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의 장편소설『더블』은 2013년 발표된 데뷔작을 10년 만에 재구성해 2023년에 다시 선보인 작품입니다. 원작의 흐름은 유지하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은 수정하고 전체적인 탈고 과정을 거쳐 한층 세련된 형태로 돌아왔습니다.
‘두 구의 시체, 두 명의 살인자’라는 강렬한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이미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만, 2025년 6월 현재 기준으로는 드라마의 구체적인 제작 일정이나 캐스팅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작품소개
'더블'은 정의를 수호해야 할 경찰 조직의 내부에서 가장 극악한 형태의 악이 충돌하고 번식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 설정은 강한 아이러니를 형성하며,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소설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형사 현도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그는 오늘도 좋은 이웃이다. (p.17)
이 문장은 강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은 일반적으로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이 문맥에서의 현도진은 이미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좋은 이웃'이라는 긍정적인 표현과 그의 실제 행동 사이에는 극명한 대비가 발생하며, 이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면의 진실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독자에게 충격을 줍니다.
두 형사의 숨 막히는 심리전
현도진이 은폐하려던 살인은 또 다른 살인 사건과 얽히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집니다. 여기에 현도진과 앙숙 관계인 장주호가 등장합니다. 장주호는 현도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건에 연루되며,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심하고 추적하는 관계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됩니다.
경찰 시스템과 사회 비판
'더블'은 경찰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악의 대결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신뢰하는 공권력이나 기관의 이면에 숨겨진 어둠에 대해 질문합니다. 과연 시스템은 완벽하게 정의로울 수 있는가? 시스템을 구성하는 개인의 도덕적 결함은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오염시키는가? 소설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어떤 조직이든 내부의 감시와 견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더블'의 의미와 인간 본성
'더블'이라는 제목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두 구의 시체'와 '두 명의 살인자'를 의미하지만, 더 나아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 즉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현도진과 장주호라는 두 인물을 통해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이면에는 어떤 부조리가 숨어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특히 출세와 성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점이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치밀하게 얽힌 플롯입니다. 사건이 거듭될수록 긴장감은 고조되고,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됩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광기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특히 두 주인공의 시점에서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성은 독자에게 각자의 입장을 바라보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효과를 줍니다.
'더블'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과 그 결과는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이며,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용납될 수 있는가? 소설을 읽는 내내 이러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정의의 부재 또는 왜곡, 그리고 악의 순환
소설 속 인물들은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지만, 그들 스스로가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 합니다. 결말에서 이들의 행위가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되지만, 이는 기존의 도덕적, 법적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나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면 죄가 되지 않는다'와 같은 현실 비판적인 시각이 소설 곳곳에 드러나는 것처럼, 결말 역시 이상적인 정의 구현보다는 현실의 냉혹함을 반영합니다.
두 사이코패스의 대결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말은 또 다른 '더블'의 탄생을 암시하거나, 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인간 사회에 악이 끊임없이 존재하며, 특정 인물의 제거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시사하는 메시지라 생각됩니다.
진실을 등에 지고, 그 대신에 일 계급 특진을 어깨에 얹은 것이다. (p.336)
이 구절은 정의와 진실보다는 개인의 성공과 출세를 택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시스템의 부조리를 비판적으로 보여줍니다.
누구에게나 악의는 있다.
악은 진실에 등을 돌렸을 때 비로소 전면에 나타난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짧다는 걸 대부분이 알지 못한다. 악은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p.345)
한번 드러낸 본색은 두 번째부터는 쉽다. (p.346)
이 구절들은 악의 발현과 속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진실에 등을 돌리는 행위', 즉 도덕적 기준이나 양심, 혹은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선택을 통해 비로소 악이 표면화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한번 진실을 외면하고 악의 유혹에 발을 들이는 순간, 순식간에 악이 인간을 잠식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선에서 악으로 넘어가는 문턱이 생각보다 낮고, 결정적인 한 순간의 선택이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 악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한번 그 금기를 깨고 나면 죄책감이나 망설임이 줄어들어 두 번째, 세 번째는 훨씬 쉽게 저지를 수 있게 된다는 악의 반복성과 심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악이 반복될수록 인간을 둔감하게 만들고, 결국 악행이 일상화되거나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더블』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강렬한 심리 스릴러를 선호하는 분
-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탐구하고 싶은 분
- 빠른 전개와 반전을 즐기는 분
-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
정해연 작가의 '더블'은 숨 막히는 긴장감, 예측 불가능한 반전, 그리고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누가 진짜 범인인가라는 질문보다는 누가 진실을 외면했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드라마로 제작될 경우, 이 숨 막히는 심리전이 어떤 방식으로 시각화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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