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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한국소설

정명섭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우린 어쩌다 괴물이 된 걸까?

by handrami 2025. 10. 24.

정명섭 작가의 작품들을 이야기할 때, 그는 단순한 장르 소설가를 넘어선 깊이 있는 현실 인식과 사회 비판 의식을 가진 스토리텔러로 기억됩니다. 이번에 만나볼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그의 그러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익숙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한 상황 속 인간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정명섭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21 정명섭 출판 사계절

좀비가 된 우리 시대의 자화상: 익명성, 세대 갈등, 그리고 사회 비판

이 작품의 주요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익명성과 대중성, 그리고 공격성입니다. 작가는 좀비의 본질을 '살아있는 시체'라는 역설 속에서 드러나는 공격성과 익명성으로 해석합니다. 좀비가 되면 신분, 성별, 재산 등 인간이었을 때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공격성만 남게 되는데, 이는 현대 소비 사회의 특징인 익명의 대중성과 무분별한 공격성을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좀비의 공격성을 살아있는 자에 대한 질투로 해석하기도 하며,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둘째는 세대 갈등입니다. 소설은 좀비가 창궐하는 과정을 그린 규빈과 시아 세대, 그리고 십여 년 후 천문대에서 살아가는 주혁과 민지 세대를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이는 지역 갈등보다 세대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사회적 예측을 작품에 녹여낸 것으로, 특히 열아홉 살이 되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은 인간과 좀비의 구분점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명확한 구분점이 됩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무관심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비극적인 현실을 좀비라는 상징적인 존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p.48

 

젊은 세대가 느끼는 절망감과 무력감은 소설 곳곳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됩니다. 특히, "우린 어쩌다 괴물이 된 걸까? 나도 모르겠다. 우리가 언제 뭘 결정하기라도 했냐?"라는 질문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조차 온전히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비극적인 인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강요된 시스템의 산물임을 자각하고 체념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셋째는 현실 비판적인 사회 문제 제기입니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원인은 각성제 '코타놀'의 부작용으로 제시됩니다. 이는 성과 지상주의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특히 학업과 일에 찌든 학생들이 각성제에 의지하여 하루를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각성제 오남용 문제의 심각성을 청소년 소설 속에 주요한 핵심 소재이자 원인으로 설정하여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학교를 주 무대로 설정한 것 또한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감옥과 같다고 느꼈다는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교육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p.57

 

이러한 현실의 아이러니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만나 "걔들이 무슨 죄가 있어. 공부해서 성적 올리려고 약을 먹은 것밖에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남의 일처럼 야기하는 게 너무 화가 나."라는 문장으로 폭발합니다. 이 문장은 극심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내몰려 위험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의 상황을 대변함과 동시에, 막상 비극적인 결과가 발생하자 모든 책임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며 무책임하게 방관하는 어른들의 위선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표출합니다. , 이 소설은 좀비라는 설정을 통해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사회 전체에 묻고 있습니다.

 

작품이 가지는 가치와 특징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흥미로운 좀비 아포칼립스 설정을 통해 여러 가지 가치와 특징을 지닙니다.

첫째, 강렬한 서스펜스와 흡입력입니다. 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역량답게 이 작품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드는 탄탄한 서사와 빠른 전개를 자랑합니다. 좀비들이 창궐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생존자들의 고뇌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독자를 깊이 몰입하게 합니다.

 

둘째, 현실을 반영한 생생한 배경 설정입니다. 작가는 학교를 좀비 발생의 주 무대로 삼아 과외나 공부에 지쳐 하루 빨리 고등학교를 졸업하는게 소원인 학생을 보며 학교가 '감옥 같다'는 느낌을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부여했습니다. 천문대는 은신처로 등장하는데, 이는 상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된 공간으로, 독자들이 실제 상황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설정들은 독자들이 단순히 판타지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현실과 소설 속 배경을 연결하여 생각하게 만듭니다.

 

셋째, 청소년 소설로서의 교육적 가치입니다. 이 소설은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교훈'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각성제 문제를 주요 소재로 다루면서 청소년들이 약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의도가 작품 전반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여러 교육 관련 기관과 학교, 도서관 등에 추천도서로 등록될 수 있는 가치를 가집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

정명섭 작가는 개연성 있는 사건, 밀도 높은 전개, 그리고 입체적인 캐릭터 관계 설정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이러한 작가의 고유한 미스터리 및 추리 소설적 강점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다른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여 그만의 특별한 지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이러한 작가의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사회파 소설'로서의 면모를 강화한 것이 특별한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작품들이 개인의 심리나 사건 자체의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은 좀비라는 거대한 사회적 재앙을 통해 교육, 세대 갈등, 약물 오남용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환기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또한, '청소년 소설'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다른 성인 미스터리 소설들과 차별화됩니다. 청소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19세라는 나이를 좀비 감염의 분기점으로 설정하는 등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소재와 갈등 구조를 활용했습니다. 이는 작가가 가진 문제의식을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좋아하는 분

단순한 오락적 요소를 넘어 좀비 장르가 가진 사회 비판적 잠재력을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깊은 인상을 받을 것입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

교육 현실, 세대 갈등, 약물 오남용 등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소설을 통해 이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청소년 독자와 교육 관계자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메시지를 좀비라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풀어나가고 있어, 청소년들이 쉽게 몰입하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육 관련 기관이나 학교에서 권장할 만한 도서로서 큰 가치를 지닙니다.

 

  미스터리 또는 추리 소설 팬

작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치밀한 서사 구성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함없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추리보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전개를 선호하는 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스케일 큰 사건 전개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박진감에 매료될 것입니다.

 

이처럼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입니다. 좀비가 된 아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고, 우리가 외면해왔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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