 통하여 숨겨진 진실과 조작된 이야기를 조사하는 이야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하여 작가 생활 40년이 되었습니다.
《마녀와의 7일》은 그의 100번째 작품이라는 기념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소개
○ 책내용(스포일러 없음)
미야타리 형사였다가 퇴직 후 보안회사에서 잠입 감시원을 하던 아버지가 살해 당해 유품을 정리하던 '쓰키자와 리쿠마'는 통장에서 거금의 입출금을 발견하고 친구 '미야마에 준야'와 함께 조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리학연구소의 '우라하 마도카'를 만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복동생 '데루나'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마도카는 데루나와 리쿠마를 위해 범인을 찾아주기로 마음먹고 그들과 함께 사건을 조사합니다.
그들을 도와주는 인물로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마도카의 보디가드를 했던 반가운 인물 '다케오'가 등장합니다.
이전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독자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로 '와키사카'형사가 나옵니다.
○ 작품속에 존재하는 용어 알아보기
미야타리형사
몽타주를 기초로 범인을 찾아내는 형사입니다. 소설 속에서 AI에 밀려나 점점 자리를 잃고 퇴직한 쓰키자와 가쓰시의 형사일때 전문 분야로 표현됩니다. 그는 AI보다 인간이 더 우수하다고 굳게 믿는 형사로 인간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하는 전직 형사로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그런 전문 형사는 없었습니다. 몽타주가 사건에 도움을 주지만 결국 몽타주는 여러 사건 해결의 하나의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익스체드
리쿠마의 이복동생 데루나를 '익스체드'라는 말로 표현 합니다.
선천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뇌에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로 장애와 맞바꿔 능력을 얻었다는 데서 '바꾸다'라는 뜻의 '익스체인지드'를 줄여 만든 말이라고 표현합니다.
현실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은
-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특정 발달장애(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 중에 음악, 수학, 기억력 등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번트’는 의학적 임상적 용어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것은 의도치 않게 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합니다. 비유적으로 언급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 스필린터 스킬(Splinter Skills)
전체적인 발달은 지연되지만, 한가지 기술(숫자 기억, 퍼즐 능력, 절대음감 등)만 도드라지게 뛰어난 경우라고 합니다.
감상 포인트 : 생각해볼 문제
인간과 AI 간의 영역 문제 경쟁인가 보완인가?
소설은 미야타리 형사라는 직업을 만들어 AI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는 인간 형사를 표현합니다.
인간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를 통해 AI가 발견하지 못한 범인을 찾아내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결국 그 형사가 현재는 AI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을 하고 있음을 표현합니다.
작가는 AI의 정형화된 작업과 인간의 감정 및 창의적 사고라는 고유 영역을 보완이라는 것으로 해결하고 싶은듯합니다.
최근 AI는 창작, 예술, 감성적 대응까지 흉내 내고 있습니다.
과연 인간의 고유 영역이 남아 있을까요?
불특정 다수의 DNA 채취 데이터베이스화
본인에게 무단으로 그런 일을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이 위법이다. p54
권력은 그동안 이러한 법적 행위를 지켜 왔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소설도 이 부분에서 권력자들의 그들만의 세상에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어두운 면을 많이 보여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찬성의 의미를 정말 그런 것에만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개인의 생물학적 정보가 국가에 통제당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더는 개인이라는 프라이버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문제가 비단 우려라고 말하기는 그동안의 행태로 보아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데이터의 사용을 결정하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세상은 어느새 점점 더 많은 개인의 정보들이 데이터화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고 결정하는 인간이 그만큼 윤리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되었는가를 생각하면 너무도 무섭고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런 정보로 어떤 인간들은 다른 평범한 인간을 통제하려고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장악당한 도박은 레저가 되고, 장악을 벗어난 도박은 범죄가 된다
도박에 대하여 소설은 도덕적 문제가 아닌 권력과 통제의 관점에서 비판적 시선을 보여줍니다.
공영 도박장은 돈이 정부로 들어가고, 불법 카지노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금지한다. 돈이 흘러가는 곳이 반사회적인 세력이기 때문이라는 건 궤변이죠. 결국 도박장을 운영할 권리를 국가에서 장악하겠다는 거잖아요. 정말로 국민의 행복을 바란다면 인생을 망쳐버릴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영 도박장이든 불법 카지노든 마찬가지니까요. 하지만 정권을 쥔 자들에게 그런 발상은 없겠죠? 이 문제에 관해서는 국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거예요. p374
도박 자체의 문제보다 관리되지 않는 도박에 대한 문제로 바라본 시선
도덕이나 윤리보다 통제력의 유무에 따라 정당화된다고 말합니다.
사실 국가는 복권이라는 제도를 통해 서민의 작은 희망을 자극하면서 얻은 이익을 공익이라는 명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양면성을 보이는 문제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간혹 방송에서 불법 도박으로 문제가 되는 연예인의 뉴스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그 연예인의 도박을 통해 비도덕성을 욕합니다.
그들의 잘못이 도박일까요? 불법 도박장의 사용일까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다고 뉴스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조지 오웰 : 국가가 허용한 도박은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무마하는 마취제의 기능을 한다.
영화 헝거게임과 오징어 게임에서 오웰적 시선이 연결됩니다.
극한의 도박 구조를 만들고 그걸 권력이 허용하고 이용하는 구조가 바로 오웰의 「1984」가 말하는 세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인상 깊었던 포인트 :
"너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 최소한 나한테는 그래." p378
리쿠마에게 준야가 한 말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이런 친구가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인간은 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 그건 경찰도 똑같아." p382
와키사카 형사의 자조적인 이 말이 비판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 시리즈‘ 리뷰 보기
▷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과학으로 풀어내는 미스터리, 라플라스 시리즈 첫 번째
▷ 히가시노 게이고 <마력의 태동> 상처 입은 이들과 함께하는 '라플라스 시리즈' 두 번째
라플라스 시리즈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추리소설을 좋아하면서 사회비판 소설을 좋아하는 분
- 현실 사회의 구조와 문제에 관심 있는 분
- 비관적 현실 속에서 철학적 질문을 좋아하는 분
- 약간의 오컬트적 요소를 좋아하는 분
라플라스 시리즈는 추리소설이지만 전통적인 추리의 쾌감보다는 그 해결책의 대부분은 과학적 능력과 예측의 논리에 근거하여 제시됩니다. 이는 마도카의 능력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로 인해 해결 방법에서 독자들이 깊이 공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소설에서 인물의 심리를 깊이 다루지도 않습니다. 마도카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그저 상상해서 만들어 갈 뿐입니다.
어찌 보면 사회 비판적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쓰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마녀와의 7일》은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으로 독자를 끌어들입니다. 반전보다는 정서적 몰입이 더 인간적으로 와 닿아서 끝까지 놓을 수 없게 합니다.
끝으로 리뷰를 마치며 리쿠마와 데루나의 관계가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