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에서 발표된 장편 미스터리 소설로 재일교포 오승호(고 가쓰히로) 작가의 작품입니다.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하였습니다.
'스완'은 처음에는 다소 낯선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지만, 초반부를 넘어서면서 점차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소개
소설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세 명, '구스(오타케 야스카즈)', '반(니와 유즈키)', '산트(니카이 준)'가 계획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이들은 '백조의 호수'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붙여진 대형 쇼핑몰 '스완'에서의 무차별 살인을 반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그러나 범행 당일, 주동자인 '구스'는 맘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산트'를 살해하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벌어집니다. 결국 '구스'와 '반' 두 사람은 '스완' 쇼핑몰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을 실행하게 됩니다.
'스완'은 대형 쇼핑몰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재난을 배경으로, 이 사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인공 이즈미와 그 주변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후유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나라의 체제와 치안에 파문을 일으키고 싶었다. p65
"자, 이즈미. 네가 고르지 않으면 하나둘 죽을 거야." p80
어느 날 문득 사는 게 재미 없어졌어. 그래서 떠올린 거야. 해 보고 싶어진 거야. p81
무차별 총격으로 인해 '스완' 쇼핑몰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고, 그날 그들의 동선에 들어왔던 사람들 중 2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하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은 범인들의 자살로 막을 내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 반년이 흐른 뒤, 고나가와 물류의 대표 이사는 '스완'에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 사건에 대한 의혹을 품게 됩니다. 그는 감춰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스완' 총격 사건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다섯 명의 생존자를 모임에 초대합니다.
"사건 도중 스완의 어딘가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났고, 그 피해자는 범인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럴 경우 최초의 범죄 행위는 신고할 방법이 없습니다." p109
인터넷 세상에 흘러넘치는 댓글 중 극히 일부, 가장 저열한 반응일수로 눈과 머릿속에 새겨지고 마음을 갈가리 찢었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안됐다. 꼭 그럴 필요도 없는데 저도 모르게 상처를 최대한 깊이 후벼 팔 만한 저속한 말들을 찾고 있었다. p286
비난의 대상인 범죄자는 자살하였고, 그 분노와 화풀이는 다른 대상을 찾습니다.
애당초 사건의 '악'은 범인들이었다. 다음으로 경찰이 도마에 올랐다. 언론은 경찰의 늦은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며 입을 모아 부르짖었다. 그리고 세 번째 표적이 된 것은 야마지를 필두로 한 경비원이었다.
사람들이 비난에 슬슬 질리기 시작할 무렵, 네 번째의 참신한 악으로서 이즈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p287
‘스완’은 단순히 장소를 넘어 '백조의 호수'가 가진 이중성과 대비의 상징을 빌려와, 소설이 다루는 진실과 거짓, 겉모습과 이면, 사회의 시선과 개인의 고통 등 다양한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메타포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재난과 같은 끔찍한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당한 사람들의 괴로움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넘어,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와 그로 인한 심리적 상처,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후의 무게와 선택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재난 이후의 인간 심리와 트라우마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생존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힘겨운 과정.
진실의 의미와 은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과, 때로는 진실을 아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이 되거나 진실이 묻히는 상황.
인간 관계의 변화와 회복
비극을 통해 흔들리거나 단절된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나아가려 하는지.
강요된 선택과 그 무게
생사를 가르는 순간, 도덕적으로 옳지 않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내릴 수밖에 없는 선택과 그로 인한 죄책감.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타인의 행동에 대해 얼마나 쉽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지,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 타인에게는 희생적 비범함을 강요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과 가까운 이에게는 피하라고 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스완'은 바로 그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완'을 읽는 동안 몇 가지 낯선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야기 초반에 등장하는 일부 내용들이 본 줄거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고, 필요 이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부유한 기업의 대표가 개인적으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다소 동떨어진 듯한 낯섦을 주었습니다.
특히 생존자 중 한 명인 '이즈미'의 선택은 깊은 의문을 남겼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의 거짓 증언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차별 살인 사건의 피해자에서 사회적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사실이 아닌 이유로 가혹한 시선을 감내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범함을 넘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소설에서 그녀의 상황을 '백조의 호수' 속 백조와 흑조에 비유하며 아름답게 묘사하지만, 과연 그것이 현실적인 선택일지,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녀의 행동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완'은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소설입니다. 비록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제가 필요한 부분에서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어렵거나 다소 대충 넘어간 부분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전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독서 취향에는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았지만 인간 심리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침묵이 낳은 비극에 대한 고찰 리뷰보기
『스완』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심리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즐기는 분:
단순히 범인을 찾는 과정을 넘어, 끔찍한 사건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심리 변화, 그들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긴장감,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 깊이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이나 극한 상황에서의 심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나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좋아하는 분:
이 소설은 무차별 총격 사건이라는 비극을 통해 우리 사회가 사건과 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하는지, 언론과 대중의 시선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으로 조명합니다. 사회의 위선이나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를 선호하는 분: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이 재구성되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추적이 교차하며 진실의 조각을 맞춰가는 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를 따라가며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를 느끼는 독자분들께 추천합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을 찾는 분:
'스완'은 일반적인 미스터리와는 다른 전개 방식이나 인물의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낯섦'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독자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처럼 '스완'은 단순히 자극적인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그 사건이 남긴 상흔과 그 주변을 둘러싼 인간 심리, 그리고 사회의 이면까지 깊이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얻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