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가미 작가의 『나의 살인 계획』은 독자를 지적 유희와 극한의 서스펜스로 이끄는 독특한 추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미스터리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독자의 시선을 끊임없이 교란하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심리전을 펼칩니다. 평범한 출판사라는 일상적 공간을 목숨을 건 대결의 장으로 변모시키는 작가의 상상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 숨어 있는 예측 불가능한 공포를 생생히 드러내며 독자의 몰입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립니다.
예측 불허의 서스펜스: 주인공 다치바나의 이야기와 '살인 계획'의 발송
'오늘, 나는 또 살해당했다'라는 섬뜩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와 '나는 당신을 죽일 겁니다'라는 소제목은 살의를 노골적으로 예고하지만, 정작 본문 초반부는 살인 스릴러라기보다 미스터리를 좋아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주인공 다치바나의 직장 생활과 성공, 그리고 좌절을 다룬 ’성장드라마‘나 ’인물 에세이‘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장르 위장'은 독자의 기대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다가, 살인 계획서가 도착하고 이야기가 급변하는 순간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안겨줍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는 독자를 더욱 깊이 몰입시키고, 주인공 다치바나가 겪는 심리적 압박을 독자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구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겉모습, 주인공의 초기 행적, 심지어 작가가 초반에 제시하는 이야기의 흐름조차도 모두 의도적인 '가면'일 수 있음을 암시하며, 독자로 하여금 표면 아래 숨겨진 진실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듭니다.
SNS 스타에서 나락으로: 성공과 추락의 이중 서사
출판사에 근무하며 SNS에 소설가bot 계정을 운영하며 작가 활동을 하던 다치바나는 어느날 올린 작품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팔로워의 증가와 함께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획을 구상하여 자신의 SNS 계정에서 소설 공모전을 열고 신인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어느 위치에 올랐을 때 회사에 화제의 계정 운영자임을 밝히고 선정된 작품을 서적화 하는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첫 작품 '남편을 죽이는 방법'은 반년만에 20만 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며 성공합니다.
편집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던 다치바나는 SNS 소설가bot에 올리는 작품에 대한 반응이 줄어들고 경쟁 계정이나 공모전등이 생기며 서서히 추락하던 다치바나는 설상가상 도작설이 나며 회사차원에서 편집 업무를 할 수 없는 한직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날 그에게 살인예고장같은 프롤로그 내용의 원고가 도착합니다.
다치바나의 작품 제목을 통한 의미 부여 '남편을 죽이는 방법'
다치바나가 서적화하는 작품의 이름이 '남편을 죽이는 방법’은 작가의 의도가 매우 깊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제목은 현실 세계에서 있었던 한 사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소설가 낸시 크램튼 브로피는 과거 '남편 죽이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약 7년 후, 이 작가가 실제로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 평결을 받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 메타픽션적인 요소: 소설 속 인물이 쓰는 소설의 제목이 현실의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을 통해, 허구와 현실의 경계, 혹은 창작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복선 또는 아이러니: '살인 계획'이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와 맞물려, 특정 인물의 작품 제목이 그 인물이나 주변 인물의 미래 사건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하거나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 독자의 호기심 유발: 이러한 논쟁적인 제목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 내외적으로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의미 없는 장치라기보다는, 현실의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작품에 더욱 풍부한 의미와 흥미를 더하려는 작가의 고도의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살인계획 예고장
소설은 독특하고 섬뜩한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살해하겠다며, 살인 계획이 적힌 것을 보내온다면?" 이 질문은 곧 작품의 핵심 줄거리가 됩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상세한 살인 계획서를 받는다는 설정은 독자의 심장을 조이는 강력한 서스펜스를 유발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을 향한 살의를 미리 인지하게 되고, 이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과 생존을 위한 준비과정이 소설의 주된 흐름을 이룹니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곳의 공포와 의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처절한 노력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정교하게 구축된 심리전과 완전범죄의 매혹
『나의 살인 계획』은 '서스펜스, 심리전, 완전범죄'라는 장르적 매력을 정교하게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는 치밀한 구성과 예측 불허의 전개를 통해 독자가 사건의 진실을 끊임없이 추론하게 만들면서도, 결국은 허를 찔리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확한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평가처럼, 누가 진정으로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하는 과정 자체가 곧 심리전의 일부입니다.
작품 속에서 '완전범죄'를 둘러싼 이야기는 독자에게 묘한 매혹을 선사합니다. 살인 계획이 미리 알려진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살인이 실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독자로 하여금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제시하는 단서들과 그 단서들을 통해 독자들이 만들어나가는 추리가 끊임없이 충돌하며, 결국 최종적인 반전에 도달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추리에 참여하게끔 유도하며 지적인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밀도 높은 문학적 경험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목차부터 흥미를 유발하며, 하나의 주제 이야기가 짧고 명쾌하게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들이지만 각 에피소드는 놀라운 밀도로 심리적 압박과 서스펜스를 담아냅니다. 이는 독자가 책을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펼쳤을 때도 흐름을 잃지 않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작품이 가진 짧고 명쾌한 구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강렬한 흡인력으로 끌어당겼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서스펜스나 스릴러에서 기대하는 명쾌한 심리 묘사의 즐거움보다는, 풀리지 않는 묘한 난해함과 해소되지 않는 불쾌함이 잔상처럼 강하게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공포 영화의 엔딩처럼, 모든 것이 해결된 듯 보이지만 작은 불씨 하나가 다시 피어오르며 끝나지 않은 위협을 암시하는 듯한, 그런 섬뜩하고도 여운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유카의 어머니가 주인공의 아들에 대해 던진 의미심장한 발언은 충분한 맥락이나 배경 설명 없이 갑작스레 제시된 후 사라져 버려, 그 의도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어떤 결말이나 해소없이 그대로 지나가 버립니다.
이러한 전개는 작가가 독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교란하고, 예측 불허의 상황을 통해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카타르시스와는 다른, 더욱 심도 깊은 성찰을 유도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한 서사를 넘어,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존재론적 불안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오는 사유의 깊이가 일부 독자에게는 도전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지점입니다.
결론: 심층적인 고찰을 이끄는 심리 스릴러
결론적으로 『나의 살인 계획』은 단순한 장르 소설의 범주를 넘어, 인간 내면의 어둠과 나약함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심리 스릴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 내면의 취약성, 그리고 심리적 방어 기제들을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전통적인 미스터리의 명쾌한 해법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난해함을 안겨줄 수도 있으나, 서스펜스와 심리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며 독자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복잡한 인간 관계와 교묘한 심리적 트릭을 통해 완전 범죄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합니다. "나의 살인 계획"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독자는 단순한 스릴을 넘어선 철학적 사색의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의 살인 계획』은 추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탐험하고 깊은 인상을 받고 싶은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릴 만한 작품입니다.
『나의 살인 계획』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분
-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내면의 어두움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분
-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지적 유희를 즐기는 스릴러 팬
-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을 찾는 분
- 일상 속에 스며든 공포와 심리적 압박감을 간접 체험하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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