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출생으로, 9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한 대만계 일본인 히가시야마 아키라에게 제153회 나오키상의 영예를 안겨준 소설 『류(流)』는 대만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소년이 겪는 성장과 가족의 비극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1970년대 대만의 습한 공기와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과 가족사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시대적 상징성: "하늘이 무너진 날"과 개인의 비극
소설은 1975년 대만의 절대권력자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서거와 함께 시작됩니다. 당시 대만 사람들에게 장제스는 언젠가 본토를 수복해 고향으로 데려다줄 신화적 존재였습니다. 특히 주인공 '예치우성'의 가족과 같은 외성인(본토 출신)들에게 그의 죽음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갈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거대한 상실이었습니다.
작가는 이 '국가 지도자의 죽음'이라는 거대 담론 바로 다음 날, 주인공의 할아버지 '예준린'이 살해당하는 사건을 배치합니다. 국가적 재난과 개인적 비극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며, 소설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감춰진 미스터리의 서막을 엽니다.
전쟁의 허무와 인간의 본능
“이쪽과 싸워서 저쪽에 들어가거나 이쪽에서 밥을 먹여주니 이쪽편이 되는 거지. 공산당도 국민당도 하는 짓은 같아. 다른 마을에 마구 쳐들어가 돈과 먹을거리를 빼앗았지. 그렇게 백성들을 먹어 치우며 같은 일을 되풀이했어. 전쟁이란 그런거야.”
작품 속 대사는 이념보다 생존이 우선이었던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대의명분 뒤에 숨겨진 폭력성을 폭로하며, 할아버지의 과거가 왜 비극의 씨앗이 되었는지를 암시합니다.
'노스탤지어'와 '폭력성'의 공존
이 소설은 딱딱한 역사 소설에 머물지 않습니다.
- 생생한 성장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소년의 싸움, 사랑, 방황이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묘사됩니다.
- 팽팽한 긴장감: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구조가 독자를 끝까지 몰아붙입니다.
- 감각적 묘사: 70년대 대만의 거리 풍경, 독특한 음식의 향취, 습한 공기의 냄새까지 손에 잡힐 듯 구현하여 독자를 그 시절 대만으로 초대합니다.
왜 제목이 『류(流)』인가?
- 시간의 흐름: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상징합니다.
- 혈연의 흐름: 산둥성에서 대만으로, 다시 대만에서 산둥성으로 이어지는 끊을 수 없는 피의 유대를 의미합니다.
- 원한의 흐름: 과거 전쟁의 상처가 세대를 타고 흐르며 현재의 비극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관통합니다.
『류(流)』는 결국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거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소년의 뜨거운 발자취입니다.
『류(流)』 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
● 이 소설은 일본 소설에서 느끼기 힘든 독특한 야성미와 서사적 무게감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 주인공 예치우성의 성장담을 따라가는 문체가 저돌적이고 거침없습니다.
● 가문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홍콩 느화르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줍니다.
●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의 사적 복수극과 대만의 아픈 현대사를 절묘하게 엮어냈다는 점입니다.
● 국적을 초월한 보편적인 울림, 작가는 일본어로 글을 썼지만, 그 속에는 대만과 중국의 정서가 녹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