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출생 법학부를 졸업한 소설가 '시라이 도모유키'의 2019년 작품으로 '애거사 크리스티'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케 하는 제목과 표지의 강렬함이 궁금해서 읽게 된 소설입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복면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독특하고 강렬한 소재로 주목받았습니다.
기괴하고 독특한 소재와 충격적인 묘사로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작품소개
소설을 읽기 시작하고 마주친 문장은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우시오가 젓가락으로 두꺼비의 배를 찌르자, 반쯤 열려 있던 입에서 분홍색 혀가 튀어나와 접시 위에 앉아 있던 파리를 집어삼켰다.
배가 찢어지고 내장도 잃었는데, 대단한 근성이다.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자신이 죽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쯤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한 것이다.
혐오스러운 식재료를 안주로 먹는다는 설정으로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차별화되는 시라이 도모유키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이 평범한 추리소설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두꺼비를 통해 인간의 잔혹성과 폭력성 등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인간에게 희생되는 두꺼비는 고통 속에서도 파리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기괴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불편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은 앞으로 드러날 내용에 대해 긴장감을 가지게 합니다.
34명의 혼외자 중 한 명인 오마타 우시오는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분무도의 참극'이라는 추리소설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입니다.
분무도의 참극을 출판한지 10년이 지나고 출장 마사지의 점장이 되어 빈둥거리며 살아가던 우시오는
사나다 섬으로 초대받은 추리소설 작가 5명 중의 한 명으로 사나다 섬으로 가게 되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됩니다.
소설은 여러 방면에서 복잡합니다.
처음 소설을 접했을 때 받았던 기괴함과는 달리 그 이후 전개는 정말 재미있게 몰입되었습니다.
소설 속의 소설 분무도의 참극에 대한 짤막한 소개 글도 실제 소설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관심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사실 분무도의 참극을 쓴 우시오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궁금했었습니다.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그 서사를 알고 싶었고 서사가 나오길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또, 하루카와의 이야기는 몰입되어 달렸고, 하루카에게 얽혀있는 모든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에노모토가 하루카를 왜 죽였는지도, 그리고 왜 사라진건지 모두 궁금했습니다.
소설은 잠시 잊고 있었던 처음의 분위기를 일깨워 주며 호러물이 됩니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엽기적이고 괴상하지만 매혹적인 세계관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제목에서 드러나 있는 죽지 않았다가 이런 의미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 소설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책 표지의 느낌에서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로 읽기 시작했지만, 평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질 때쯤 고어적인 색채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전개적인 면에서도 극단적입니다. 고어와 엽기, 불쾌감과 공포가 교차하는 서술 방식은 어떤 독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며, 이를 감수하고 찾아 읽는 독자에게는 강렬한 미학적 쾌감을 선사하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죽음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고 조롱하듯 유머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이 작품의 묘미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대중적으로 친화력이 있는 소설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그로테스크한 묘사, 엽기적인 캐릭터, 인간의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는 전개는 불쾌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작가가 의도한 부분으로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 독서 경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생전의 의식을 그대로 간직한 기생충 좀비가 생각나며, 물을…. 에서는 연가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충격일 수 있고, 비정상적 세계관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경계 위에서 시라이 도모유키는 독자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죽지 않는다는 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이 작품은 그 질문에 대한 어느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 기괴함 속에서 오히려 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뛰어난 도발적 문학입니다.
캐릭터의 일관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
엽기적 상상력과 충격적인 전개로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지만, 등장인물의 변화 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인공 우시오의 돌변입니다.
작품 전반부에서 우시오는 비교적 평범하고, 추리나 논리적 사고에 큰 관심이 없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미스터리 장르의 전통적 명탐정과는 거리가 멀며,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말부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갑작스럽게 사건의 전모를 정리하고, 핵심 퍼즐 조각을 설명해 주는 ‘명탐정’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독자에게 일종의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추리에 관심이 없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던 인물이, 결정적인 순간에 논리 정연하게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는 전개는 캐릭터의 내적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지만, 그 변화가 충분한 심리적 전환이나 극적인 계기를 동반하지 않을 경우, 독자 입장에서는 작위적인 플롯 진행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시오의 돌변은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이야기의 결말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가 인물을 수단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작품 전체에서 보여준 정교한 세계 설정과 구성력에 비해 다소 아쉬운 지점이었습니다. 독자는 캐릭터의 변화뿐 아니라 그 변화의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시오가 사건을 겪으며 점차 관찰력이나 논리력을 키워나가는 묘사가 있었다면, 결말부의 추리적 설명도 더욱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릅니다.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 누가 그들을 죽였을까? 리뷰보기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기괴하고 비윤리적인 설정을 이해하며 견딜 수 있는 분
- 잔잔하면서도 윤리적 공포를 건드리는 서사에 끌리는 분
- 사회적,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미스터리를 찾는 분
- 장르 소설 속에서도 불편함을 통한 성찰을 즐기는 분
단순한 추리소설이나 고어물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을 타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