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우 작가의 『살롱 드 홈즈』는 사회적 불합리와 여성적 시선이 녹아든 코지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작품은, 가사와 가족이라는 틀에 갇혀 있던 평범한 주부들이 탐정으로 변모하여 일상 속 사건들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힘과 우정,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장르 문학의 흥미로운 외피 안에 유머와 긴장감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높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생하고 현실적인 대사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전건우 작가
1979년에 태어나 2008년 단편소설 『선잠』으로 등단한 이후 공포, 미스터리, 추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 '능력자들', '심야괴담회', '무엇이든 물어보살' 등에 출연하여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밤의 이야기꾼들』(2014), 『소용돌이』(2017), 『고시원 기담』(2018) 등이 있으며, 특히 2021년작 『뒤틀린 집』은 2022년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한 바 있습니다.
작품소개
소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아내', '엄마'로 불리며 살아온 평범한 주부 미리, 지현, 경자, 소희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에 출몰하는 바바리맨, 일명 '쥐방울'을 직접 잡기로 결심하고 '주부탐정단'을 결성합니다. 처음에는 비교적 간단하고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던 '쥐방울'의 범행 수법은 점차 대담해지고 강도가 심해지면서 멤버들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불과 두 달 만에 바바리맨에서 변태 사이코로 진화한 것이다. 비록 그것의 크기는 그대로였지만.
소설 초반에 등장하는 바바리맨 사건은 '살롱 드 홈즈' 멤버들이 탐정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이자, 작품의 코지 미스터리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독자들은 평범한 주부들이 어떻게 사건에 뛰어들고, 그 과정에서 어떤 유대감을 형성하는지를 지켜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등장하는 스마일맨은 바바리맨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위험하고 잔인한 존재로 부각됩니다. 소설이 깊어질수록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예상보다 훨씬 어둡고 충격적이며, 스마일맨은 단순한 기행을 넘어선 잔인한 범죄로 더 큰 사건과 연결되어 주인공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합니다.
이처럼 바바리맨이 '살롱 드 홈즈'의 결성과 초기 활동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면, 스마일맨은 소설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스토리를 본격적인 미스터리/스릴러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핵심 빌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반의 작은 소동이 스마일맨이라는 거대한 위협으로 이어지면서, 『살롱 드 홈즈』는 단순한 코지 미스터리를 넘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발휘합니다.
현실 속 바바리맨 인식 변화와 소설의 의미
과거 바바리맨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만화 등에서 우스꽝스러운 '변태 아저씨'로 희화화되며 웃음거리로 소비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피해자가 겪는 공포나 수치심보다는 가해자의 기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회 인식이 성숙해지면서 바바리맨은 점차 명백한 성범죄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성적 위협과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존재로 간주되어 사회적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살롱 드 홈즈』는 이러한 현실의 변화를 반영하듯, 바바리맨을 단순한 변태나 코믹 소재로 가볍게 다루지 않습니다. 소설 속 '쥐방울'의 행위는 사회 구조 속 여성들이 느끼는 뿌리 깊은 두려움과 무력감을 건드리는 도화선 역할을 합니다. 단순한 노출에서 시작된 그의 행동이 점차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과정은, 현실의 성범죄 역시 단계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소설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바바리맨이 가진 위협을 과장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오히려 공포의 실체로 정면으로 직시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에 맞서는 주부탐정단의 모습을 통해 여성들이 더 이상 피해자 위치에 머물지 않고 문제 해결의 능동적인 주체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렬한 서사를 제시합니다. 탐정단의 활동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아내'나 '엄마'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이름과 존재감을 되찾는 주체적인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바바리맨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통해 우리 일상 속에 숨겨진 억압과 불안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이를 무겁게만 표현하기보다 유쾌하고 통쾌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독자는 작품을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 즉 무거운 현실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살롱 드 홈즈』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여성 중심의 스릴러 또는 추리 장르를 선호하시는 분
-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용기와 등장인물들의 성장 서사에 감동하고 싶은 분
- 전건우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 느꼈던 매력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일상에 묻혀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렸던 인물들이 '주부탐정단'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추리극의 형식으로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성장,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을 강하게 몰입시킵니다.
특히 여성의 시선과 연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안정적인 구성을 바탕으로 평범한 주부들의 시선을 통해 일상 속에 숨겨진 공포를 직시하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용기, 그리고 여성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살롱 드 홈즈』처럼 일상 속 미스터리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리는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님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를 추천합니다.불운의 여성 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겪는 기묘한 사건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입니다."
와카타케 나나미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리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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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한 문장:
"경찰들이 잘하는 것과 주부들이 잘하는 것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그냥 지나쳤던 중요한 장면을 찾아낼 수도 있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