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

히가시노 게이고 <환야> 백야행과 비교되는 비정한 사랑 2막

by handrami 2025. 5. 11.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幻夜)2004년에 발표된 장편 미스터리 소설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백야행(白夜行)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인간 내면의 어둠과 악의 본질을 파고들며, ‘빛이 없는 밤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에 둡니다.

 

환야라는 제목은 한자로 헛보일 환()’ + ‘밤 야()’, 헛된 밤’, ‘허상의 밤’, ‘실체 없는 밤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주인공이 추구하는 삶 자체가 환야, 즉 허구의 밤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더 나아가, 진실과 거짓, 정의와 악의 경계가 희미해진 세계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환야' 책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04 Keigo Higashino / 2020년 옮긴이 김난주 출판 재인

작품소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점은 1995년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던 시점입니다.

마사야는 아버지의 장례식이 있던 날 대지진이 일어나고 그날 지진으로 쓰러져 있던 도시로의 머리를 기왓장으로 내려쳐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미스터리한 여인 신카이 미후유와 얽히게 되며, 두 사람은 같이 도망치게 됩니다. 이후 미후유는 사업을 시작하고, 점점 성공 가도를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녀와 마사야의 주변에서는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마사야는 점점 그녀의 본성과 목적에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1편p334
네 손은 더럽히지 않았다고 여기는 거야. 하지만 아니지. 너도 사람을 죽였어. .너는 나를 죽였어. 내 혼을 죽였다고.  2편p302

 

환야"여주인공 미후유와 일각에서는 백야행의 유키호를 비교하여 자매작'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백야행이  "차가운 공모의 사랑"이었다면, 환야"뜨겁고 치명적인 조종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환야를 통해 다시 한번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믿는 정의의 기준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백야행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독자라면, 환야에서 또 한 번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환야 2020년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환야 2006년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환야 2006년 책표지2
2020년 옮긴이 김난주 출판 재인 2006년 역:권일영 출판:랜덤하우스 2006년 역:권일영 출판:랜덤하우스

 

작품속 스토킹 행위에 대한 경찰의 대화를 통해 나타내는 의미에 대해

"그런 일이 범죄라면 사립 탕정이 하는 일도 전부 범죄게요. 대체 무슨 피해를 입었다는 겁니까? 범죄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피해 신고서를 제출하든지요."  p123

현실 비판적 장치로서의 대사

단순한 현실 반영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 일본 사회의 법과 공권력의 한계를 비판하는 장치로 보입니다. 피해자가 스토킹, 감시, 사생활 침해를 당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이나 "금전적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은 개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법이 개입하지 못하는 악", "무관심한 사회와 공권력", "정의롭지 못한 시스템"을 고발합니다.

 

2000년대 초반의 사회에서는 현실성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현재의 경찰이라면 가능하지 않은 대응 방법이겠지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과 비교해 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환야(幻夜)백야행(白夜行)은 서로 독립적인 작품이지만, 유사한 플롯 구조와 인물 구도를 공유하는 쌍둥이 소설이라 불릴 만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작품입니다. 두 작품은 모두 특유의 심리 스릴러적 전개와 악의의 본질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중심이 됩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

1. 남녀 주인공의 공모 관계

두 작품 모두 남녀 주인공이 범죄와 연결되어 있고,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성은 범죄에 있어 매우 능동적이며 전략적인 위치에 있고, 남성은 그녀를 위해 도구처럼 쓰이는 인물입니다.

2. 악의의 진화와 은폐

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으며, 매우 정제되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수행됩니다.

겉으로는 성실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차갑고 냉철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3. 도덕적 질문의 유보

히가시노는 독자에게 명백한 정의나 응징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가 왜 이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여주인공 활용 방식 차이

백야행유키호: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여성상(우아함, 지성, 순결함)을 철저히 계산하여 외적 성공을 이루는 인물로 여성성을 가면으로 이용하여 숨어듭니다.

