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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한국소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당신이 알던 동화는 여기서 죽었습니다.

by handrami 2025. 11. 1.

경고: 당신이 알던 동화는 여기서 죽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순수한 동화 속 세상을 믿었습니다. 아름다운 표지에 이끌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19금 꼬리표가 붙은 이 책을 집어 든 순간에도, 막연한 호기심과 '과연 우리가 알던 동화를 어떻게 비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전부였습니다. 익숙한 동화적 서사 뒤에 숨겨진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그저 흥미로운 변주를 기대했을 뿐입니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3권 시리즈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씨큐브 출판사

 

그러나 몇 편의 이야기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제 안의 막연한 기대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무참히 부서져 내렸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동화의 잔상이 아니라, 동화의 모든 것을 잔혹하고 가차 없이 뒤집어 버린 어두운 심연이었습니다. 특히, '벌거벗은 임금님'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말한 자들을 벌거벗은 임금의 옷을 걸친 마네킹으로 박제하고, 그들의 팔다리를 잘라 꼬챙이에 꿰는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와 잔혹함은, 단순한 '동화의 재해석'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살아있는 육체가 아닌 죽은 시체에 걸쳐진 권위의 허상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저를 불편한 전율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토록 강렬하고 때론 불쾌하기까지 한 충격 앞에서, 이 작품을 과연 리뷰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것이 온당한가 깊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 극단적인 잔혹함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이야기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의 본질은 무엇인지 파고들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충격을 넘어, 이 소설이 껍질을 벗겨낸 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를 찾으려는 노력이 바로 이 리뷰의 이유입니다. 따라서 이 리뷰를 접하는 모든 분께 강하게 말씀드립니다. 만약 당신이 동화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거나,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둡고 추악한 민낯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 책은 접근하는 것에 극도의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우리 안의 모든 안전지대를 허물어뜨리며,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성찰을 강요할 테니까요.

 

동화, 잔혹을 입다

어릴 적 꿈을 키웠던 아름다운 동화들이 사실은 인간 본연의 잔혹한 심리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씨큐브 출판사의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시리즈는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대담하고 파격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현재 3권까지 발행된 이 시리즈를 모두 독파한 저는, 사실 제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으나, 몇몇 작품들이 선사하는 강렬한 인상은 '모두 읽고 난 후에 종합적으로 판단해보자'는 마음으로 완독하게 했습니다. 먼저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전체적인 맥락과 메시지를 다루는 이 글을 작성한 뒤, 이어서 각 권의 심층적인 내용을 개별적으로 분석하는 리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의 순수한 외피를 벗겨내고, 그 안에 숨겨진 불편하지만 솔직한 진실, 그리고 복잡한 인간 심리를 드러냅니다. 이는 미스터리처럼 진실을 추구하고, 깊이 있는 인간 심리를 탐구하려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추천할 만한 가치를 찾다

이토록 잔혹하고 불편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가 성인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의미를 선사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적 세계관을 비틀고, 인간 본연의 어둡거나 복잡한 심리를 다룸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사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아름답고 선한 이야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성인을 위한 잔혹성 및 노골적인 성묘사에 대하여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의 '잔혹함'은 단순히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요소를 넘어서, 때로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과감하게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욕망과 윤리적 경계를 시험하는 지점까지 파고들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작품이 이러한 묘사를 통해 인간 본연의 갈등, 사회의 부조리, 비극적인 운명 등을 탐구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노골적인 표현 방식이 모든 독자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단순히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독서 경험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성인 지향적인 '잔혹함'은 기존의 동화적 상상력을 완전히 전복시키며, 독서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시에 특정한 독자층에게는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과 사회적 메시지를 탐구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가장 은밀하고 원초적인 욕망인 성적인 측면까지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소설의 특색, 잔혹성과 더불어 이러한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작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인간 심리의 다층적 측면을 고찰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확장하려는, 동시에 성적인 묘사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성인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는 성인 독자를 위한 작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독자의 개인적인 취향과 수용 정도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는 왜 19금에 민감할까요? 추리소설과의 비교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에는 '19' 딱지가 붙는 경우가 많을까요? 폭력, 살인, 때로는 성적인 내용까지 다루는 추리소설에는 별다른 등급 제한이 없는 경우가 흔한데 말입니다.

