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독자에게 지적인 퍼즐을 제공하며 범죄의 진실을 파헤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때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에 따라 추리소설은 크게 세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후더닛(Whodunit)', '와이더닛(Whydunit)', '하우더닛(Howdunit)'입니다.
이 세 가지 개념은 추리소설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며, 각기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1. 후더닛(Whodunit): 범인의 가면을 벗겨라
후더닛은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춘 추리소설이자, 추리소설의 가장 고전적이고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독자는 탐정과 함께 여러 용의자를 만나고, 그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며 제시된 단서들을 조합하여 진범을 추리하는 과정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 장르에서는 '페어플레이 원칙'이 중시되어, 작가는 독자에게 모든 단서를 공정하게 제시하고 독자가 스스로 범인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 장에서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지적인 쾌감과 반전의 충격을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주요 작가
-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현대적 의미의 추리소설의 시초를 마련한 작가로, 1841년 '모르그가의 살인'을 통해 논리적 추리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 구조를 확립했습니다. 그러나 '후더닛'이라는 용어는 그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셜록 홈스 시리즈를 통해 후더닛 장르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는 논리적 추리와 관찰을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 이야기의 기본 틀을 확립했습니다.
- S.S. 밴 다인(S.S. Van Dine): 1928년 '탐정소설 20가지 규칙'을 발표하며 후더닛 장르의 규칙을 체계화했습니다. 이 규칙들은 '페어플레이' 원칙을 강조하며, 독자에게 모든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후더닛' 장르를 완성하고 전성기로 이끈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춘 고전적인 후더닛의 특징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 누가 그들을 죽였을까?
작품소개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연쇄 살인 이라는 설정은 이후 수많은 추리소설에 영향을 주었습니다.영국 원제 Ten Little Niggers로 1939년 발간되었다가 미국에서 And Then There Were None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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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이더닛(Whydunit): 범죄의 근원을 탐구하다
와이더닛은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춘 추리소설입니다.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행 동기, 즉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나 심리적 요인을 깊이 탐구합니다.
와이더닛은 후더닛보다 더 현대적인 개념으로, 범인의 동기에 초점을 맞춘 장르입니다. 단순히 범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 범죄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와 범인의 내면세계에 집중합니다. 범죄는 단순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복잡한 심리, 사회 구조의 모순, 혹은 비극적인 운명 등이 얽혀 발생한 결과로 그려집니다. 독자들은 범인의 심리 변화나 사회적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며 인간 본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됩니다.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이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범죄의 원인과 결과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와이더닛 장르는 특정 한 사람에 의해 체계적으로 확립되었다기보다는, 여러 작가와 비평가들의 기여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정립되었습니다. 와이더닛은 마쓰모토 세이초와 같은 사회파 작가들과 현대 미스터리 작가들에 의해 그 특징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작품
『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범인의 정체는 일찌감치 드러나지만,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그 동기를 파헤치는 과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인간 내면의 어둡고 복잡한 감정인 '악의'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인간 심연에서 피어나는 ‘악’의 실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으로 단순히 범인 찾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내면에 숨겨진 ‘악의’라는 감정의 근원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심리 추리극입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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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 정유정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한 가족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그 범죄의 배경에 깔린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범죄의 동기와 그로 인한 파급 효과에 집중합니다.
정유정 <7년의 밤> 인간 본성의 어둠과 죄의 무게를 파헤치다-악의3부작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파헤치며 인간 내면의 어둠과 극한 상황에서의 심리 묘사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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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기차 시간표와 알리바이를 이용한 살인 사건을 통해 범죄의 사회적 배경과 인간 군상을 냉철하게 묘사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표작입니다.
3. 하우더닛(Howdunit):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트릭의 예술
하우더닛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밀실 살인, 사라진 시체, 발자국 없는 살인 등 상식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어떻게 저질러졌는지 그 기발한 트릭과 수법을 밝혀내는 데 주력합니다. 독자는 범행의 과정과 트릭의 정체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고도의 지적 유희를 느낍니다. 특히 존 딕슨 카 같은 작가들은 독자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트릭을 제시하며 이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했습니다.
하우더닛의 선구자, 오스틴 프리먼
'하우더닛' 장르의 형식을 체계적으로 확립하고 발전시킨 선구자 중 한 명으로 R. 오스틴 프리먼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1907년부터 '역추리(inverted detective story)'라는 독특한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독자가 범인과 범행 방법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며, 대신 탐정이 '어떻게' 그 진실을 밝혀내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방식입니다. 프리먼의 대표작인 『소르닝 미스터리』(The Singing Bone, 1912)는 이러한 하우더닛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비록 '하우더닛'이라는 용어 자체는 후대에 생겨났지만, 프리먼은 이 장르의 핵심적인 매력을 일찍이 탐구하고 구현해낸 작가입니다.
주요 작품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 후더닛과 하우더닛의 특징을 모두 강력하게 보여주는 선구적인 작품입니다.
최초의 추리소설 :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추리소설의 역사에서 최초의 작품으로 널리 인정받는 것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가 1841년에 발표한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The Murders in the Rue Morgue)'입니다.『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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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기발한 트릭과 치밀한 구성을 통해 하우더닛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리뷰 – 헌신이라는 이름의 완전범죄
▣ 갈릴레오 시리즈의 걸작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이 시리즈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 일명 '갈릴레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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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 갈래 길의 교차와 진화
이 세 가지 갈래는 때로는 명확히 구분되지만, 한 작품 안에서 '누가', '왜', '어떻게'라는 질문이 복합적으로 다루어지며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특히, 현대의 추리소설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단일하게 다루기보다는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더욱 풍성하고 다층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한 작품 안에서 범인의 정체를 추적하는 '후더닛'으로 시작하여, 범행 동기를 깊이 파고드는 '와이더닛'으로 확장되고, 마지막에는 기상천외한 '하우더닛' 트릭이 밝혀지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합은 독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미스터리 해결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작품의 주제 의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은 추리소설의 다양한 면모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들입니다. 이 세 갈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추리소설이 선사하는 무한한 지적 유희와 깊이 있는 통찰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