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비극적인 사건과 현재의 살인사건이 맞물려 진행되는 이야기로, 가족 간의 관계와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흡인력 있는 추리소설입니다.
'가가형사'가 등장하지만, 가가의 사촌 동생인 '마쓰미야 슈헤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가가시리즈의 ‘번외편’ 혹은 ‘스핀오프’ 정도로 여겨집니다.
가가 교이치로의 활약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다른 가가시리즈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가가 시리즈의 핵심 라인업에서는 약간 벗어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작품소개
"에마는 내년이면 중학생이고 나오토도 이제 열 살이잖아. 둘이 같이 가면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거야. 한번쯤 모험도 시켜 봐야지. 부모가 너무 벌벌 떨면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는다잖아." p9
그렇게 외할머니댁으로 간 아이들이 지진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 어떤 말로 부모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소설은 '오우마가도키(逢魔時)' '마귀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사용합니다.
"우리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새 생명은 어쩌면 에마와 나오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유키노부는 생각했다. p23
자식을 잃고 삶의 의지를 상실한 부모에게 새로운 아이의 존재는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와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떠나간 아이들에 대한 기억과 애도도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소설은 안타깝고 슬픈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떠난 아이의 선물이라는 인식에서 새로운 아이는 고유한 존재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떠나간 형제자매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의 아픔을 말합니다.
소설은 떠나간 아이를 보내주는 과정과 새로운 아이를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새로운 아이에게 떠나간 아이의 대체재로 느껴지게 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그 방법이 서툴러 아픔을 주게 됩니다.
14년 정도가 흐른 후 어느 카페의 여주인 하나즈카 야요이가 살해됩니다.
이 살인사건을 마쓰미야 슈헤이 형사가 담당하게 되고 가가형사는 조력자로 등장합니다.
살인사건과 슈헤이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인 관계없어 보이던 이전의 사건들과 서서히 연결되며 궁금증을 더해 갑니다.
많은 인물의 다른 이야기들이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며 역시 히가시노를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만날 수는 없다 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끈이 아무리 길어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더구나." p446
마쓰미야 슈헤이 형사는 아버지가 화재로 죽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속에는 가족의 비밀, 숨겨진 과거가 현재 인물의 삶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슈헤이의 어머니는 아들을 보호하려는 모성에서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였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진실을 숨김으로써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소설 속 한 문장이 가슴을 묵직하게 합니다.
"아빠는 모나를 사랑하니까."
"맨 마지막에 한 말, 그거면 충분해. 일단 지금은." p454
소설 속 생물학적인 관계로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과 갈등의 복잡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혈연과 양육이라는 두 요소가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얽히고설키며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진정한 부모의 모습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시리즈 리뷰보기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형사 시리즈 11편 - 순서 & 한눈에 보기
『희망의 끈』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가가형사시리즈를 좋아하는 분
-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긴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분
- 여러 사건이 연결되는 서사를 즐기는 분
- 가족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고 싶으신 분
희망의 끈은 속도감 있는 추리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그들의 감정이나 고통에 초점을 맞춘 미스터리입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얽히고설킨 가족 간의 잔혹한 운명을 이야기합니다.
혈연과 양육, 사랑과 증오, 용서와 파멸이라는 인간 본연의 복잡한 감정들을 그려내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운명처럼 얽힌 비극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의 끈’을 찾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