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한국소설42 도진기 『4의 재판』 법이라는 이름의 정교한 기만 법은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현직 판사 출신 작가 도진기는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의 허점과 법의 논리 뒤에 숨은 비정함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를 넘어, '소외된 피해자의 울분'이 시스템에 의해 묵살당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법의 민낯: '정의'가 아닌 '논리'의 세계판사가 진실을 직감하더라도 '증거주의'와 '절차'라는 쇠사슬에 묶여 눈을 감아야만 하는 사법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4’의 중의적 의미제목의 '4'는 죽음(死)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재판의 3요소(판사, 검사, 변호사)에서 철저히 소외된 ‘제4의 인물(피해자)’을 의미하는 장치입니다.시스템의 경고법이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제3자로 밀어낼 때, 사회는 .. 2026. 4. 9. 공지영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두 개의 언어로 쓰인 하나의 이별 한일 공동 집필 프로젝트이 소설은 2005년 한일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공동 집필 프로젝트라는 점을 알고 계신가요?단순히 비슷한 이야기를 각각 쓴 것이 아니라,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서로의 원고를 주고받으며 이어 쓰는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한국에서는 공지영 작가가 ‘홍’의 시점을, 일본에서는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준고’의 시점을 맡아 같은 시간대의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연재와 출간, 그리고 드라마화2005년 소담출판사2024년 소담출판사 2005년 5월부터 12월까지 한국에서는 『한겨레신문』에서 ‘먼 하늘 가까운 바다’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고, 일본에서도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연재된 이 작품은 같은 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 2026. 3. 30. 정대건 『급류』 거센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 "도담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이 문장은 『급류』가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강력한 위로이자, 거대한 삶의 급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고 버텨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비극속,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소설은 진평강 하류에서 서로 엉켜 있는 두 남녀의 시신이 발견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강렬한 도입부는 독자를 순식간에 물안개가 자욱한 가상의 도시 '진평'으로 끌어당깁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일곱 살 동갑내기 '도담'과 '해솔'이 있습니다. 소방관인 도담의 아버지와 도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해솔은 점점 도담에게 이끌립니다. 소방관인 아버지의 부재를 늘 두려워하는 도담의 불안한 마음.. 2025. 11. 13. 도희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3편 '흑장미의 초대' 경고: 당신이 알던 동화는 여기서 죽었습니다.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를 산산조각 내며 그 파편 속에서 현실보다 더 날카로운 진실을 파고들었던 씨큐브 출판의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마지막 3권을 드디어 펼칩니다. 충격과 동시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온 잔혹동화 시리즈, 그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하이브리드 리뷰에서는, 이야기 표면에 드러난 잔혹함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어두웠다'는 감상을 넘어, 이 잔혹함이 우리에게 '왜' 필요했는지를 곱씹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목차미녀와 야수백조왕자요린데와 요링겔잠자는 숲속의 공주선녀와 나뭇꾼콩쥐팥쥐성냥팔이 소녀눈의 여왕흥부와 놀부거위 치는 소녀파랑새환상을.. 2025. 11. 7. 지건&강농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2편 ‘죽음의 무도회’ 경고: 당신이 알던 동화는 여기서 죽었습니다. 시리즈 1권에서 우리가 마주했던 동화의 뒤틀린 민낯은 시리즈 2권 '죽음의 무도회'에서 더욱 고도화된 형태로 독자들을 찾아옵니다. 단순한 잔혹성을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한 이기심과 뒤틀린 욕망이 빚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비극을 탐구하는 것이 바로 2권의 특징입니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비인간적인 관계와 가치관의 전복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던 동화적 서사가 얼마나 순진한 환상이었는지를 다시금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2권은 동화라는 친숙한 틀 안에서 인간 본연의 어두운 진실을 더욱 노골적이고 치밀하게 해부하며,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사유할 가치가 있는 질문들을 던질 것입니다. 이번 편은 익숙한 줄거리 저변에 깔린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을.. 2025. 11. 5. 지건&콕콕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 1편 경고: 당신이 알던 동화는 여기서 죽었습니다.씨큐브 출판사의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시리즈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전체를 다루었다면 이 리뷰는 각 권의 전반적인 특징과 메시지를 살펴보는 한편, 그 안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몇 편의 단편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모든 수록작을 일일이 다루기보다는, 선별된 단편들을 통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와 인간 심리의 복잡성, 그리고 사회 비판적 요소를 더욱 심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수록작품인어공주벌거벗은 임금님빨간 모자노간주나무공주와 완두콩강도 신랑개구리 왕자하얀 새백설공주노래하는 뼈사랑하는 롤란트빨간 구두신데렐라가난한 농부의 영리한 딸잭과 콩나무늙은 힐데브란트엄지공주트루데 부인헨젤과 그레텔잠자는 숲속의.. 2025. 11. 3. 이전 1 2 3 4 ···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