 

환야미후유: 자신을 매혹적인 존재로 만들어 남성을 조종하고, 위험조차 즐기는 여성성을 구현하며 그러한 여성성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정면으로 통제합니다.

 

미후유는 유키호보다 더 직접적으로 그 자체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두 여주인공은 표면적으로 닮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악을 선택한 자기꺼이 악이 되려 한 자로 구분됩니다.

그래서 『백야행』은 비극적인 느낌이라면, 『환야』는 섬뜩하고 냉혹한 느낌이 납니다.

 

남주인공 비교해 보기

구분 환야의 '마사야' 백야행의 '료지'
관계의 시작 어른이 된 후 미후유와 우연히 만남 어릴 적 부터 유키호와 연결된 공범
감정의 위치 두려움과 욕망 사이에서 동요 일관된 헌신과 보호 본능
자기 인식 자신이 타락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멈추지 못함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유키호를 지킴
결말 미후유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듯 진행되지만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알수없이 미후유를 위한 행동을 함 조용한 자기 소멸

 

료지는 유키호라는 인물의 그림자이자, 말 없는 기사처럼 희생의 미학을 구현한 인물이라면,

마사야는 미후유라는 악의 중심에 끌려 들어가면서, 스스로의 선과 악을 시험받고 결국 몰락하는 현대인의 표상입니다.

 

두 남성 모두 여성 인물의 서사에 철저히 종속되지만, 하나는 사랑의 이름으로, 다른 하나는 통제당한 욕망의 이름으로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백야행이 인간관계의 질곡과 오래된 비밀이 만든 슬픔과 비극에 방점을 찍는다면,

환야는 악의 매혹과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에 대한 심리적 탐구에 더 집중합니다.

 

어둠에서 허상의 빛을 설계한 여자, 환야의 '미후유'

그녀의 능력만 놓고 보면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해 보입니다.

브랜드 감각, 리스크 관리, 사람을 활용하는 능력,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 등 소설 속에 나오는 그녀의 활약은 성공한 사업가의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후유의 성공은 범죄 없이 가능했을까?

소설 속에서 미후유는 정면 승부보다는 빠르고 은밀한 길을 선택합니다.

법과 도덕이 가로막으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수는 방식을 택합니다. 범죄는 선택이 아닌 도구이자 성공의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죄가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미후유는 성공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성공이든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범죄도 불사하는 인간이었습니다. 범죄는 그녀에게 단순한 위법이 아니라 효율적 수단이었습니다.

미후유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관

세상을 약육강식의 세계로 바라봅니다.

세상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 정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는 단순한 도피가 아닌, 능동적 선택이자 권력의 행사로 작동합니다.

그녀의 행위는 단순한 악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수단과 목적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묻는 장치로 보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수단입니까?

미후유는 누구일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백야행리뷰보기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희망이 없는 빛 속의 잔혹한 사랑

메리쿠비카 사라진 여자들리뷰보기

사라진 여자들 - 메리 쿠비카 -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

 

 

『환야(幻夜)』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백야행』을 읽고 인물이나 분위기에 매혹되었던 독자
  • 강렬한 여성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 사랑과 범죄, 심리를 섬세하게 엮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 도덕적 회색지대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

이 소설에서 어둠은, 누군가의 사랑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생존입니다.

독자의 윤리 기준이 어디까지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시험받을 수 있습니다.

성공을 위해 범죄도 불사하는 그녀의 세계관은 그 능력을 두려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작품 전반에 살인, 조작, 심리조정, 특히 성적 암시등이 포함되어 있어 비판적 사고와 정서적 분리 능력이 필요한 소설로 성인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어린 청소년에겐 내용의 무게와 표현 수위가 정서적으로 과할 수 있으며,

작품에서 표현하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전달하는 세계관이 오해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고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서 문학적/철학적 독서에 익숙한 경우라면

보호자의 해설 또는 토론을 전제로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