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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마더 크리스마스> 추리의 거장이 어른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그림동화

by handrami 2025. 6. 3.

용의자 X의 헌신 』,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인간 심리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예측 불허의 반전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작품 세계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동화까지 출간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2001스기타 히로미의 따뜻한 삽화와 함께 세상에 나온 이 작품은, 2002년 비움 출판사에서 산타 아줌마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되었다가, 2018년 소미미디어에서 마더 크리스마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마더 크리스마스'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01 Keigo Higashino / 2018년 옮긴이 양윤옥 출판 소미미디어

작품소개

겉보기에는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듯하지만, 마더 크리스마스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른들의 가슴에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동화는 “왜 산타클로스는 항상 백인 남성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기에 미처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마더크리스마스 2018년 소미디어 표지1
히가시노 게이고 마더크리스마스 2018년 소미디어 표지2
히가시노 게이고 산타아줌마 2002년 비움 책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산타아줌마 2002년 비움 책표지 2
2018년 옮긴이 양윤옥 출판 소미미디어 2002년 옮긴이 이선희 출판 비움

2018년 소미미디어 출판 마더크리스마스 中
2018년 옮긴이 양윤옥 출판 소미미디어 마더 크리스마스 내용 中

 

2023, 디즈니 실사 영화『인어공주』에서 주인공 '에리얼' 역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된 것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원작 훼손"이라는 비판과 "다양성 존중"이라는 옹호가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더 크리스마스와 디즈니의 『인어공주』 는 모두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다양성을 옹호한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접근방식과 이야기의 초점, 그리고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었다는 전제하에, 저는 좀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자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과 비교하여 이야기를 확장해 보려 합니다.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에리얼 이미지
2023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할리 베일리 주연 영화포스터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에리얼 첫 등장 2023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할리 베일리 주연

 

1. 접근방식의 차이: 확장 vs 변경

마더 크리스마스는 기존의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대체'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확장'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흑인 여성이 산타클로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 산타클로스라는 개념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산타클로스가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반면,『인어공주』캐스팅은 기존의 인어공주 에리얼의 외형을 직접적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는 원작 캐릭터에 대한 팬덤의 애착과 기존 이미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반발감을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2. 이야기의 초점 차이: 사랑 vs 캐스팅

마더 크리스마스'누가' 산타클로스가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랑과 희망을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흑인 여성 산타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꿈을 응원하는 모습에 집중하며,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은 외형이 아닌 내면에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다양성을 '수단'으로 활용하여 사랑이라는 '본질'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인어공주』캐스팅은 영화 자체보다 '누가' 인어공주가 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영화의 내용이나 메시지보다 캐스팅의 적절성 여부가 더 큰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다양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다양성 그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3.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차이: 포용 vs 분열

마더 크리스마스"외모나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랑을 베풀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흑인 여성 산타는 단순히 다양성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사랑과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긍정적인 가치에 집중하여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메시지입니다.

 

『인어공주』캐스팅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그 방식에 대한 이견이 분열을 일으켰습니다. 캐스팅 자체에 대한 논쟁이 과열되면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다른 메시지들이 희석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다양성을 강조하려 했지만, 오히려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입니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마더 크리스마스를 통해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마더 크리스마스는 흑인 여성 산타라는 설정을 통해 다양성을 포용하고 사랑과 나눔의 가치를 강조하는 따뜻한 동화입니다. 이 작품은 2023년 인어공주 캐스팅 논란처럼 특정 캐릭터의 외형 변경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넘어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합니다. , 2023년 인어공주 논란과는 다른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더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다양성 옹호를 넘어, 사랑과 포용이라는 더 큰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어공주 캐스팅 문제가 만약 에리얼에게 동생이나 언니가 있다는 설정으로 접근했다면 어떠했을까요? 같은 논란이 일어났을까요? 아니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더 크리스마스와 같이 확장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도가 되었을까요? 어쩌면, 디즈니는 에리얼의 가족을 통해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말이죠.

 

 

저 또한 어릴 적부터 빨간머리 백인 인어공주를 보며 자랐고 그 모습이 인어공주 에리얼이라고 생각했었기에 흑인 인어공주라는 다양성이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23년 흑인 인어공주를 보면서는 "다른 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인어공주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획일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다양성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인지도 모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란다. 마음이 따뜻해야 진짜 산타가 될 수 있는 거야."

이처럼, 마더 크리스마스는 흑인 여성 산타를 통해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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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크리스마스는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색다른 면모를 접하고 싶은 분
  •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찾는 분
  • 어린이와 함께 읽을 책을 찾는 부모님
  •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넓히고 싶은 분
  •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는 분
  •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동화를 찾으시는 분

마더 크리스마스는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의미 있는 동화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