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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한국소설

이동건 『죽음의 꽃』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난 윤리의 꽃

by handrami 2025. 8. 2.

작품 개요 및 주제 의식

이돈건 작가의 죽음의 꽃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2022년 이동건 출판 델피노

 

이동건 작가가 2022년 델피노 출판사를 통해 선보인 죽음의 꽃, 평범하지 않은 시작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이 건물 1층 남자 공중화장실에 장애인 두 분 있어요. 그분들의 장애를 제가 완벽히 다 고쳤거든요.”

 

이 파격적인 문장처럼, 이 소설은 현재 의학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암과 같은 난치병조차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충격적인 전제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이면에는 무려 223명에 달하는 인체 실험이라는 어두운 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과연 이 기술의 결과물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독자들을 혼란과 성찰의 나락으로 이끕니다.

 

소설 속 인물의 다음과 같은 대사는 이 소설의 핵심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럼 뭐 합법이든 불법이든 x 같은 짓 다 해 버리고 큰 거 하나 개발한 다음에 이영환처럼 하면 풀려나겠네?”

 

죽음의 꽃의 중심 갈등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주장하는 인물,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죽음과 구원의 경계에 선 인간 군상들의 치열한 대립에서 비롯됩니다. 223명의 인체 실험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은 독자들에게 시작부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생명을 구원하는 놀라운 의학 기술의 이면에 수많은 생명의 희생이 존재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은 우리를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합니다.

 

어떤 목적으로든 인체 실험은 허용될 수 있는가?’,소수를 희생해서 다수를 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이 독자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돌게 됩니다.

 

정당화 논의의 아쉬움: 이영환 인물 설정에 대한 고찰

이동건 작가의 죽음의 꽃이 던지는 윤리적 질문은 날카롭고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궁극적으로 '이영환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점은 다소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 아쉬움의 중심에는 바로 이영환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영환은 정체불명의 의대 중퇴생으로 묘사되며, 그의 주장은 다소 뜬금없고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불가능한 무죄 주장'처럼 다가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사건이 초래한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나,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는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어 독자로 하여금 그를 '절대적으로 나쁜 인간'이라는 인상으로 굳히게 만듭니다.

 

만약 이영환에게 인간의 삶이나 의학에 대한 어떤 확고한 목표나 신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예를 들어, 그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하려는 강력한 의지나,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극단적인 신념을 가졌다는 등의 설득력 있는 배경과 동기가 부여되었다면, 독자들은 그의 행동이 지닌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훨씬 깊이 있는 찬반 논의를 펼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술의 결과물에 대한 정당성을 논하는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을 고려할 때, 이영환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악인을 넘어 복합적인 신념 체계를 가진 인물로 그려졌다면, 그의 행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라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독자의 사유가 더욱 확장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논의가 전개되었다면, 작품이 제시하는 윤리적 무게감이 한층 더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윤리적 딜레마와 법정 갈등

이야기의 전개는 이러한 윤리적 논쟁을 법정 공방이라는 형태로 더욱 심화시킵니다. 살인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정의 실현에 집착하는 장 검사, 그리고 반드시 승소해야만 하는 사연을 가진 박 변호사 사이의 팽팽한 법정 공방은 소설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더하며 독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히 법정 공방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 정의, 복수, 그리고 구원이라는 거대한 철학적 주제들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각자의 입장과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독자는 그 어느 한쪽의 손도 쉽사리 들어주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인간 본성과 선택의 문제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읽을수록 각 인물의 사연과 극단적인 입장 차이에 독자들은 점차 공감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다른 누군가의 생명과 맞닿아 있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신념과 욕망에 따라 행동하며 독자들에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총평 및 추천 독자

죽음의 꽃은 단순한 스릴러나 법정 드라마를 넘어선 깊이 있는 사회파 소설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생명 윤리, 의료 기술의 발전과 책임, 그리고 인간 본연의 이기심과 연약함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덕적 난제들을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섭기까지 한 이 작품의 소재는 죽음과 구원의 선택 사이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동건 작가님의 죽음의 꽃은 흡인력 있는 전개와 충격적인 소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짜릿한 재미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의 복잡한 이면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수작입니다. 독서 후에도 오랫동안 그 내용과 던지는 질문들이 뇌리에 남아 곱씹게 되는,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꽃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사회파 스릴러를 선호하는 분
  • 생명 윤리에 대한 고민을 즐기는 분
  •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원하는 분
  • 독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소설을 찾는 분

생명과 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원한다면

죽음의 꽃을 통해 마주하셨던 생명 윤리, 정의,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 더욱 몰입하고 싶으시다면, 이와 유사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들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공허한 십자가』죽음의 꽃에서 논의되었던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형 제도의 본질과 그 집행이 과연 공허하지 않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인지, 범죄와 피해자, 그리고 사회 전체의 윤리적 딜레마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독자에게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 사형제도를 둘러싼 깊이 있는 고찰

「공허한 십자가」는 죽음의 정의와 진정한 속죄란 무엇인가를 묻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깊이 있는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읽는 내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정의의 이면을 되짚게 합니다.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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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어가 잠든 집』은 뇌사 상태에 놓인 딸과 그 가족의 갈등을 다루면서, 생명의 의미와 존엄성, 그리고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지독한 사랑과 고뇌를 심도 깊게 다룹니다. 죽음의 꽃에서 다루었던 생명 구원 기술의 윤리적 측면과 연결되어, 과연 어디까지가 생명을 지키는 행위이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할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인어가 잠든 집> 리뷰 – 산자를 위한 죽음은 정당한가?

작품 소개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와 윤리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한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입니다.논리적인 서술과 차가운 시선으로 감정을 억제하며, 독자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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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죽음의 꽃처럼 독자에게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죽음의 꽃이 남긴 강렬한 여운을 따라 이 책들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