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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다니엘 콜 봉제인형 살인사건 시리즈 4편 - 강렬한 전개와 충격적 범죄 스릴러

by handrami 2025. 3. 18.

영국의 작가 다니엘 콜의 작품으로 데뷔작《봉제인형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꼭두각시 살인사건》,《 엔드게임 살인사건》,《 조각상 살인사건》을 출간했다.

 

2023년《갈까마귀 살인사건》을 출간하였지만 '봉제인형 시리즈'와는 관계가 없다.

봉제인형 살인사건 책표지 편집이미지
다니엘 콜의 봉제인형 살인사건 시리즈

제목 영국 출간 년도
봉제인형 살인사건 2017
꼭두각시 살인사건 2018
엔드게임 살인사건 2019
조각상 살인사건 2021

 

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책표지
2017년 유혜인 옮김 북플라자 출판

Rag Doll
"말해 봐, 네가 악마라면 나는 뭐가 되지?"

 

책을 다 읽었을 때 맨 앞부분에 나오는 문구의 의미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윌리엄 올리버 레이튼 폭스(William Oliver Layton Fawkes) 경관, 이름 머리글자 'WOLF'를 따서 일명 울프라고 불렀다.

 

소설은 사건기록을 보여주는 것처럼 시간대로 서술한다.

미드 '24시'가 생각났다.

 

2010524일 월요일

27일 동안 열너댓 살 먹은 매춘부 스물일곱 명을 죽인 방화 살인범 '나기브 칼리드'의 재판 결과 배심원 평결 102로 무죄가 선고되자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는 '울프''칼리드'를 폭행하고 경위들에게 제지당한다.

 

울프의 법정 난동 4년 후.

2014628일 토요일 오전 350~ 2014714일 월요일 오후 1212분 간의 이야기

 

하나의 시체에 피해자가 여섯 명인 기괴한 봉제인형을 연상시키는 시체가 발견된다.

 

천장에 설치된 공업용 갈고리 두 개에서 뻗어 나온 수백 줄의 투명한 실이 시체를 그 자리에 고정시켰다.
토막난 시체를 커다란 바늘땀이 한 땀한 땀 연결하고 있었다.

 

'칼리드'의 얼굴을 한 체 오른팔이 '울프'가 사는 집의 창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자이며 '울프'의 전 부인인 '안드레아'에게 범인은 살인 관련 사진과 마지막에 울프의 이름이 쓰여 있는 6명의 사망 예정일 명단을 보낸다.

 

소설은 몰입되어 읽었다.

살해된 6명의 신체로 봉제인형처럼 만든 시체의 각 부분 신원과 살해 동기를 알아내는 과정과 예고된 살인 대상자를 보호하려는 경찰과 범인의 대결은 흥미진진하게 진행 되었다.

그 누구도 옆에 있는 괴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미드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꼭두각시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책표지
2021년 유혜인 옮김 북플라자 출판

Hangman
신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천국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지옥이 있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만약..., 만약에...,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라면요?

 

2015122일 수요일 오전 656~ 201616일 수요일 오전 956분 간의 이야기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음 해 12월 초, 뉴욕을 상징하는 구조물에 기이한 모양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의 이름은 '윌리엄 폭스'라는 은행원이었다.

 

피해자에게는 '미끼(BAIT)'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고, 자살한 살인자에게는 '꼭두각시(PUPPET)'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뉴욕과 런던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봉제인형 살인사건'을 연상하게 하였다.

 

미국과 영국은 사건 해결을 위해 공조수사를 결정한다.

'백스터'는 뉴욕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미국 측 CIA 요원 '루쉬'를 만난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울프백스터의 추억으로만 잠시 등장한다.

백스터는 경감으로 승진하고, ‘핀레이 쇼는 퇴임한 것으로 나온다.

'에드먼즈'는 이전 근무지로 복귀한 상태에서 '백스터'를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꼭두각시 살인사건》은 '백스터'와 새로운 등장인물 '루쉬' 요원의 이야기다.

 

CIA 요원 '루쉬'는 사랑했던 아내와 딸을 잃고 삶에 미련이 없는 듯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마지막 힘을 범인 검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자 또한 너무도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루쉬'와 다른 점은 자신의 아픔을 그대로 사회에 꺼내 놓는다. 더 잔인한 방법으로……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형사와 범죄자는 다른 길을 걸었다.

 

증오와 슬픔을 잔인한 방법으로 표출하는 범인과 모든 에너지를 범인 검거에만 몰두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다음 편에서 '울프'가 나올 것을 예고 하듯 결말에서 이번에는 '루쉬'가 사라지고 봉제인형 살인사건에서 사라졌던 '울프'가 돌아오면서 끝난다.

 

 

소설 초반에 백스터를 통한 <나 홀로 집에 2>에 대한 생각은 어떤 의미로 쓴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배경만 뉴욕으로 옮기면 똑같은 이야기로 더 스케일 크고 멋진 후속편을 만들 수 있다는 구시대적인 함정에 빠진 영화였다.

자조감? 자신감? 둘 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에서의 설정이 강렬함이었다면, 꼭두각시 살인사건은 감정적인 부분이 좀 더 가미된 느낌이었다. 더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었다.

