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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유성의 인연> 가족, 복수, 그리고 용서가 남기는 여운

by handrami 2025. 6. 19.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은 세 남매의 복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에 비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은 비극적인 시작과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과는 다르게 소설은 서정적이고 유쾌한 느낌마저 듭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유성의 인연'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08 Keigo Higashino 2020년 3쇄(개정판) 옮긴이 양윤옥 출판 현대문학

작품소개

유성을 보기 위해 밤늦게 몰래 집을 나섰던 고이치(6학년), 다이스케(4학년), 시즈나(1학년)는 날씨가 좋지 않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부모님을 마주하게 됩니다.

 

다이스케가 범인과 스치듯 마주쳤지만, 어떠한 단서도 남지 않은 상태로 미궁 사건이 됩니다.

사건 후 경찰들에 의해 밝혀진 것은 부모님은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과, 아버지는 고이치와 다이스케를 어머니는 딸 시즈나를 데리고 합쳐진 가족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끔찍한 사건 이후 아동시설에 들어간 세 남매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합니다.

고이치가 고3이던 해 그들은 다시 유성을 보러 갑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없었다. 그날 밤과는 너무나 달랐다. 차츰 눈이 익숙해지자 수많은 별들이 플라네타륨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p.87)

 

고이치는 말합니다.

“우리, 저 별똥별 같다.”
“정처 없이 날아갈 수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어. 그러니까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p.88)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세 남매의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그들의 삶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별똥별과 같습니다. 이는 그들이 향할 여정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들의 삶은 더 이상 평범하거나 안전하지 않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별똥별처럼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고이치는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들의 더욱 단단하고 끈끈한 유대감을 의미합니다.한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표현은 혈연을 넘어 시련 속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준 깊은 정신적 연결을 강조합니다.

 

별똥별처럼 언제 타버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존재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은 그들이 겪는 고난과 마주해야 할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합니다.

 

이는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비극적인 사건과 그로 인한 어두운 복수극 속에서도, 인간관계, 특히 가족이라는 인연이 주는 힘과 위로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성인이 된 이들은 부모님을 죽인 범인을 찾는 한편, 사기 행각을 벌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막내 시즈나의 미모를 이용해 부유한 남성들에게 접근하고, 오빠들이 뒤에서 조종하며 돈을 뜯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사기 행각을 이어가던 중, 남매는 우연히 14년 전 부모님을 살해한 범인과 매우 흡사한 남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남매의 복수 계획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위험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가족이라는 인연과 복수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이라는 인연의 끈으로 묶인 세 남매가 부모님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사기극과 결합하여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부모를 잃은 슬픔과 복수심에 불타는 그들이 스스로 범죄의 길로 들어섰다는 설정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남매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애틋함은 소설의 비극적인 배경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복수라는 어두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바탕에는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과 연민이 깔려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가족애라는 주제를 논할 때 함께 언급할 만한 작품으로희망의 끈부모와 자식 간의 아픈 사랑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작가가 가족이라는 인연을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히가시노 게이고『희망의 끈』리뷰보기

 

히가시노 게이고 <희망의 끈> 상처를 묶은 작고도 간절한 희망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과 현재의 살인사건이 맞물려 진행되는 이야기로, 가족 간의 관계와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흡인력 있는 추리소설입니다. '가가형사'가 등

handrami.com

 

작가 특유의 스타일과 반전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경쾌한 오락성과 드라마틱한 재미를 놓치지 않습니다.

 

'유성의 인연' 역시 살인 사건이라는 비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세 남매의 사기 행각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유머스럽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이러한 장르의 혼합은 독자에게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하며,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겉모습만으로 사람 속을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사기 작전을 계속해 온 시즈나는 지나칠 만큼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가면이 완벽하면 할수록 그 이면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얼굴이 숨겨져 있다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p.153)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이나 기대에 맞춰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이 구절은 그러한 사회적 가면 뒤에 숨겨진 개인의 진정한 모습, 욕망, 상처, 혹은 어둠이 존재함을 지적합니다. 완벽한 가면은 때로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숨겨야만 했던 개인의 비극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 구절은 '유성의 인연'이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 사회적 위선, 그리고 진실의 복잡성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작품임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시즈나의 입을 빌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겉모습에 쉽게 속아서는 안 되며, 때로는 가장 완벽해 보이는 가면 뒤에 가장 충격적인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소설의 반전과 서스펜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거듭되는 반전과 트릭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사실들과 인물들의 숨겨진 면모는 독자를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듭니다. 특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인간 본성의 복잡함이 드러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사건의 진실과 인간적인 고뇌

범인의 진실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복수만을 위해 달려왔던 세 남매는 진실 앞에서 복수의 의미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소설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 과정을 넘어, 복수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용서와 화해는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유성의 인연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치밀한 플롯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
  •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분
  • 인간 본성과 사회 문제에 대해 성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
  • 장르 소설에 드라마적 깊이가 더해진 작품을 좋아하는 분

'유성의 인연'은 잘 짜여진 미스터리를 즐기면서도, 그 이면에 담긴 인간적인 고뇌와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하여 복수극으로 이어지지만 그 전개는 어둡지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삶의 아이러니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며, 독자에게 짙은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