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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한국소설

전건우 정명섭 정보라 정해연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공포

by handrami 2025. 7. 27.

가장 안전한 안식처라고 믿었던 ''이 때로는 가장 잔혹하고 은밀한 사건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전건우, 정명섭, 정보라, 정해연 작가 등 우리 시대 뛰어난 이야기꾼들의 시선으로 이 지닌 양면성을 파고드는 앤솔러지 소설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은 바로 이러한 역설적인 공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합니다.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책 표지 편집한 이미지
2023년 전건우 정명섭 정보라 정해연 앤드 출판사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작품소개

이 소설집은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울타리 안에서 발현되는 예측 불가능한 공포를 이야기하며, 독자에게 "오늘 밤, 당신의 집은 안전합니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일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집니다.

 

네 명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이라는 테마를 해석하여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선보입니다. 일반적인 공포 소설의 틀을 넘어 심리 스릴러, 사회 비판, 인간 본연의 고뇌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유기적으로 아우르며 독자에게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소설집은 이라는 익숙한 공간이 어떻게 미지의 영역으로, 또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진실을 비추는 거울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뛰어난 예시입니다.

 

다만, 기존의 강렬한 공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작품이 직관적인 공포보다는 ''이 내포하는 불안과 심리적 압박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직접적인 유혈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보다는, 가장 친밀한 공간에서 스며 나오는 낯선 위화감과 심리적 불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와 비밀, 그리고 외부의 위협까지 투영되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기괴함, 그리고 그 기괴함이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 발현될 때 느끼는 불안감이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독자님께서 강렬한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이라는 공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은근히 피어나는 서늘한 긴장감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 앤솔러지는 충분히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각 단편 소개:

<누군가 살았던 집> (전건우)

이사 온 집에 스며든 불길한 과거의 흔적과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를 다루며, 독자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의 심리적 압박감을 선사합니다. 이전 거주자의 그림자가 드리운 공간이 어떻게 현재의 삶을 위협하는지를 섬뜩하게 그려내며, ''이 품고 있는 시간이 주는 공포를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죽은 집> (정명섭)

“산 사람이 더 무서워? 아니면 죽은 사람이 더 무서워?”

 

특수청소와 빌라왕 사건 같은 현실적인 소재를 활용해 우리 사회의 그늘을 파고듭니다. 현실의 불편함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결합된 독특한 공포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반송 사유> (정보라)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이메일 내용만으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는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메시지 반송'이라는 형식을 통해 소통의 단절, 관계의 오해,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진실이 주는 서늘함을 극대화하며, 독자 스스로 미스터리의 조각을 맞춰나가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그렇게 살아간다> (정해연)

 

아버지의 오랜 투병 생활과 그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 그리고 죄책감과 생명 연장 문제에 대한 갈등이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지금 우리가 아버지가 살아나길 기다리는 건지, 죽기를 기다리는 건지 모르겠어.”

 

암 투병으로 힘겨워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가족 구성원들의 복잡한 심리, 고통 속에서도 쉽사리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는 생명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드러나는 망설임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고뇌를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가정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면의 갈등과 은폐된 진실은 ''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과 비극이 응축된 심리적 공간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에게 소름 끼치는 공포를 넘어 씁쓸하고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가족이라는 관계의 어두운 이면을 씁쓸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상황의 종결에 대한 갈망

가족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엄청난 정신적 고통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과 그로 인한 삶의 제약 속에서 가족들은 사랑과 죄책감, 피로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환자가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동시에, 이러한 간병 상황 자체가 끝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소망을 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비난받을 만한 감정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기적이지만 인간적인 바램이 충돌하는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인간 본연의 복합적인 심리에 관심 있는 분
  • 미스터리와 심리적 긴장감을 선호하는 분
  • 현실적인 가족 드라마나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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