 

추리소설은 사건 해결과 메시지 전달을 위해 충격적인 묘사를 포함하더라도,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성인 독자'로서 이러한 내용을 예상하고 작품을 접합니다. 하지만 '잔혹동화''동화'라는 이름이 주는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독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도록 내용의 '성인 지향성'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는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을 담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이면을 뒤집어 사회적 부조리, 인간의 욕망, 도덕적 딜레마 등 훨씬 원초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내용은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가 없어도 주제의 선정성이나 독자에게 주는 정신적인 충격을 기준으로 '성인용'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작품은 그림형제나 안데르센 원본에 담긴, 현대인의 관점에서 충격적인 부분들을 복원하거나 재해석하여 내용의 수위를 높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잔혹동화'19금 표기는 단순히 폭력성이나 노골적인 성적 묘사 때문이라기보다는, 순수한 동화를 비트는 주제의 어두움, 심리적 충격, 그리고 원작의 성인 지향적 내용에 대한 복원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리즈의 내용은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오직 성인 독자를 위한 이야기임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합니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1편 책표지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2편 책표지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3편 책표지
Copyright ⓒ 지건 콕콕 2019 출판 씨큐브 Copyright ⓒ 지건 강농 2020 출판 씨큐브 Copyright ⓒ 도희 2025 출판 씨큐브
 

작가 교체, 다양성을 택한 잔혹동화의 변주

이 시리즈가 특별한 점은 각 권을 다른 작가가 집필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건.콕콕 작가, 지건 강농 작가, 그리고 도희 작가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고유한 시선과 문체로 '잔혹동화'라는 큰 틀 안에서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이는 특정 작가의 개성을 좇는 일반적인 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입니다. 작가 교체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한 주제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의 향연을 선사하며, 매 권마다 새로운 스타일과 깊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어른들의 세계에 던진 불편한 거울, 그 깊이와 반복의 기로에서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파격적인 콘셉트는 분명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끌리듯 시리즈 3권을 모두 완독했지만, 솔직한 감상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몇몇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느낌의 이야기가 굳이 세 권으로 나뉘어 출간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 인상 깊었던 단편들만을 모아 한 권의 밀도 높은 작품으로 선보였다면, 아마도 주저 없이 강력하게 추천했을지도 모릅니다.

 

반복되는 그림자: 시리즈의 확장, 혹은 감각의 무뎌짐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본다면, 초반의 강렬함과 신선함은 아쉽게도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차 무뎌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상당수의 작품에서 비슷한 패턴의 잔혹함과 주제 의식이 반복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단편들이 권선징악의 틀을 파괴하거나, 인간의 악의를 부각하는 전개를 보였는데, 이는 잔혹동화의 본질적인 특성이라 할지라도 유사한 방식의 변주가 이어지면서 독자는 이내 익숙함을 넘어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여러 다른 재료를 사용했으나, 결국 같은 양념으로 조리된 음식을 계속해서 맛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유사성은 시리즈의 깊이를 더하기보다는, 일관된 주제 의식을 나열하는 데 그친 듯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잔혹함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낼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한두 권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메시지들이 여러 번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리즈의 확장이 반드시 내용의 풍성함이나 깊이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동화를 읽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을 위한 잔혹동화3부작은 우리 안에 잠재된 어두운 면과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하는 분명한 가치 있는 시도였습니다. 몇몇 작품들은 동화적 상상력과 성인의 현실 인식을 훌륭하게 결합하여, 독자에게 깊은 사유와 반성, 때로는 섬뜩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비록 시리즈 전체의 구성적 측면에서는 각각의 잔혹함이 더 날카롭고 개성 있는 형태로 변주되어 서로 다른 울림을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어른의 시선으로 동화를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인간 본성과 사회의 이면을 탐색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때로는 불편할지라도 이 가치 있는 시도에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시리즈 전체를 한 번에 읽기보다는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작품들을 골라 읽거나 각 권 사이에 시간적 여유를 두는 편이 더 깊은 울림을 받을 수 있는 현명한 독서 방법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봅니다.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시리즈 자세히보기

씨큐브 출판사의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시리즈는 각기 다른 잔혹하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동화의 순수함을 해체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잔혹함과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들입니다. 기존 동화의 틀을 깨는 충격적인 서사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기에, 이 특별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 세 권 중 마음에 드는 한 편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시리즈가 선사하는 고유한 분위기와 메시지를 경험하신다면, 계속해서 이 잔혹한 매력에 빠져들지, 혹은 조용히 발길을 돌릴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1편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작가: 지건.콕콕)

2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더 짧은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권 모두를 통털어 가장 원초적이고 직설적인 잔혹함으로 동화의 본질을 파헤쳤던 벌거벗은 임금님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링크(작성 연결예정)

 

2편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 죽음의 무도회』 (작가: 지건 강농)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발버둥 치거나 혹은 체념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합니다.

링크(작성 연결예정)

 

3편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 흑장미의 초대』 (작가: 도희)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으며, 사랑과 배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며, 그나마 3권중 가장 무난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링크(작성 연결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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