 

엔드게임 살인사건

엔드게임 살인사건 책표지
2022년 유혜인 옮김 북플라자 출판

End Game
"나를 영웅이라고 착각하지 마.
당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이 땅의 생명을 다 없앨 수도 있어."

 

엔드게임 살인사건은 안타깝게도 '핀레이'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다.

 

201616일 검사실에 울프가 등장하며 끝났던꼭두각시 살인사건의 결말 내용 이틀 전인 201614일 울프가 검사실에 등장하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꼭두각시 살인사건결말에 검사실에서 백스터와 울프가 만나는 시점에는 이미 핀레이는 살해된 상태였던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시신은 밀실에 홀로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고, 하나뿐인 창문은 안에서 닫혀 있었어요."

 

밀실이라는 점에서 자살로 처리되려던 핀레이 사건은, 울프의 끈질긴 의심으로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범인은 금방 드러나고 이야기는 범인 검거 쪽으로 전개된다.

 

이전 두 작품에 비하면 충격적이거나 반전이 있지는 않다.

 

울프와 벡스터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작품이 지루하거나 재미없지는 않았고 편하고 흐믓하게 읽었다.

 

살인사건 단서라고 여겨지던 '핀레이의 메모'는 작가의 결말을 위한 안배였다.

핀레이의 익숙한 손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떻게 아직도 알아먹지 못할 수가 있어?
나는 너를 그냥 사랑하지 않아. 전적으로, 영원히, 구제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넌 내 여자야.
방해하는 인간들도, 우리 사이에 있었던 개 같은 일들도, 이 빌어먹을 철창조차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해. 죽어도, 죽어도 다른 사람에게 널 빼앗기지 않을 거니까.
백스터는 얼굴을 찌푸리고 쪽지를 다시 읽었다. 글자에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핀레이의 메모를 보고 부인 매기가 한 말들이 가슴을 울렸다.

"뭔지 모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야"

"에밀리, 내가 이 세상에서 확신하는 한 가지…,
주저 없이 목숨 걸고 맹세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핀레이가 내게 이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랑을 줬다는 거야."
매기가 백스터의 손을 꼭 쥐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믿음과 이런 확신을 보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는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라고 이런 상황을 원했을 것 같아?"

"나는 핀레이와 매기를 다치게 하느니 차라리 죽었을 사람이야."

 

그의 말은 그거 변명에 지나지 않는 공허한 말로 들렸다.

 

조각상 살인사건

조각상 살인사건 책표지
2022년 김효정 옮김 북플라자 출판

Mimic
오직 산 자만이 너처럼 고통받으리라.

 

영국 출간 순서와 다르게 한국에서는 엔드게임 살인사건 보다 먼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예술 작품과 살인사건을 연결하며 봉제인형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살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시점으로 보면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모티브 같은 사건 이야기다.

 

198921일 목요일

"흑인 형사는 처음 보네요." 그의 얼빠진 소리를 챔버스는 심드렁하게 받아들였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리고 정확히 말해서 저는 흑인이 아니라 아주아주 짙은 갈색 인간이에요."

"어떤 길이든 오래 걷다 보면 어딘가에 이르게 되지?"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다." 이사야 1:18

 

시대적 배경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던 그 시절 흑인 형사 벤자민 챔버스

런던 남부 억양을 쓰는 신임 순경 윈터라는 표현은 직접적인 차별 언급은 없지만, 그들을 대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글에서 짐작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을 표현하는 살인사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시키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챔버스는 범인의 습격으로 메듀사의 머리가 될 뻔한 위기에서 윈터의 도움으로 목숨을 지키지만, 동료 라일리를 잃고 만다.

소설속 조각상 이미지
책에서 표현한 조각상 이미지

 

소설은 각자의 삶을 살며 7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으로 바뀐다.

 

7년 전 사건의 피해자 친구였던 '마셜'은 형사가 되어, 범인으로 자수한 '멧캐프'를 의심하고 교도소를 방문한 후 그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한다.

이후 그날의 트라우마로 다섯 번의 휴직 끝에 지금은 슈퍼마켓 경비일을 하는 윈터를 찾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7년간 멈췄던 '조각상 살인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된다.

범인으로 특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증거를 찾기 위해 접근했다가 범인를 놓치고 만다.

이후 범인이 남긴 조각상 그림 순서대로 멈췄던 조각상 살인사건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다.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우리 모두 어떤 형태로든 그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내게는 그가 이…,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도 분명히 있어요.

 

만약 자신이 그 컬렉션의 희생자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때도 저렇게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조각상 살인사건은 이전 작품에 나왔던 벤자민 챔버스형사가 과거에 겪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전 작품에서 챔버스의 이름이 언급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

 

다만 시리즈의 마지막이지만 시간상으로 제일 앞선 이 작품을 먼저 읽었다면

 

봉제인형 살인사건에서 챔버스형사가 희생자로 나왔을 때, 그저 한 명의 희생자로 가볍게 넘기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

 

꼭두각시 살인사건에는 핀레이가 퇴임하는 장면에서 책상에 있던 추억의 사진 속 챔버스형사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도 쉽게 그의 이름을 넘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엔드게임 살인사건에서 시작과 함께 핀레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안타까움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애틋함이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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