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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일본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독자 참여형 추리극

by handrami 2025. 7. 1.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언제나 독자들에게 깊은 몰입감과 함께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안겨줍니다. 그중에서도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가 형사 시리즈의 11번째 작품으로, 2013년 전작 기도의 막이 내릴 때이후 무려 10년 만에 출간되어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독자가 능동적으로 추리에 참여하게 만드는 독특한 서사 구조로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책 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23 Keigo Higashino / 2024년 옮긴이 최고은 출판 북다

작품 소개: 예측 불가능한 시작, 그리고 독자에게 던져진 질문

소설은 부유층 별장지에 연례행사로 모인 네가족이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헤어진 날 밤 다섯명이 살해당하고 한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나며 시작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이 너무나도 쉽게 자수하며 사건은 일견 단순하게 마무리되는 듯 보입니다. 범인은 자신이 사형을 당하고 싶어서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합니다. 하지만 그는 살해 방법이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함구합니다

 

이처럼 범인이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등장하고 손쉽게 자백하는 전개는 독자에게 당혹감을 안기지만, 동시에 강한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지며, 사건의 진상에 독자 스스로 다가가도록 유도합니다. 이 순간부터 독자는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이 되어, 작가가 깔아놓은 심리적 서사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유족들은 진상을 알기 위하여 검증회를 열기로 하고 사건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지인을 데리고 와도 좋다는 결정을 합니다.

유족 중 한명인 하루나가 선배 간호사인 가나모리 도키코의 소개로 경시청 형사부 수사 제1가가 교이치로 경부가 휴가상태에서 유족의 지인으로 사건해결에 참여하게 됩니다.

 

가가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반가워 할 이름 도키코가 등장하지만 유키코와 가가형사를 연결하기 위해서 잠시 등장하고 아직도 가가와는 별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하루나의 생각으로 가가형사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는 정도의 진전이 있을 뿐입니다.

 

연애다운 연애한번 못해보고 늙어 가는 가가형사가 안타깝습니다.

 

독자를 추리 속으로 이끄는 작가의 역량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서 '후더닛(Whodunit)'이라는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틀을 비틀어, 독특한 '하우더닛(Howdunit)' 또는 '와이더닛(Whydunit)'의 영역으로 확장합니다. 이미 범인이 밝혀진 상황에서 독자는 "?", "어떻게?"라는 질문을 품고 범인의 진정한 의도와 살인 방법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게 됩니다. 작가는 각 챕터의 끝을 항상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여, 독자들이 다음 챕터로 즉시 넘어가고 싶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관계와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드러냅니다. 야마노우치 가족, 구리하라 가족, 사쿠라기 가족, 다카쓰카 가족 등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증언과 행동은 독자의 추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진실에 대한 열망을 증폭시킵니다. 독자는 이들의 증언을 조합하고, 모순점을 찾아내며,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가가 형사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가가 형사는 사건의 표면적인 진실 너머에 숨겨진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동기를 꿰뚫어 보며, 독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냅니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인간적인 면모는 독자들이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인간이란 어차피 이런 생물이다. 겉으로 하는 행동과 속으로 생각하는 건 전혀 다르다. 겉과 속이 다른 게 보통이다. (p.39)
인간이란 복잡한 존재입니다. 겉과 속이 있는 건 당연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속에 또 속이 있고, 그 안에 또 속내를 숨기기도 하죠. 한결같지만은 않습니다. (p.249)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복수심, 질투, 무관심, 그리고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 등 다양한 인간 본성을 탐구합니다. 범인의 동기 또한 단순한 살인을 넘어선, 인간 심리의 기묘한 뒤틀림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합니다. 독자들은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를 넘어, 인간의 어두운 면과 숨겨진 욕망,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비극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독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관과 인간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제목이 던지는 미묘한 질문과 그 심연

출간 전부터 그 강렬한 제목만으로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범인이 자수하며 시작되는 독특한 전개 속에서, 이 제목과 동일한 문구가 적힌 편지가 피해자 유족들에게 전달된다는 설정은 분명 사건의 핵심이자 강력한 메시지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 편지의 존재감과 그 의미 부여가 기대보다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저 또한 이토록 중요한 문구가 소설의 제목으로까지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서사 속에서 그 파급력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싱거움'은 역설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심오한 질문의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을 통해 '살인'이라는 행위의 정의를 단순한 물리적 폭력을 넘어선 영역으로 확장합니다. 편지의 메시지는 직접적인 살인자를 지목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자 유족들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도덕적 죄책감과 간접적인 책임감을 건드리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그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무관심, 이기심, 혹은 과거의 은폐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거나 고통 속에 방치했을지 모릅니다. 이 메시지는 그들에게 "당신은 직접적인 살인자는 아닐지라도, 과연 타인의 불행에 대해 완전히 무고한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편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심리적 압박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범인이 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살해 동기와 구체적인 방법을 함구하는 상황에서, 이 메시지는 생존자들 각자의 반응을 유도하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드러내게 만드는 촉매제가 됩니다. 독자들은 편지를 받은 인물들의 반응과 그들의 과거를 추적하며, 누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죽였는지'에 대한 더 깊은 의미를 탐색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것을 넘어, 인간 관계의 복잡성,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이 낳는 비극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결론적으로,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의 제목과 편지 메시지가 주는 '싱거움'은 표면적인 기대와 실제 서사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것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 이면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이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당신은 과연 타인의 고통이나 불행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물리적 살인을 넘어선 도덕적, 심리적 '살인'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만듭니다. 이러한 다층적인 해석을 통해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과 사회적 책임을 고찰하게 하는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인간의 이기심, 무관심,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가가 형사법적 정의와 인간적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여러 층위의 '살인' 물리적 살인, 감정적 살인, 무관심으로 인한 간접적 살인은 제목인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
  • 전통적인 추리소설에 식상함을 느끼는 분
  • 인간 본성과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분
  • 심리 스릴러를 선호하는 분
  •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된 분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인간 본성의 복잡한 심연과 정의의 다층적인 의미를 치밀하게 파고들며 충격과 깊은 성찰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질문과 진한 여운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11편 - 순서 & 한눈에 보기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11편 - 순서 &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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