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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몽환화> 책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

by handrami 2025. 4. 23.

트릭이나 범인 찾기보다는 '과거에 얽힌 진실'에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세대를 넘나드는 가족 간의 기억, 죄책감, 침묵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노란 나팔꽃 몽환화(夢幻花)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 사라지게 만든 꽃입니다.

단순한 식물이 아닌 진실을 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잊히고 싶은 기억이기도 합니다.

당시의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 했던 태도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몽환화' 책 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13 Keigo Higashino / 2014년 옮긴이 민경욱 출판 비채

작품소개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1

신이치와 가츠코 부부와 한 살 된 딸아이의 평화로운 모습이 끔찍한 살인사건의 모습으로 변할 줄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가모 소타'와 '이바 다카미'의 풋풋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만남 프롤로그 2

2의 풋풋한 연애는 아버지의 이메일 체크가 있고 난 뒤 다카미의 일방적인 단절로 끝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프롤로그 2로부터 10년이 흐른 후(요스케의 나이가 서른일곱으로 나옵니다)

 

할아버지 슈지가 손녀 리노에게 해주는 따뜻한 위로의 말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공부를 아직 못 찾은 것뿐이다.”
“다만 발견하는 게 좀 어려울 뿐,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단다.” P46

 

 

리노는 할아버지의 꽃 사진과 함께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하다가 노란색 꽃이 핀 화분을 보게 됩니다. 그 꽃을 비밀로 하자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통화 후 할아버지 집으로 간 리노는 슈지의 죽음을 목격합니다.

 

슈지의 죽음으로 리노는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피운 꽃에 대해 의문을 품습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소타와 함께 리노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꽃에 대하여 조사하게 됩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

2011311일 오후 246분경 일본 도호쿠 지방, 미야기현 동쪽 해상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여 약 2만 명의 사망 및 실종과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재난사고입니다.

 

이 지진과 이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세계적인 원전 사고를 촉발시켰습니다.

이때 방사능 누출은 체르노빌과 동급의 재해를 가져왔습니다.

 

소설 속 소타는 원자력공학과에서 명칭을 바꾼 물리 에너지공학 대학원을 다니는 설정입니다.

작가는 소타를 통해서 아마도 그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항을 일으키고 있는 원자력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소타'를 통해 제시하는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의도

원자력공학과 대학원생인 소타는 일련의 사건을 겪기 전 원자력과는 연을 끊겠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일본 사회는 안전할 것으로 믿었던 원자력 발전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원자력 업계의 장기적 위축이 예견되는 상황이며,
  • 일본 내 원전 재가동 반대 여론은 물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전면 중단,
  • 취업 시장에서도 관련 일자리 감소 및 사회적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 결말에서 소타의 변화된 입장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세상에는 빛이라는 유산도 있어."
"모른 체해서 없어지는 거라면 그대로 두면 되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잖아?"
  P409 P420

다카미가 몽환화로 인해 짊어졌던 책임에 대한 의미로 말한 것을 소타가 그대로 써먹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남긴 것은 혜택뿐만 아니라 피해와 부담이기도 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로 이어진 책임에 대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현재와 미래 누군가는 감당해야만 하는 책임, 외면할 수 없는 윤리와 세대 간의 정의의 문제입니다.

기술의 혜택과 함께 그림자와 그에 대한 책임을 정면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목소리라 생각됩니다.

 

감상 포인트 : 몽환화와 원자력 발전의 재난

몽환화라는 꽃을 둘러싼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는 세대 간으로 이어진 책임의 무게를 이야기합니다.

이를 원자력 발전의 문제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숨겨진 진실

과거로부터 만든 잘못, 혹은 위험을 감추려는 태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정부나 기업이 취했던 대응과 겹쳐 보입니다.

 

전해재는 책임

비밀을 덮고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 문제는 결국 다음 세대로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점은 원전 사고와 매우 닮았습니다.

 

유산의 양면성

꽃이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할 수 있다는 설정은 원자력의 혜택과 위험성의 이중성을 표현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회문제를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몽환화를 통해 누구의 잘못인가를 논하지 않습니다. 그저 책임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이 집필된 시기를 보면 당시는 아마도 재난에 대한 실질적 문제를 짚어보는 시기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사회가 직면한 딜레마를 문학적 시선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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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타락을 이야기하는 『브루투스의 심장』

 히가시노 게이고 <브루투스의 심장> 누구나 내면에 배신을 품고 있다

 

살인자의 가족을 통해 바라본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이야기 『편지』

▷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는 용서의 의미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는 언제나 그 본질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작품 속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몽환화』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가볍지 않은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
  •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소설을 선호하는 분
  • 세대 간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
  • 잔잔한 여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