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1년전 이야기로 프리퀄(prequel) 성격의 작품으로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합니다.
‘마녀’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소녀 '마도카'가 상처 입은 이들을 도와 함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소개
다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립적인 이야기들은 결국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마도카'와 침구사 '나유타'의 만남
등장인물과 마도카의 연결고리는 침구사 나유타입니다.
단편처럼 이루어진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문제들을 마도카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마도카의 특별한 능력이 사용되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마력의 태동』은 시간상으로 『라플라스의 마녀』 1년 전의 시점으로 전지적 존재처럼 느껴졌던 마도카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마도카가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야기를 능력이 아닌, 그 능력 뒤에 숨은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다면 이 작품은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 제1장 저 바람에 맞서서 날아올라 - 은퇴를 앞둔 스키 선수
- 제2장 이 손으로 마구魔球를 - 너클 볼을 받지 못하는 포수
- 제3장 그 강물이 흘러가는 곳은 - 급류에 휩쓸린 아들을 구하지 못해 자책하는 선생님
- 제4장 어디선가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 파트너를 잃은 슬픔에 음악 작업을 못 하는 작곡가
- 제5장 마력의 태동 - 온천 지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라플라스의 마녀로 이어지는 내용
감상 포인트 : 평범한 인간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도카'
『마력의 태동』각 장에 나오는 인물이 마도카의 도움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전 『라플라스의 마녀』의 '프리퀼' 성격이지만 사실 없어도 별 상관없는 이야기들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마도카의 신상에 대한 부분은 이미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대부분 모든 것을 소화했던 내용이었고 『마력의 태동』으로 인해서 더 깊어진 내용은 별로 없는듯해서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마력의 태동』은 마도카의 활약상으로 읽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또한, 각장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라플라스의 마녀』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구성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휴머니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SF적 요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소설의 전체적인 모습은 의외로 잔잔한 감동 이야기입니다.
마도카의 인간적인 노력과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 였습니다.
전편 『라플라스의 마녀』를 통해 마도카를 조금 아는 독자라면 조금은 그녀의 발랄하고 도도한 모습에서 애절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의 선택과 결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마도카의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마지막은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날아오를 준비나 하세요. 내가 바람을 읽어줄 테니까. 바람에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바람을 지배하는 거예요. P67
작가는 인간 존재를 이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로 비유합니다.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낸다. 인간은 원자다...... p249
『라플라스의 마녀』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요소야. 『라플라스의 마녀』p497
어쩌면 마도카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런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따돌림이나 험담처럼 알기 쉬운 것만이 차별이 아니야.
그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소리도 없고, 너무도 견고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에 있는 다른 분류에 대한 작은 혐오감,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아주 작은 위화감의 집적이 압도적인 악의의 물결이 되어 우리를 덮치는 거야. p245
어린 마도카에게 능력의 자각은 외로움에 가깝습니다.
마도카의 능력을 초능력으로 보지 말고, 소녀의 생존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의 방향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말
마도카는 행복할까?
토네이도 피해로 엄마를 잃은 마도카는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실험의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 이면에는 아버지로서는 너무도 딸을 사랑하지만, 과학자로서의 탐구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딸에게 실험하는 아버지 우하라 박사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나오지만 『마력의 태동』을 읽으며 오히려 그녀가 정말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마도카는 어머니가 토네이도로 돌아가신 것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 때 겐토가 능력이 높아지면 토네이도 발생도 사전에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듯 마도카는 사실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 능력을 가지고 싶었던 마음으로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소녀였습니다.
『마력의 태동』에서 마도카의 능력은 등장인물들이 가진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중요한 역할에 그녀의 능력을 사용합니다.
소녀 마도카는 쿨하면서도 도도한 느낌을 주며 그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능력이 생긴 마도카의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행복할까요?
비정상을 위험으로 간주하는 시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에서 어린 마도카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마도카의 능력은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서 오는 두려움과 소외감은 오로지 어린 마도카 혼자 감내해야만 하는 숙명일까요?
과학의 이름 아래 경계에 있는 인물 젠타로 교수
아버지이자 과학자인 우하라 젠타로 교수, 마도카를 이해하는 인물인 동시에 마도카를 과학적 실험 대상으로 만드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젠타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됩니다. 이해와 착취 사이에 있는 경계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젠타로는 명확하게 악한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아버지로서 딸을 사랑하는 듯한 모습도 나옵니다.
감정과 도덕보다는 과학과 이론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그의 태도가 때로는 비정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사실 너무 현실적인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판단을 할 때 나름의 선한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불편합니다.
추천비교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신인류 ‘아키리’의 등장을 통해 인간의 진화와 윤리를 묻는 『제노사이드』가 생각납니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과학적 시선으로 풀며 인간의 욕망과 통제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하는 '라플라스 시리즈'와 비교하여 생각해 봅니다.
누구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정의’의 의미를 묻게 됩니다.
소설의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노사이드』는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입니다.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 중 누아르 영화 같은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과학이든 인간의 진화이든 그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발휘될 수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두 작품을 두고 생각해 봅니다.
제노사이드 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마도카는 제거 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런 생각이 저면에 깔려 있어서 마도카를 바라보며 편하게 그녀를 응원하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쓸쓸하고 안타깝게 보였던 이유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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