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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인어가 잠든 집> 리뷰 – 산자를 위한 죽음은 정당한가?

by handrami 2025. 4. 13.

히가시노 게이고 '인어가 잠든 집' 책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15 Keigo Higashino / 2019년 옮긴이:김난주 출판사:재인

작품 소개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가족 드라마와 윤리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한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논리적인 서술과 차가운 시선으로 감정을 억제하며, 독자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2022년 일본에서 '시노하라 료코' 주연으로 영화화되었습니다.

 

휠체어에서 자고 있는 소녀와의 만남

소고는 그 소녀를 생각할 때마다 인어 이미지가 떠올랐다. 인어는 걷지 못한다.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이혼을 결심한 부부입니다.

7살 미즈호가 수영장에서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어 부모는 장기기증의 선택에 놓이게 됩니다.

 

장기기증을 승낙하지 않는 경우에는 뇌사 판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규정

심장사와 뇌사 중 선택할 권리라고 말합니다.

 

 

감상 포인트

1. 부부가 이혼 결심을 한 상태로 설정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세심함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두 사람이 완전한 부부였다면, 딸의 뇌사 상황에서의 선택이 더 협력적이었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혼 직전의 관계 속에서는 각자의 입장과 감정, 윤리 기준이 달라지며 갈등이 표면화됩니다.

이는 누가 딸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주제를 개인의 결정이 아닌 관계와 상황의 맥락 속 선택으로 확장합니다.

딸을 사랑한다는 감정은 같지만,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관이 다른 부부가 내리는 결정은 같을 수 없다는 점이 잘 드러납니다.

 

 

2.인어가 잠든 집은  "죽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내밀었습니다.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위한 선택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과연 그 죽음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는지, 살아남은 자를 위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결국,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결론만 얻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소설 너머의 진짜 세상 이야기

1. 소설에서 말하는 뇌사와 사망의 기준과 인식에 대하여

한국과 일본은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 법적으로는 뇌사를 '조건부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완전한 죽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두 장기기증 동의가 있을 때만 법적으로 뇌사를 인정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기증용 사망'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장기기증이 없다면 뇌사는 죽음이 아니라는 말이 되는 겁니다.

 

두 나라 모두 조건부이긴 하나 법적으로 뇌사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죽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인어가 잠든 집』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강하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공통된 정서 때문이기도 합니다.

 

딸 미즈호는 의학적으로 뇌사 상태지만, 장기기증에 관하여 결정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살아 있는 아이'가 됩니다. 엄마는 그렇게 '살아 있는 아이'에 더욱 집착하게 됩니다.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뇌사는 죽음일까요?"

 

2. 현재 사회적 논의 방향

뇌사를 장기기증과 연결시킨 현재의 제도에 대하여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을 옳고 그름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의학적·사회적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찬성 이유가 있지만, 죽음이라는 개념을 조건부로 다룬다는 점에서는 윤리적·감정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찬성의 관점을 보면 생명 나눔의 기회, 의학적으로 뇌사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경제적 자원의 문제, 가족의 심리적 정리 기회라는 것들은 모두 사실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대의 관점은 죽음을 '조건부'로 인정하는 논리적 모순, 장기기증을 장려하기 위해 '죽음의 정의'를 바꾸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 가족에게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장기이식 산업과의 연결 우려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사회적 논의 방향은 뇌사를 장기기증 여부와 관계없이 죽음으로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나라가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부분 주, 스페인, 프랑스, 캐나다 등)

결국, 이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야 하는 문제입니다.

뇌사와 죽음에 대한 정의를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기증과 뇌사를 분리하여 모순을 제거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공론화를 통하여 합의를 이루어야 합니다.

 

현재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아시아에 집중되어있습니다.

  • 전통적 가치관: 생명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는 사상, 심장이 멈추지 않았으면 살아 있다고 보는 정서
  • 종교적 영향: 유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등에서 ‘죽음’을 영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
  • 제도와 인프라의 차이: 서구에 비해 의료시스템과 법 제도의 정비가 부족함
  • 가족 중심 문화: 개인의 죽음을 가족이 판단하거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강함

 

인상 깊었던 포인트

"뇌사에 빠진 아이라도 그 아이의 부모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아이니까"
"내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이 잘못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것은 자유야 그렇다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돼"
"세상에는 미쳐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엄마 뿐이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린의 날개비교 - 부모, 그 선택의 무게와 윤리적 갈등

1. 도덕적 딜레마

부모의 사랑과 도덕적 선택 사이의 갈등을 묘사합니다.

기린의 날개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의 죄를 덮기 위해 숨기는 과정에서, 진실과 정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전개합니다.

인어가 잠든 집에서는 부모가 딸의 장기기증 선택이 뇌사 상태에서의 생명 존중과 맞닿은 윤리적 갈등을 일으킵니다.

 

2. 윤리적, 사회적 질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 삶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기린의 날개에서는 거짓과 진실의 경계, 법적 정의와 가족의 의무가 충돌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인어가 잠든 집에서는 죽음과 생명의 경계를 묻고, 부모의 선택이 그 경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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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리적, 도덕적 갈등에 관심 있는 분
  • 힐링과 감동을 원하지만, 철학적 깊이를 원하는 분
  • 현실적 문제와 같이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
  • 고민하고 생각하는 독서를 좋아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