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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와카타케 나나미 <이별의 수법>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1 - 하무라시리즈

by handrami 2025. 5. 15.

하무라 아키라가 40대가 되어 나타납니다.

2001년 작품 나쁜 토끼에서 31살이었으니 작품 시기를 그대로 적용하면 44살이 됩니다.

작가 후기에 보면 이것저것 어긋나는 것이 있어 40대라고만 해둔다고 하니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듯합니다.

 

'하무라 아키라'는 1996년 단편집 네 탓이야에서 20대 탐정으로 등장해서 2000년 단편집 의뢰인은 죽었다, 2001나쁜 토끼이후 13년만에 이별의 수법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후 2016조용한 무더위, 2018녹슨 도르래, 2019불온한 잠에서 하무라를 만나게 됩니다.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각 작품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독서 순서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출간 순서대로 읽는 것이 하무라 아키라의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와카타케 나나미 '이별의 수법' 책표지 직접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14 WAKATAKE Nanami / 2020년 역:문승준 출판:내친구의서재

작품소개

 

나쁜 토끼에서 전 집주인 '미쓰우라 이사오'의 등장에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그나마 있던 친구 '아이바 미노리'는 그때 일로 그렇게 소원해졌는지 등장하지 않습니다.

 

13년이 지난 이별의 수법에서는 하세가와 탐정사무소가 문을 닫았고 하무라는 '살인곰 서점'이라는 미스터리 전문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불운의 여탐정으로 소개되는 '하무라 아키라'는 소설 시작과 함께 고서 인수를 위해 간 집에서 벽장 바닥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하며 바닥에 숨겨졌던 두개골을 발견하게 되고, 숨겨진 진실을 추리하고 범인 검거에 일조합니다. 그 사고로 입원한 병실에서 만난 늙은 여배우에게 20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어찌 보면 불운은 몸에 한정된 듯해서 다행입니다.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생기고, 안색이 안 좋고, 입술이 말라 거칠거칠했다. 별다른 분장 없이도 좀비 영화의 엑스트라를 맡을 수 있는 용모였다.

 

하무라를 표현하는 저 모습이 소설 마지막까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상태로 계속되는 불운을 맞이하며 사건과 마주하게 됩니다.

 

노배우의 의뢰를 조사할수록 의문의 사건 사고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20년전 사건을 쫓았던 탐정의 실종, 교살당한 조카, 가정부의 행방불명 등 노배우의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들의 진실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하무라와 함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고,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책속의 책

소설의 마지막에는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라는 페이지를 두어 소설 속에서 언급했던 책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인 전문 미스터리 서점을 이용하여 고전 미스터리 작품 및 작가들을 언급하며 소설에서 미스터리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설과 작가들은 단순한 배경 요소를 넘어 미스터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메타 장치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절판된 책, 기억 속에서 사라진 작품들을 다시 등장시킴으로써 이별과 기억이라는 주제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이별의 수법이 주는 의미

사람들이 이별을 선택하고 처리하는 각자의 방식을 의미하며, 어떤 이는 이별을 부정하고, 어떤 이는 진실을 감추고 도망치고, 또 어떤 이는 이별을 이유로 누군가를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소설은 이러한 다양한 인간의 이별의 수법들을 하나씩 파헤치며 그 속에서 진실을 추적합니다.

진실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외면하지 않는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복귀 선언으로 느껴집니다.

 

소설 말미에 살인곰서점 2층 살롱 벽에는 백곰 탐정사 탐정업 신고 증명서 액자가 걸려 있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하무라가 탐정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새로운 출발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한발 더 나아간다는 상징적 의미로 앞으로 하무라가 보여줄 탐정으로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문장 수집

어르신들의 가르침은 대개가 옳고, 그것이 옳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열차가 떠난 다음이다.
어렸을 적, 20년 전이란 역사 속 이야기였다. 마흔이 넘으니 20년 전이라고 하면 확실한 기억도 있고, 그리 오래된 과거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라 시리즈 리뷰보기

와카타케 나나미 <불온한 잠>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4 - 하무라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녹슨 도르래>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3 - 하무라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조용한 무더위>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2 - 하무라시리즈

▷ 와카타케 나나미 <나쁜 토끼> 불운한 탐정이 추적하는, 슬프고 나쁜 진실

 

 

이별의 수법은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에 빠지신 분
  • 하드보일드 소설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
  •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

화려하거나 통쾌하지는 않지만 현실의 어두운 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독자를 흔듭니다.

추리보다는 인간을 이야기하고 범죄보다는 삶의 균열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의 무력함 속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불운의 여탐정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