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한국소설39 정명섭 『개봉동 명탐정』 어수룩한 개봉동 콤비의 사건일지 정명섭 작가의 '개봉동 명탐정'은 표지에 그려진 코믹한 그림에 이끌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손에 쥐게 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히 가벼운 사건 해결을 넘어선 깊이가 느껴집니다. 특히 셜록 홈즈와 왓슨의 고전적인 탐정 구도를 가져오면서도, 중학생 왓슨 역을 맡은 안상태의 활약은 전혀 어색함이 없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단단히 지탱하며 자기 몫을 훌륭히 해냅니다. 이렇듯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우리는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는 우리 사회의 단면과 어른들에게 전하는 묵직한 경종의 울림을 마주하게 됩니다.《지켜주는 자의 목소리》취약한 청소년들의 현실과 그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아이들이 왜 가족이라는 울타.. 2025. 10. 26. 정명섭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우린 어쩌다 괴물이 된 걸까? 정명섭 작가의 작품들을 이야기할 때, 그는 단순한 장르 소설가를 넘어선 깊이 있는 현실 인식과 사회 비판 의식을 가진 스토리텔러로 기억됩니다. 이번에 만나볼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는 그의 그러한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익숙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독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극한 상황 속 인간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좀비가 된 우리 시대의 자화상: 익명성, 세대 갈등, 그리고 사회 비판이 작품의 주요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익명성과 대중성, 그리고 공격성입니다. 작가는 좀비의 본질을 '살아있는 시체'라는 역설 속에서 드러나는 공격.. 2025. 10. 24. 정명섭 『기억 서점』 잔혹한 기억 넘어 살인자를 기다리는 서점 정명섭 작가의 장편 소설 『기억 서점』은 낡은 책장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끔찍한 진실들을 숨겨두듯, 독자들의 잔혹한 기억 깊숙한 곳을 뒤흔드는 강렬한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감정인 '복수'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직조된 이 작품은,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는 것을 넘어 상실과 고통이 어떻게 끈질긴 집념과 냉혹한 복수심으로 변모하는지를 섬뜩하리만치 생생하게 그려냅니다.한순간의 비극, 15년 복수의 설계소설은 우리가 무심코 저지른 한순간의 '짜증과 배려 없는 행동'으로 인해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악의를 건드려 가족을 잃는 악몽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면서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주인공의 내면에는 일반적인 슬픔을 넘어선, 오직 복수만을 향한 강렬한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 2025. 10. 17. 정해연 『매듭의 끝』 모성의 맹목성과 진실의 실타래 정해연 작가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스릴러 문학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그런 작가의 『매듭의 끝』은 출간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범죄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 본연의 복잡한 감정, 특히 모성이라는 강력한 욕망이 빚어내는 어둡고 처절한 단면들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이 작품입니다. 1. 주요 주제와 핵심 메시지『매듭의 끝』은 제목처럼 여러 갈래의 '매듭'이 얽히고설켜 있으며,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작품의 주요 주제이자 핵심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모성(母性)의 양면성이 작품은 모성의 맹목성과 그로 인한 파괴력을 가장 중심에 둡니다.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고백에 어머니는 .. 2025. 10. 8. 김내성 『마인』 한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소설 1939년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시대 조선일보에 연재되어 발표되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소설이라는 기념비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의 시대적 제약 속에서도 서구 추리소설의 정교한 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와 서사를 성공적으로 결합해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작가 소개: 한국 추리소설의 선구자, 김내성작가 김내성(1909-1964)은 평안남도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수학했습니다. 1935년 일본에서 세 편의 단편 추리소설 「타원형의 거울」, 「탐정소설가의 살인」, 「연문기담」 을 발표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이후 조선으로 건너와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탐정 캐릭터 '유불란'을 탄생시켰습니다. 흥.. 2025. 9. 14. 정유정 『종의 기원』 인간 악의 심연을 직시하다 - 악의 3부작 정유정 작가는 한국 문단에서 '악'과 '인간 본성'이라는 주제를 가장 치열하게 탐구하는 작가로 손꼽힙니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히 범죄 사건을 쫓는 추리 소설의 범주를 넘어, 인간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과 욕망,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정유정, 악의 3부작을 완성하다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 『28』, 그리고 『종의 기원』은 종종 '악의 3부작'으로 함께 불립니다. 이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악(惡)'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으며, 작가가 인간 본성 속에 내재된 악의 근원과 발현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했기 때문에 이러한 명칭이 자연스럽게 붙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 소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악인"들이 등장한다는 .. 2025. 9. 4. 이전 1 2 3 4 5 ··· 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