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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설산 시리즈 4편

by handrami 2025. 3. 9.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여러 편 집필하였는데 그 중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는 「백은의 잭」출간 기념 글에 보면 마흔넷의 나이에 스노우보드의 매력에 빠졌고 그렇게 계속 좋아하던 스노우보드를 소재로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게 된 것이 「백은의 잭」이라고 말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노우보드를 좋아하고 스키장에서의 매너를 중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설산 시리즈에서도 스노우보드 프로급 실력자이며 매력적인 캐릭터인 패트롤 대원 네즈 쇼헤이를 통하여 스키장의 규칙과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설산 시리즈는 내용상으로는 연결이 안 되기 때문에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다.

내용상 중요하지는 않지만 패트럴 대원 네즈의 시간적 진행 내용이 있기는 하다.

 

한국에서는 연애의 행방보다 눈보라 체이스가 먼저 번역 발간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설산시리즈

제목 일본 출간년도
백은의 잭 2010
화이트 러시(질풍론도) 2013
연애의 행방(사랑의 곤돌라) 2016
눈보라 체이스 2016

 

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백은의 잭 책표지 1
히가시노 게이고 백은의 잭 책표지 2
‘백은의 잭’은 은색 설원을 뜻하는 백은(白銀)과 납치, 탈취, 강탈 등의 뜻이 있는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폭파할 수 있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된 은백색 설원이 펼쳐진 신게쓰고원 스키장
그곳에 익명의 메일 한 통이 날아든다.
"3일 이내에 3천만 엔을 준비하지 않으면 슬로프에 묻어둔 폭발물을 폭발시키겠다"
- 표지 내용 발취 -

 

 

어렸을 때는 셜록 홈스와 괴도 뤼팽의 이야기를 좋아했고 지금은 추리소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에 빠져 있다.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했던 추리소설이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읽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다. (내 머리를 탓하라면 할 말 없음)

그런데도 계속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읽으면서 즐겁게 책에 빠져들어 어느 순간 시간이 많이 지나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이야기 속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살인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임에도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있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결말이 모두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끝나기도 하고, 잘못된 행동들에 대하여 죗값을 치르지 않고 용서해주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불편한 때도 있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백은의 잭' 역시 폭탄을 설치했다고 하는 협박범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각지 못했던 사연들이 섞여서 범인을 잡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백은의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를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화이트 러시 (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화이트 러시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 질풍론도 책표지
소미미디어 옮긴이 민경욱 박하 옮긴이 권남희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처음 「질풍론도」로 번역되어 나왔다가 「화이트러시」로 다시 발간되었다.

 

패트롤 대원 '네즈 쇼헤이가 백은의 잭에서 배경이 되었던 신게쓰고원 스키장에서 이후의 설산 시리즈에서도 배경이 되는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옮긴 지 2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전의 신게쓰고원 스키장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관광지에 있던 스키장이었다면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은 마을 공동체가 애착을 가지고 운영하는 스키장으로 주변 등장인물들이 푸근한 느낌이 든다.

 

「백은의 잭」에서 스키장에 폭탄을 묻었다면 「화이트러시(질풍론도)」에서는 스키장 나무 밑에 탄저균을 묻었다.

그냥 묻는 것으로 끝났다면 식상했을수도 있지만, 탄저균 묻고 3억 엔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낸 범인이 다음 날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단서는 나무에 걸린 테디 베어를 찍은 사진 한 장

 

사건은 각각의 이기적인 이유로 인하여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스키장을 찾아 탄저균을 묻은 곳을 찾으려 한다.

이후 사건은 얽히고설켜 점점 복잡하게 된다.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개정증보판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책표지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일본 책표지
발행 2020년 12월24일 양윤옥 개정증보판 발행 2018년 양윤옥 역 소미미디어 출판 원작 2016년 11월 사랑의 곤돌라

 

목차

  • 곤돌라
  • 리프트
  • 프러포즈 대작전
  • 겔팅
  • 스키 가족
  • 프러포즈 대작전 리벤지
  • 위기 일발 (개정증보판)
  • 곤돌라 리플레이

<위기 일발> 20만부 기념 개정증보판을 출간하면서 새로 수록된 특별 단편으로 <곤돌라 리플레이>에서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지게 된 것인지 그 사연을 밝히고 있다고 한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편하고 쉽게 읽힌다. 읽고 나서 특별히 남는 건 없지만 즐겁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의 행방은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소한 반전과 적절한 코믹이 섞여 다음 상황이 궁금해지며 소설 속으로 빠져든다.

특별한 연애적 표현도 없으면서 연애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렇다고 연애소설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바람기 농후한 연애 고수에게 피할 수 없는 고소하고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주위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연애에 어설프고 순수한 친구에게 또 다른 그런 친구를 소개 해주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겔렌데 마법'이라는 것이 있다. 스키장에서는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심리 현상이다. 설원의 분위기가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부각해주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겔렌데 마법'에 걸리지 않을까?

스키장은 그런 장소로는 단연 으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설원과 반사되는 태양 빛은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연애의 행방」은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연애소설이라는 매리트가 있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추리소설 작가가 쓴 연애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것도 '겔렌데 법칙''선입견'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패트롤 대원 '네즈 쇼헤이'는 스노보드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을 품고 있는 '데쓰로'를 설득하는 계획을 도와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눈보라 체이스

히가시고 게이고 눈보라 체이스 책표지 1
히가시고 게이고 눈보라 체이스 책표지 2
2022년 발행 양윤옥 역 소미미디어 출판 2017년 발행 양윤옥 역 소미미디어 출판

 

나의 무죄를 밝혀줄 단 한 사람, ‘여신’을 찾아라!

 

 

스키장 코스 밖 구역에서 혼자서 스노보드를 즐기던 다쓰미는 그곳에서 혼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여성 스노보드를 보고 말을 건다.

사진을 찍기 위해 고글과 페이스 마스크를 벗은 그녀는 다쓰미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성이었다.

 

젤렌데 마법처럼 첫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이 홈그라운드라는 말을 하고 다쓰미의 아쉬움을 뒤로 한 체 그렇게 헤어진다.

 

다쓰미가 3개월 전에 시바견 산책 알바를 했던 집의 할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우연하게도 모든 정황증거가 '와키사카 다쓰미'를 가리키고 있다.

 

오래전 사회초년생이던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몰입되어 버렸다.

 

"제기랄, 왜 일이 이렇게 된 거냐고."
"네가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갔고 이상한 열쇠에 손을 댔고 마음대로 개의 리드를 가져왔기 때문이지. 그런 짓만 안 했어도 의심받을 일은 없었어."

 

 

소설을 읽으며 그때의 일들이 다시 떠올랐다. 난 그저 몇 가지 우연이 겹쳤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의심을 받았는데······.

 

 

눈보라 체이스는 범인을 잡는 추리소설은 아니다.

다쓰미가 용의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키장에서 잠깐 만났던 여성을 찾는 이야기다.

범인 검거에는 큰 관심이 없다. 마지막에 그냥 검거되는 그런 느낌이다.

 

큰 반전이나 역동적인 어떤 사건들은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되어 달려가는 느낌으로 읽었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스키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할 것 같다.

잊고 지내던 오래전 스키장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눈보라 체이스는 가볍게 쉬고 싶은 마음으로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 듯싶다.

 

다른 설산 시리즈에도 등장하는 패트롤 대원 '네즈 쇼헤이''세리 치아키'의 이름이 반갑다.

두 사람의 관계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설산 시리즈 책표지 편집이미지
히가시노 게이고 설산 시리즈 책표지