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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한국소설

공지영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두 개의 언어로 쓰인 하나의 이별

by handrami 2026. 3. 30.

한일 공동 집필 프로젝트

공지영&츠지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공지영 / Copyright ⓒ Hitonari Tsuji 2005 김훈아 옮김 소담출판사

이 소설은 2005년 한일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공동 집필 프로젝트라는 점을 알고 계신가요?

단순히 비슷한 이야기를 각각 쓴 것이 아니라,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서로의 원고를 주고받으며 이어 쓰는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공지영 작가가 의 시점, 일본에서는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준고의 시점을 맡아 같은 시간대의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공지영작가
츠지 히토나리 작가

연재와 출간, 그리고 드라마화

2005년 소담출판사 2024년 소담출판사

 

20055월부터 12월까지 한국에서는 한겨레신문에서 먼 하늘 가까운 바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고, 일본에서도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연재된 이 작품은 같은 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어, 이세영이 최홍 역을, 사카구치 켄타로가 아오키 준고 역을 맡아 6부작으로 방영되었습니다. 드라마 공개에 맞춰 원작 소설도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어 다시금 주목받았습니다.

두 작가의 문체와 인물 설정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공지영 작가가 한국 특유의 맺힌 정서와 적극적인 감정 표현을 에게 부여한 반면, 츠지 히토나리 작가는 일본적인 절제와 간접적인 화법을 준고에게 담아냈다는 겁니다. 두 작가는 각자의 문화적 정서를 인물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교차 독서(Parallel Reading)의 재미

처음에는 추리소설을 읽듯 접근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 개의 서로 다른 진술을 통해 읽어가며 하는 교차 독서(Parallel Reading)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서로 다른 시선과 사랑의 표현

초반에는 홍의 서술이 감정에 깊이 몰입되어 있어 다소 주관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반면 준고의 시선은 비교적 차분하고 상황 중심적으로 전개되지만, 감정의 핵심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다소 거리감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니, 이 차이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랑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관계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기억과 감정의 재해석

이 작품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점은,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이 그 기억을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이고 간직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같은 대화와 같은 순간이 시간이 흐른 뒤 각자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적인 매력입니다.

또한 두 작가의 문체 대비 역시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감정에 깊이 스며들게 하는 서술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게 만드는 서술이 교차되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한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적 감각이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긋나는지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엮인 감정과 보편적 사랑 이야기

이 작품은 엇갈림’, ‘기다림’, ‘오해라는 비교적 익숙한 감정선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래서 인물들이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많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이 관계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져 온 시간에 대해 조용히 이해해보게 됩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완벽한 사랑의 이야기라기보다, 엇갈린 방식으로 끝까지 남아 있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감상과 결론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들의 사랑이 정답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시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조심스럽게 이들의 이야기에 작은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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