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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일본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 『내가 그를 죽였다』 두 번째 범인 찾기 소설

by handrami 2025. 6. 30.

히가시노 게이고의 내가 그를 죽였다는 독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하도록 유도하는 독특한 '후더닛(Whodunit)' 스타일의 추리 소설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 이어 선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번째 '범인 찾기' 소설, 이번에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세 명으로 늘어나 독자들의 추리 욕구를 더욱 자극합니다.

 

이 소설은 독특한 서술 방식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며, 독자들이 스스로 진범을 찾아낼 수 있도록 '봉인된 추리안내서'를 제공하는 점 또한 전작과 동일한 매력 포인트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시리즈인 '가가 형사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가가 형사가 사건 해결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더욱 깊이 있는 추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그를 죽였다'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1999 Keigo Higashino / 2019년 옮긴이 양윤옥 출판 현대문학

소설의 주요 인물 및 독특한 서술 기법

세 명의 1인칭 시점 서술자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들은 독자에게 사건의 단편적인 진실을 제공합니다. 세 명의 서술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간바야시 미와코 - 피해자 호다카 마코토의 약혼자로, 1인칭 시점 서술자 중 한 명이지만 주요 용의자는 아닙니다. 그녀의 서술은 특정 정보를 제공하거나 숨기는 역할을 합니다.
  • 간바야시 다카히로 - 미와코의 오빠로, 호다카 마코토를 증오하는 인물로, 1인칭 시점 서술자이자 주요 용의자 중 한 명 입니다.
  • 스루가 나오유키 - 호다카 마코토의 매니저로 1인칭 시점 서술자이자 주요 용의자 중 한 명 입니다

 

  • 유키자사 가오리 - 간바야시 미와코의 편집 담당자로 1인칭 시점 서술자는 아니지만 주요 용의자입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용의자중 한 명(유키자사 가오리)의 시점을 제외함으로써 한정된 정보 속에서 진행하도록 만듭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과연 피해자의 약혼녀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기도 하고 너무 많은 정보로 추리의 난이도가 낮아지거나 작가가 숨기고자 하는 핵심적인 트릭이 너무 일찍 드러나지 않도록 용의자 1인을 제외시켜 조절합니다.

 

관련 인물의 심리적 외상 강조

조그만 차는 반대편 차로까지 튕겨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두개골이 깨지고 뇌와 내장이 짓눌렸으니 1초도 살 수 있었을 리 없었다.

 

이 묘사는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이 사고를 겪거나 목격한 인물에게 얼마나 깊고 회복 불가능한 심리적 외상을 남겼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두개골이 깨지고 뇌와 내장이 짓눌렸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그 충격의 정도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며, 이는 해당 인물의 이후 삶과 행동, 그리고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암시합니다. 이 외상은 이후 이야기의 중요한 동기가 되거나 인물의 내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근간이 됩니다.

 

인간 본성과 욕망의 비극

금지된 관계를 통해 작가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어둡고 원초적인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지를 파고듭니다. 이는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모순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나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약간 힘을 주어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행위에 그다지 큰 의미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와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의 웃는 얼굴에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아이스댄싱의 여성 파트너처럼 매끈하게 몸을 빙그르르 돌려서 내품에서 벗어났다.

 

다카히로와 미와코의 생존 전략과 처세술

항상 착한 아이로 있는 것보다 일단 나쁜 짓을 한 다음에 반성하는 척하는 편을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다카히로와 미와코는 다행이 좋은 친척들의 집에서 무난하게 잘 자랐다고 서술함에도, "진짜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라면 없었을 처세술"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이 부모의 부재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어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독특한 생존 방식을 터득했음을 의미합니다. "항상 착한 아이로 있는 것보다 일단 나쁜 짓을 한 다음에 반성하는 척하는 편을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냉소적인 깨달음, 어른들의 반응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법을 학습했다는 뜻입니다. 이는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행동입니다.

 

어른들의 위선과 피상적인 시선에 대한 비판

어른들이 아이의 진정한 성품이나 꾸준한 선행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후의 '반성하는 척'하는 연기에 더 쉽게 만족하고 용서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간파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른들이 아이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피상적인 모습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 본연의 취약성과 적응의 비애

"나는 어른들이 이해하기 쉬운 태도를 취했던 것뿐이야.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그것이 살기 위해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느꼈던 거 같아.“

 

이들의 행동이 자발적인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필요에서 나온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고립되거나 불안정한 환경에 놓인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 외부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형시키는지를 드러냅니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연기'를 해야만 했던 아이들의 비애와,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순수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독자 참여형 추리 방식이 주는 독서 경험의 변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내가 그를 죽였다독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하도록 유도하는 매우 혁신적인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일반적인 추리 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일부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기존 추리 소설이 주는 명쾌한 해결의 쾌감과는 다른 종류의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능동적인 참여의 부담

독자가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모든 증거와 진술을 재조합하고 모순을 찾아내어 스스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과정은 상당한 집중력과 노력을 요구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적극적인 참여의 부담감이 명쾌한 결말을 통해 얻는 만족감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명확한 해답의 부재

전통적인 추리 소설은 마지막에 탐정이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춰주며 독자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처럼 작가가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에게 추리의 몫을 온전히 넘기는 방식은, 명쾌한 해답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은 이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지만, 동시에 완벽한 해소를 느끼지 못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독특한 범인 찾기 설정은 독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지적 유희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기존 추리 소설이 주던 익숙한 재미와는 다른 결의 독서 경험을 선사하며, 이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범인처럼 들리는, 그러나 더 깊은 의미를 지닌 고백들

이 소설은 세 명의 1인칭 시점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사건의 파편적인 진실을 제공하며, 누가 진범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제시하는 문장들은 만약 그 인물이 범인이라면, 그들의 내면에서 어떤 감정과 논리가 작용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소설 속에서 제시되는 다음 문장들은 마치 범인의 고백처럼 들리며 독자의 추리를 특정 방향으로 이끌지만, 실제로는 범인이 아닌 인물의 독백일지라도 그 자체로 깊은 의미를 지니는, 고도의 서술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이 문장들은 그들이 모두 범인이 될 수도 있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독자 스스로 진범을 추리하고 나면, 이 고백들이 지닌 진정한 의미와 작가의 치밀한 설계를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 유키자사 가오리
내 몸속에서 끌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나는 그저 주먹만 부르쥐었다. 나는 해치웠다. 내가 그를 죽였다."

 

  • 스루가 나오유키
"내 마음속에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나는 꼭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내가 대신 복수해줬어. 내가 호다카 마코토를 죽였어."

 

  • 간바야시 다키히로
"그 독의 효과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준 독에 의해 그 녀석이 죽어가던 광경은 지금도 눈꺼풀에 낙인처럼 찍혀 있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서술 트릭에 매력을 느끼는 분
  • 인간의 심리와 동기에 집중하는 분
  • 열린 결말을 선호하고 토론을 즐기는 분
  • 흥미로운 설정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내가 그를 죽였다는 독자가 수동적인 독서를 넘어, 적극적인 탐정이 되어 사건 현장을 누비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명확한 결론이 없는 만큼,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범인에 대한 논쟁과 추리가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고전적 추리의 현대적 변주 - 첫번째 범인찾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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