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미스터리 작품, 불운한 탐정 '하무라시리즈' 중 하나로 소설은 하무라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시간적 흐름과 계절의 의미를 모두 담아 각각의 단편처럼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소설은 하무라의 일상에서 벌어진 사건을 단편처럼 엮다 보니 내용이 장편처럼 풍부하지는 못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탐정보다는 심부름센터 직원처럼 사람 찾기에 추리 한 수푼 넣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인간관계, 사회적 맥락, 감정의 미묘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누가 범인인가보다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그려가는 구조입니다.
작품소개
차례
- 파란 그늘 – 7월
- 조용한 무더위 – 8월
- 아타미 브라이튼 록 – 9월
- 소에지마 씨 가라사대 – 10월
- 붉은 흉작 – 11월
- 성야 플러스 1 – 12월
"조용한" 억눌려 있는 감정, 관계, 진실을 상징합니다.
"무더위" 단순한 기후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이 겪는 심리적 열기와 정서적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파란 그늘 - 7월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봄에 큰 사건을 언급하는데 《이별의 수법》에서 노배우의 20년 전 사라진 딸 사건을 해결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 의뢰 때의 부상 탓에 아직도 컨디션이 엉망인 상태인 하무라는 눈앞에서 버스 사고를 목격합니다.
사고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이 도난 현장을 목격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교통사고를 목격하는 장면이나 사고 목격 장면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본 하무라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지며 다음이 궁금하게 만듭니다.
오토에로틱 에스픽시에이션(Autoerotic Asphyxiation)
성적 쾌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목을 조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소설 속에서도 미국에서 매년 1200명 정도가 이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다고 말합니다.
조용한 무더위 - 8월
5년 전 스물세 살이었던 후쿠로다는 술집을 옮겨가며 술을 마신 후 운전해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차로 돌진해 다치게 하고는 차를 버리고 도주했지만, 차를 버리고 그만큼 재빠르게 도망치는 모습은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했을 거라는 이유로 위험운전 치사상죄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무라는 석 달 전 출소한 그를 미행해 다시 면허를 취소시킬 수 있는 증거를 잡아주면 좋겠다는 의뢰를 받고, 조사 개시 몇 시간 만에 음주 후 운전하는 모습을 증거로 녹화하는데 성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계속 의뢰가 들어오고 모두 별로 하는 일 없이 손쉽게 해결됩니다.
고요하고 뜨거운 여름 속에서 하무라가 겪는 사건들이 그녀의 고독, 체념, 그리고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통해 묘사됩니다.
아타미 브라이튼 록 - 9월
35년 전 사라진 소설가의 실종 사건에 대한 잡지 기획 기사에 참여하게 된 하무라는 5명을 만나서 사라진 소설가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브라이튼 록"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제목으로, 휴양지 브라이턴을 배경으로 살인자와 탐정의 대결을 그리는 이야기로 선과 악, 죄책감, 종교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룬 고전 소설입니다.
아타미 브라이튼 록은 '예술'과 '인간의 본성'을 대비시키며 깊이를 더합니다.
문학은 이 이야기에서 이해와 구원의 도구인 동시에, 배제와 질투의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작가가 되지 못한 자와 된 자의 차이는 단순하게 재능 문제가 아니라 운, 욕망, 인간관계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하무라는 이 사건을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 속을 걷는 듯한 태도로 접근합니다.
그녀의 말투는 냉소적이지만, 사라진 소설가를 기억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시간이 남긴 상처와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을 드러냅니다.
부잣집에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무런 장점도 그 어떤 노력도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남자. 그런 인간을 세상이 좋아할 리가 없다.
소에지마 씨 가라사대 - 10월
가장 편하고 쉽게 끝까지 잘 읽었던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나쁜토끼》에서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에서 같이 일했던 탐정이었으나 부인이 경영하는 음식점의 마스터로 변신했던 '무라키 요시히로'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조사를 부탁한 여성이 살해되었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10월의 이야기는 전화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에지마는 살해된 여성과 공사 소음으로 분쟁을 일으키던 이웃으로 무라키가 예전 탐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인질로 잡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지어낸 추리가 세상의 부조리를 드러냅니다.
경찰이나 사회 제도가 범죄를 밝히지 못하고, 우연히 지어낸 이야기가 진실에 닿는 설정으로 공권력의 무능과 형식주의에 대한 풍자를 보여 줍니다.
"방금 고쿠분지의 빈집 정원을 멋대로 파던 남자가 체포되었습니다. 백골도 나왔다더군요."
붉은 흉작 - 11월
"나, 2주 전에 죽었네."
하드보일드 작가의 호적 도용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로, 하무라는 문학계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문학이라는 밭에서 수확된 것이 결국 비극적 진실과 부끄러움이라는 함축적 이야기입니다.
성야 플러스 1 - 12월
스파이 소설 작가 개빈 라이얼의 사인본을 둘러싼 사건으로, 희귀한 책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성야는 막 1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1분이라는 시간 개념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무라는 범죄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사건의 이면을 해석하고 그 속에 감춰진 사람들의 내면과 사회의 허구성을 들여다봅니다.
하드보일드한 탐정 아무라 아키라
1. 감정적 거리감
하무라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비극적인 사건, 불쾌한 진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마주해도 눈에 띄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녀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소비하지 않고 냉정하게 직면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2. 냉소적 세계관
하무라는 사회, 인간관계, 권력 구조에 대해 기본적으로 회의적입니다.
그녀는 “세상은 본래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정의보다는 사실과 생존을 중시합니다.
3. 고독과 자립
하무라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인간관계를 좁게 유지합니다.
사생활은 단조롭고 외로워 보일 수 있지만, 그녀에게는 타인에게 기대지 않는 자유가 더 중요합니다.
▼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라 시리즈 리뷰보기
▷ 와카타케 나나미 <불온한 잠>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4 - 하무라시리즈
▷ 와카타케 나나미 <녹슨 도르래>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3 - 하무라시리즈
▷ 와카타케 나나미 <이별의 수법>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1 - 하무라시리즈
▷ 와카타케 나나미 <나쁜 토끼> 불운한 탐정이 추적하는, 슬프고 나쁜 진실
『조용한 무더위』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하무라 시리즈의 매력에 빠지신 분
- 하드보일드 코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
- 현실적인 여성 주인공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
- 단편 형식을 좋아하시는 분
일반적인 미스터리 작품과는 결이 다르게 사건보다는 시선, 흥미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기 때문에, 작품이 이해가 잘 안되거나, 감정이입이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긴장감 대신, 조용히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작가의 시선이 새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