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한 문장 캘리그라피: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읽다, 문장에 멈춰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손글씨로, 때로는 사진과 음악으로 기록하려 합니다. 이곳은 책을 ‘그리는’ 공간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에서, 제 마음을 건드린 두 문장을 소개합니다.

책 속 문장을 캘리그라피로 쓰고 편집한이미지 —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중에서

왼쪽 오른쪽은 그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만 위아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죠.

이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 다양합니다. 제가 '왼쪽'이라고 말하는 것이, 마주 선 누군가에게는 '오른쪽'일 수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면 '왼쪽'과 '오른쪽'은 다르게 불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좌우'는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와 관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이는 우리 삶의 다양한 관점과 입장을 인정하는 태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좌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각자의 시선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평등한 관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아래'는 다릅니다. 지구의 중력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아래'를 향하듯, '위아래'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이자 현실입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이나, 피할 수 없는 삶의 조건들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위아래'는 개인의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기준이 존재하며, 그 앞에서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평등'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책 속 문장을 캘리그라피로 작업하고 편집한 이미지 —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중에서

삶에는 이처럼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부분도 있지만, 모두에게 통하는 보편적인 진리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보편적인 진리가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합니다. 다음 문장이 바로 그랬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손안에 있는 것입니다.

내 손안의 보물찾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아, 그때 그랬더라면...', '그걸 놓치지 않았더라면...' 하고 지나간 일들을 후회하곤 합니다. 마치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헤매듯, 과거의 아쉬움에 발목 잡히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진짜 소중한 건 저 멀리 사라진 게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손안에 있다고 말입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건강한 두 다리,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머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이라는 소중한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 손안에 쥐어진 보물들입니다.

이제부터는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려 합니다. 작은 씨앗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정성껏 가꾸면 멋진 꽃을 피울 수 있듯이, 내 손안의 작은 보물들을 발견하고 잘 활용하면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넘어져도 괜찮다고, 우리에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힘은 바로 지금 우리 안에 있다고 말입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늘이라는 선물에 집중하며 내 손안의 보물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