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장편 부문 대상 및 2019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제목에서 과거형 ‘죽인’과 현재형 ‘돌아왔다’가 충돌하는 제목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제목에 걸맞게 죄책감과 생존 본능, 진실과 거짓이 얽힌 복잡한 이야기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작품소개
범죄 없는 마을 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중천리라는 마을에 주민 신한국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시체를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범죄 없는 마을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이유로 신한국의 시체를 불태우는 등 사건을 은폐합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마을에 다시 신한국의 시체가 나타나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범죄를 숨기려던 이들의 선택 속에 있던 더 큰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범죄 없는 마을’
소설의 배경이 된 ‘범죄 없는 마을’은 실제로 존재했던 제도입니다. 1978년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하여 1981년 전국으로 확산,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 재검토된 공공 치안 제도였습니다.
현재는 지역적 특성 등 실제로 범죄 발생률이 낮아 ‘범죄 없는 마을’처럼 평화롭게 유지되는 경우와 다른 방식으로 지역 안전 강화 사업으로 지자체 특성에 따라 비슷한 형태의 사업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과거의 공식적인 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명칭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여러 비판과 상당한 부담감이 존재하였습니다.
일정 기간 보고된 범죄가 없다는 것일 뿐, 실제로 범죄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마을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소설처럼 주민들이나 관계자들이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타이틀이 주는 혜택으로 인해 피해자가 정당한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잠재적 범죄가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범죄 발생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범죄 없음’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유지하려는 마을 주민들은 사소한 실수나 문제에도 크게 비난받을 위험이 있어 그에 따른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은 진정한 의미의 안전과 공동체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물 분석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전직 형사 최순식
소설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아내는 역할을 하는 전직 형사에서 사채업자로 전락한 인물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탐욕스럽고 비정한 인물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모습과 그의 서사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실의 복잡성’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최순식은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인물로 보입니다. 이러한 깊은 상실감과 배신감이 그를 비리 형사의 길로 이끌었고, 결국에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는 사채업자로 자신을 몰아세웠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세상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그런 방식으로 표출하며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켰을 것입니다. 그의 거칠고 비정한 행동들은 어쩌면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자기 파괴적인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설은 최순식에게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사실은 그를 살리기 위해 희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애썼던 마을 사람들에 대한 사실을 듣게 되는 순간, 그의 세계는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자신이 믿고 살아왔던 세상의 전부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그의 눈물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 깊은 회한과 혼란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이 진실을 마주한 후 최순식의 행동 변화는 이 소설의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려는 모습일 수도 있고, 혹은 새로운 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다시 찾으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변화는 독자에게 '인간은 과연 변할 수 있는가?', '진실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반말 캐릭터 5살의 어린 황은조
어린 은조에게도 최순식과 같은 부모에 대한 아픔이 있습니다. 아픔을 간직한 어린아이의 존재는 어른들의 추악한 죄악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그 죄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만듭니다. 또한, 어린아이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고, 어른들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통해 그들의 도덕성을 시험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아이의 순수한 시각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순식과 황은조를 통해 작가는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어떤 행동이나 현재의 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없으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상처, 숨겨진 희생,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서사는 섣부른 판단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결말의 카타르시스와 남겨진 질문
소설은 단순한 추리극을 넘어 인간 본연의 이기심, 죄의식, 그리고 공동체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평화로워 보였던 마을 사람들이 사건 앞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진실을 은폐하려 하는지 보여주며 이는 소설 속에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소설의 결말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 개개인의 가치관과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 문제와 범죄에 대한 문제가 소설적 허용이나 정의의 불완전함을 나타내는 장치일 수도 있지만, 다소 가볍게 다루어지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라이 도모유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리뷰보기
시라이 도모유키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불쾌한데 빠져드는 고어한 미스터리의 미학
시라이 도모유키의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라는 제목을 떠올렸습니다. 한쪽은 분명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돌아오는 이야기, 다른 한쪽은 제목부터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야기. 이처럼 두 소설은 추리소설의 익숙한 전제를 비틀며 독자에게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반전과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를 즐기는 분
- 인간 본성과 심리 묘사에 관심 있는 분
- 사회파 소설이나 현실적인 배경의 스토리를 선호하는 분
- 속도감 있고 몰입도가 높은 소설을 찾는 분
단순한 퍼즐 맞추기식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과 사회의 복잡한 모습을 파헤치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입니다. 계속되는 반전과 함께 메시지를 느끼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