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의가 모이는 밤』은 일본에서 1996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꽤 시간이 흘러 2022년 5월 25일에야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서점에서 강렬한 표지와 시선을 사로잡는 띠지 글귀를 보며 자연스럽게 손이 갔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띠지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니 더욱 궁금해졌었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니시자와 야스히코 작가님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조인계획』 속 '범인이 사건을 추리한다'는 설정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를 이 책으로 이끌었으니, 제게는 이미 성공적인 유인이었던 셈입니다.
작품소개
이 소설은 쓰여진 시기(1996년)와 현재의 차이로 인해 흥미로운 안내 문구가 덧붙여져 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핸드폰이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시기입니다'라는 설명입니다. 당시에는 굳이 필요 없었을 이 문구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작품 속 배경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이야기는 폭우가 쏟아지는 산속 외딴 별장에서 시작됩니다. '무토베 마리'가 충격적으로 여섯 구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며, 이와 동시에 시내에서 발생한 다른 살인사건을 쫓는 '미모로 카츠야' 형사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별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무토베 마리'의 시점으로 따라가는 동시에, 형사의 시점을 통해 두 사건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드러나는 구성이 몰입감을 높입니다.
불편한 인물들, 독특한 설정들
솔직히 말하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선뜻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제대로 된' 인물은 많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역 신문의 '오늘의 운세'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유로 저마다 다른 목적을 안고 별장에 모인 사람들이 벌이는 기묘한 상황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죽음의 방식들이 소설의 핵심을 이룹니다. 작가 스스로도 '누군가는 SF라고 농담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할 만큼 기발하고 예측 불허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비로소 '살의가 모이는 밤'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때때로 정신없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흡인력 있게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어떻게 이 복잡한 상황이 마무리될지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반전과 결말은 상당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모든 의문이 한순간에 해소되는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니시자와 야스히코 작가님은 이 작품을 '결점투성이 실패작'으로 여기지만 동시에 '보다 작가다운 작품'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니시자와 야스히코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반전을 맛볼 수 있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스무 권이 넘는 책을 낸 후에도 데뷔작인 『일곱 번 죽은 남자』를 뛰어넘는 작품을 내지 못했다고 하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일곱 번 죽은 남자』 역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의가 모이는 밤』은 니시자와 야스히코 특유의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트릭, 그리고 예측 불허의 반전을 즐기는 독자분들께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설정이 매력적인 추리소설
사카키바야시 메이 - 『 15초 후에 죽는다 』리뷰보기
『살의가 모이는 밤』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독특한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분
- B급 감성의 유머 코드를 즐기는 분
- 반전과 서스펜스를 즐기는 분
-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를 찾는 분
진지하고 현실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운세 때문에 별장에 모이게 되는 계기라던가,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독특하게 그려지는 점등 많은 부분이 현실적인 개연성보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트릭, 독특한 유머 코드를 통해 독자에게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하는 데 중점을 두는 작가의 스타일이 어떤 독자들은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반면, 또 어떤 독자에게는 다소 황당하거나 과장되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의 매력은 이러한 설정 속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사건과 반전을 즐기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