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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메리 쿠비카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침묵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by handrami 2025. 4. 11.

심리 스릴러에서 '일상의 균열'만큼 독자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소재는 없습니다. 메리 쿠비카는 이런 서사의 대가로 불리며, 전작 사라진 여자들에서 보여준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강렬한 반전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역시, 독자를 혼란의 미궁으로 이끌며 진실을 향해 서서히 접근해가는 과정이 놀라운 작품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커플이 실은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책의 원제는 Just the Nicest Couple 말 그대로 '정말 착한 커플'이라는 제목이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표현인지 깨닫게 됩니다.

메리 쿠비카의 소설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책 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23 Mary Kyrychenko / 2024년 옮긴이:신솔잎 출판:해피북스 투유

▣ 메리 쿠비카 작품읽기 : 조용한 혼란의 미학

두 개의 이야기, 하나의 퍼즐

이 소설은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이중 시점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이웃집 신경외과 의사 제이크의 실종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아내 니나는 남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날부터 끊임없이 그의 행방을 추적합니다. 한편, 니나의 동료이자 친구인 릴리는 제이크가 실종된 날 자신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며 불안에 휩싸입니다. 릴리는 그날 밤 자신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을 남편 크리스티안에게 털어놓고, 두 사람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숨기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 커플은 진실을 가장 많이 감추는 커플이 되어버립니다.

 

릴리의 남편 크리스티안과 제이크의 부인 니나의 시점을 오가며 사건을 각자의 각도에서 바라봅니다.

작가는 각자의 내면을 세심하게 파고들면서 독자로 하여금 어느 누구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실종 사건은 점차 심리적 압박과 관계의 균열, 기억과 죄책감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평범함 속의 심리적 긴장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의 가장 큰 특징은,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 배경 속에서 끊임없이 심리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쿠비카는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정교하게 파고듭니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 커플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선의와 악의의 경계 역시 모호해집니다. 작가는 이런 인간 심리의 미묘한 균열을 놀라울 정도로 현실감 있게 그려냅니다.

결말에 이르러 밝혀지는 진실은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사건의 발단과 동기는 처음엔 미약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심리적 압박과 억눌린 감정은 강렬한 파괴력을 지닙니다. 이 작품이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반전보다는 구조적 완성도

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게 되는 강력한 반전은 이 작품에서 다소 절제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여자들처럼 한 줄의 충격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대신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탄탄한 구성과 연결감,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의 과정에 중점을 둡니다.

작가가 설계한 플롯은 전개 속도가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인물의 감정선과 상황의 맥락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결말에 도달했을 때, 모든 조각이 제자리에 맞춰지는 쾌감은 단순한 반전 이상의 만족감을 줍니다.

 

 

자세히 서술하지 않는 마무리 - 메리 쿠비카의 조용한 혼란에 빠지다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마지막 결론에서 진행 결과만을 말합니다.

선택의 이유와 그때의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지 않고 결과로 모든 것을 독자에게 상상하도록 요구합니다.

스포일러로 인해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못하지만, 소설의 결말에 나는 좋은 결말에 한 표를 보냅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만족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조용히 삶을 영위하는 듯 보이는 커플 사이에도 얼마나 많은 균열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제목에 담긴 의미가 다시금 떠오를 것입니다. 어쩌면, 밤은 정말로 눈을 감지 않고,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자극적인 폭력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 깃든 치밀한 심리 묘사와 정교한 구성, 삶의 균열에 대한 탐색은 단연 돋보입니다. ‘스릴러는 꼭 극적인 사건만을 다루어야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메리 쿠비카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심리적 긴장감을 천천히 즐기는 독자
  • 급박한 전개보다는 서사 구조의 완성도를 선호하는 독자
  • 두 개의 이야기 속 퍼즐을 맞추는 데 흥미를 느끼는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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