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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일본소설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 『허상의 어릿광대』 과학이 밝히는 불가사의, 천재 물리학자의 통찰

by handrami 2025. 8. 27.

히가시노 게이고의 허상의 어릿광대는 그의 대표적인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작품으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교수가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과학적인 통찰력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염력, 투시, 텔레파시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이는 미스터리들을 유가와의 날카로운 추리로 풀어내는 점이 매력적인 단편 소설집입니다

히가시고 게이고 '허상의 어릿광대' 책표지 편집한 이미지
Copyright ⓒ 2015 Higashino Keigo / 2021년 옮긴이 김남주 출판 재인

갈릴레오 시리즈의 정수: 과학과 미스터리의 조화, 그리고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 구성

갈릴레오 시리즈는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 마나부가 그의 대학 친구이자 경시청 형사인 구사나기 슌페이, 혹은 그의 부하직원인 우쓰미 가오루 등의 요청으로 사건 해결에 협력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허상의 어릿광대역시 이러한 시리즈의 전형적인 패턴을 따르며, 일견 설명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들 뒤에 숨겨진 과학적 진실을 파헤치는 유가와 교수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편마다 독립적인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 독자분들이 만나게 되는 허상의 어릿광대가 일본판과는 다른 특별한 구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허상의 어릿광대본래 4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단편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허상의 어릿광대가 번역 출간될 때, 국내 출판사는 일본에서 이미 별도의 단편집으로 발매되었던 금단의 마술에 수록된 4편의 작품 중 3편을 허상의 어릿광대에 추가하여 출간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판 허상의 어릿광대는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더욱 풍성한 작품집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일본판 금단의 마술에 실렸던 4개의 단편 중 허상의 어릿광대포함되지 않은 1편의 단편은 독립적인 장편 소설로 확장되어, 동일한 제목인 금단의 마술로 재탄생했습니다. 이 장편 금단의 마술역시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정식 장편 소설로서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출간 배경은 한국 독자들이 갈릴레오 시리즈를 더욱 다채롭게 접할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각 에피소드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묘사되는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지만, 유가와는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상상력과 편견, 그리고 교묘하게 숨겨진 트릭에 의해 발생한 '허상'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허상의 어릿광대는 바로 그러한 '허상'을 걷어내고 진실을 밝히는 유가와 교수의 역할을 강조하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자연적 현상을 통한 '허상''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통찰

책 속의 사건들은 일반적인 현실을 뛰어넘는 기묘함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단편에서는 '투시하는 사람'의 비밀을 파헤치거나, '지향성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환청을 느끼게 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등, SF적인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사이비나 오컬트와 같은 비현실적인 소재와 결합된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갈릴레오 교수는 과학적 원리로 명쾌하게 해결해내며 그들의 거짓을 밝혀냅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 것을 넘어,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과 인간 이성의 힘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나 허상의 어릿광대는 단순히 과학적 추리를 넘어,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허상'과 그로 인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집에서는 사람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이나 믿음에 갇히거나 이를 통해 타인을 속이려는 경향이 있음을 일관적으로 드러냅니다. 마치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허상'만이 유일한 안전지대인 것처럼 여기고, 그 외의 모든 현실과 타인과의 관계들을 경계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깔려 있습니다."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 등 사건에 얽힌 중요한 인물들은 스스로가 만들어내거나 맹목적으로 믿는 허상에 깊이 속박되어 있거나, 혹은 타인을 속이기 위해 그 허상을 교묘하게 이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필연적으로 깊은 불편함과 허무함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러한 비극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는 인간 심리의 허상과 마주한 감정들이 결국 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허상 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인 '연기하다'에 이르러서는 등장인물 모두가 마침내 자신을 얽매고 있던 허상의 실체를 깨닫고, 그 순간 진정한 자신을 되찾는 듯한 인상 깊은 결말을 보여주며 작품의 주제를 강하게 응축합니다.

 

단편 소설집의 매력과 한계

허상의 어릿광대는 단편 모음집이라는 특성상 호흡이 매우 빠르고, 각 에피소드가 짧고 간결하게 전개됩니다. 사건의 발단부터 해결까지의 과정이 압축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독자는 지루할 틈 없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독서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매우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회파 미스터리부터 블랙코미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아우르며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이 작품 역시 과학적 추리에 집중하고 있지만, 각 단편마다 인간 본연의 욕망, 질투, 복수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과학적 트릭을 밝히는 것을 넘어, 그 트릭을 사용하게 된 인간의 내면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점이 이 시리즈가 오랜 기간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편 소설집의 특성상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층적인 묘사나 복잡한 서사 구조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허상의 어릿광대역시 추리적인 요소보다는 드라마적인 구성이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론: 갈릴레오 시리즈 팬이라면 만족할 작품

허상의 어릿광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입니다. 초자연 현상으로 위장된 미스터리들을 천재 물리학자의 냉철한 과학적 분석으로 파헤치는 과정은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며, 빠른 전개는 독서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비록 일부 단편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지만, 갈릴레오 시리즈 특유의 재미와 함께, 인간의 욕망과 기만이 어떻게 '허상'을 만들어내는지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를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허상의 어릿광대를 권해드립니다.

 

허상의 어릿광대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 갈릴레오 시리즈 팬
  • 과학적 추리물이나 미스터리 해결 과정을 좋아하는 분
  • 빠른 전개와 간결한 단편 소설을 선호하는 분
  • 인간 심리와 사회의 단면을 엿보고 싶은 분
  • 너무 잔혹하거나 복잡한 사건보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명쾌한 해결을 원하는 분

허상의 어릿광대는 과학과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지적 호기심과 독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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